출시를 2개월쯤 앞둔 윈도8 운영체제(OS)가 다시 '난리'를 예고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새 윈도 출시때마다 불거지는 '액티브X'와 '인터넷익스플로러(IE) 호환성' 문제다. 우리나라 웹 환경과 처음 만나면 곧잘 일으키는 일종의 계절성 질환이다.
액티브X는 인터넷익스플로러(IE)용 플러그인(부가기능) 기술이다. 이 기술을 쓴 웹서비스는 윈도 PC에서, IE로만 돌아간다. 맥이나 리눅스PC 또는 크롬, 파이어폭스, 오페라같은 '비IE' 브라우저 사용자에겐 빗장이다. PC가 아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같은 모바일 기기라면 말할 것도 없다. 또 사용자가 윈도에서 IE를 쓰더라도 OS와 브라우저 버전이 안 맞으면 소용 없다. MS가 새 제품으로 버전을 올릴 때마다 그 사용자가 불편해지는 이유다.
국내 웹 사용자들이 이미 액티브X 문제를 익히 알지만 답답함은 여전하다. 업계서 여전히 신분증명과 금융거래 또는 사용자 보안을 이유로 폭넓게 쓰는 탓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초 내놓은 2분기 액티브X 사용 현황에 따르면 주요사이트로 분류된 민간서비스 100개중 80개, 행정기관 100개중 68개로 200대 웹사이트중 74%가 액티브X를 적용했다. 지난분기대비 9% 감소치라지만 방문자들의 바람에 비해 너무 굼뜨게 비친다.
이가운데 미국기업 MS는 오는 10월26일(현지시각) 새 OS '윈도8'을 또 출시한다. 새 브라우저 'IE10' 버전도 함께다. 회사가 이전 버전인 IE9부터 '웹표준'을 강조한 덕에 사이트 모양이 뒤틀릴 걱정은 덜할 전망이다. 업계도 웹표준을 따르면서 액티브X 사용 줄이기에 나섰다지만, 다시 난리가 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정부와 민간업계 노력이 말 그대로 액티브X만 안 쓰는 쪽으로 흐르고 있어서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액티브X 사용 현황과 더불어 그 '대체기술'로 '3종 이상 웹브라우저를 지원'하는 사이트 현황을 조사해 이를 간접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위원회가 대체기술을 적용해 '액티브X가 없는 웹사이트'로 개편했다고 추켜세운 사례엔 KB국민은행같은 금융사이트도 포함됐다. 이는 정부가 액티브X로 야기된 문제의 핵심을 전혀 파악치 못했음을 방증한다.
국내서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여전히 공인인증서를 써야 한다. 국내 공인인증 체계는 웹표준에 구현되지 않은 암호화, 인증서 저장방식을 쓴다. 이를 구현하려면 무조건 부가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부가프로그램을 쓰기로 한 사이트가 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최대한 많은 사용자'를 위해 고려할 사항은 PC만 한정해도 ▲OS가 윈도냐, 리눅스냐, 맥이냐 ▲각 OS별 버전이 무엇이냐 ▲브라우저가 IE냐, 파이어폭스냐, 크롬이냐, 사파리냐, 오페라냐 ▲각 브라우저별 버전이 무엇이냐, 이런 식으로 경우의 수를 따지면 족히 '수백가지' 이상이다. 현실적으로 이를 모두 지원하려는 사이트는 없다. 여전히 어떤 사용자는 보편적인 서비스에서 배제된다.
즉 부가프로그램이 웹서비스 사용자에게 야기하는 문제는 그 범위를 좁혔을 뿐, 기존 액티브X 문제와 완전히 똑같다. 알맞지 않은 OS나 브라우저 버전에서 예상치 못한 오류나 충돌을 일으킨다. 그래서 서비스 제공자가 일일이 사용자 환경을 확인해야 한다. 예전엔 '특정 윈도'와 '특정 IE'를 쓰는 환경만 지원했던 서비스들이 이제 '일부 OS'와 '일부 브라우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서비스 제공 범위를 넓혔을 뿐, 웹표준 확산이라는 명분을 달성하기엔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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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출시를 앞둔 새 윈도 중에는 아예 부가프로그램을 쓸 수 없는 경우가 있어 혼란이 예상된다. MS는 윈도 차기작에 들어가는 IE10 브라우저를 2가지로 제공한다. 하나는 윈도7처럼 기존 윈도PC용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는 '데스크톱' 버전 브라우저다. 여기선 액티브X가 지원된다. 다른 하나는 기존 프로그램을 못 쓰는 '모던UI' 버전 브라우저다. 앞서 '메트로UI'로 알려진 모던UI 환경에선 그 IE10로 액티브X를 실행할 수 없다.
결국 웹서비스들이 부가기능을 쓰도록 설계된 이상 근본적으로 선진화된 웹서비스를 제공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곧 등장할 윈도8 또는 윈도RT 태블릿에서 모던UI 버전 IE10로 방문한 사이트는 기존 비IE 브라우저 사용자들이 겪은 것과 동일한 '빗장'을 마주칠 전망이다. 그 사이트들은 잘 해봐야 '플러그인을 설치할 수 있는 데스크톱 브라우저로 접속하라'고 할 것이고, 어쩌면 '이 사이트는 넷스케이프 브라우저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안내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