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서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공공요금이 올라가고 3만명이 일자리를 잃으면, 책임은 누가 질 겁니까.”
국토해양부의 도로법 시행령 개정안에 방송통신업계의 한숨소리가 커졌다. 통신비 인하 요구가 높은 가운데 국토부가 앞장서서 서민물가 불안과 공공요금 인상을 야기한다는 불만이다. 한국전력(한전), 가스․송유관, 통신공사 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개정안 시행시 약 1천753억원 안팎의 점용료를 추가 부담케 돼 공공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가 입법 예고한 도로법 시행령 개정안은 전봇대 공중선에 점용료를 물리고 그간 정액제로 부과되던 가스관, 송유관, 통신 및 전기 관로 등 지하매설물에 대한 점용료를 기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꿔 30% 인상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토부는 업계의 반발로 공중선 점용료 부과를 2년 유예했지만 점용료 30% 인상은 강행할 방침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해당 개정안이 “산업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제대로 된 의견 수렴이나 개정안 시행 이후의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에 추진 중이던 지중화 정책과 모순된다는 지적 역시 내놨다.
통신사들은 지난달 총리실에 제출한 건의서를 통해 “국토부의 도로법 시행령 개정안은 국민들에게 불편을 안기고 서비스 요금을 인상시키며 국내 방송, 통신사업자들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불필요하고 불필요한 규제”라며 “국내 방송통신산업의 경쟁력을 후진국 수준으로 떨어뜨려 국내 IT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땅값과 연동하는 정률제 특성상, 매년 땅값이 올라가면 지속적으로 점용료도 올라가 공공요금 상승을 유도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또 지난 2007~2009년간 점용료가 38% 인상된지 3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또다시 인상안을 추진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국토부는 공중선을 전주의 부속물 혹은 전주와 일체가 되는 시설로 간주해 점용료를 부과하지도 않았다”며 “한전, 방송통신사업자 뿐만 아니라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을 국토부와 총리실에 여러 차례 설명했으나, 국토부가 이를 여전히 강행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통신공사 산업 종사자도 다수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 공공부문 조달이 줄어든 데다, 지난 5월 방통위의 필수설비 고시 개정까지 됐는데 점용료까지 30% 오르면 기간통신사업자의 유선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투자가 줄면 중소업자들은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잖아도 매년 20~30%씩 일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인데, 점용료까지 오르면 2천500개 업체 3만명이상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겁니다.”
애 끓는 사업자들이 지난 22일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와 함께 직접 과천 정부청사를 찾았으나 국토부는 요지부동이다. “공청회라도 한 번 열어서 업계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요청에는 “잘 알았다”는 애매모호한 답변만 돌아왔다.
심지어 국토부는 통신공사 업체들이 왜 찾아왔는지도 이해 못하는 눈치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반발에 업계가 시끄럽지만 국토부는 ‘지금의 점용료는 껌 값’, ‘물가인상률을 감안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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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관계자는 “점용료가 그동안 너무 저가로 책정돼있어 시장 규모에 비하면 ‘껌 값’이다”며 “물가인상률만 감안하면 56%의 인상요인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토막 내 30%만 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공사협회는 “현 정부는 각종 요금 인상요인을 유발하는 정책을 더 이상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바람”이라며 “방송통신사업자와 정보통신공사업계는 점용료 30% 인상안이 철회될 수 있도록 계속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