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강사 창업으로…1인 교육벤처 ‘붐’

일반입력 :2012/10/25 11:10    수정: 2012/10/25 16:33

전하나 기자

불황이 없다지만 대기업들이 주름잡고 있는 교육 시장이다. 이 가운데 아이디어와 실력으로 도전장을 내미는 1인 교육 벤처들이 늘고 있다. 콘텐츠 제작과 유통 구조의 개방성이 높아진 IT환경 변화가 큰 몫을 한다.

10년 동안 토익 만점을 기록한 조현수씨는 지난달 아이폰용 토익 학습 앱 ‘DragTOEIC 900’을 출시했다. 드래그토익 900에는 조씨가 지난 10년 동안 치렀던 토익 기출 문제를 직접 분석한 결과 유형별 공략법과 놓치기 쉬운 비법들이 모두 녹아 있다.

원어민의 발음을 들은 뒤 아이폰 단말기를 흔들면 문장이 덩어리(Chunk)나 단어로 퍼즐처럼 분리되고, 이를 ‘드래그 앤 드롭’ 기능을 활용해 다시 문장으로 완성하는 학습법은 다른 토익 관련 앱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조 씨는 “교실에서 하던 단어 카드 놀이를 모바일 앱으로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부터 노원구 중계동에서 오프라인 학원을 운영 중인 이종원씨는 이달 초 ‘암기왕닷컴’이라는 동영상 사이트를 오픈했다. 좀 더 많은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암기법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몇 주 과정을 패키지로 묶어 파는 다른 인터넷 강의 사이트와는 달리 그는 단 7시간 강의를 통해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간단한 암기 원칙만 익히면 100개 단어, 원주율표 숫자 100자리, 카드54장 순서 등을 모두 5분 내 암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현재 암기왕닷컴 홈페이지 메인에는 국어, 역사, 과학 등 과목별 암기법 동영상이 모두 무료로 공개돼 있다. 이 씨는 “초중고생은 물론 공무원 시험 준비생 등 누구나 주입식 교육이 아닌 암기기법으로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기르면 성적향상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 오픈마루 개발자 출신으로 잘 알려진 김범준씨도 최근 ‘일일수학’이라는 서비스를 론칭했다. 일일수학은 단원별 문제지를 그때그때 바로 프린트해 풀고 채점결과를 컴퓨터로 입력하면 개인별 학습 가이드가 제공되는 것이 서비스 골자다.

다른 학습지처럼 이미 만들어진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진도와 수준을 고려한 문제지를 온라인상에서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범준 씨는 “이미 잘 아는 문제들인데 또 풀어야 하고, 더 풀어보고 싶은 유형들은 문제가 없는 경험은 누구나에게 있다”며 “부모들이 내 아이의 학습 진도와 수준을 점검하면서 직접 세상에 하나뿐인 문제지를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일일수학을 고안하게 됐다”고 했다.

■“자발적으로 학습DB 모으고 공유하는 지식거래사이트가 목표”

“학창시절 암기과목은 항상 만점이었어요. 그러다 제가 남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외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대학 때 과외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이런 암기법을 알려주니 무척 신기해 하는거예요. 다른 선생님들은 무작정 외워오라고 했지만 저는 단어를 그림으로 연상해서 즉석에서 암기하도록 해줬거든요.”

이종원 노블인터네셔널 대표는 ‘암기의 달인’이다. 대학교 때는 이런 암기 비결로 ‘스타 과외 강사’로 이름을 날렸다. 밀려드는 과외 요청에 대학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는 시간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이렇게 벌었던 과외비가 한때 한 달에 수천만원이 넘었다.

대학 졸업 이후에는 아예 학원을 냈다. 학원도 장사진을 이뤄 몇 번이나 규모를 늘렸다. 하지만 이 대표는 좀 더 많은 학생들과 학습법을 나누고 싶었다. 온라인에 눈을 돌리게 된 배경이다. “성적, 입시로 고민하는 전국의 학생들에게 재밌는 암기법을 전하고 싶어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하게 됐어요.”

이 대표의 암기법이란 이렇다. 가령 ‘시각의 전달경로(빛-각막-수정체-유리체-망막-시신경-대뇌)’를 ‘머리빗에 90도 각이 졌는데 빗을 예쁘게 수정으로 꾸며서…’와 같이 만화 그리듯 외우는 것이다.

이런 식의 암기법이 그가 개설한 사이트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단 7시간만 투자하면 된다. 이 대표는 “기존 동영상들은 선생님이 아는 것을 ‘떠먹여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조금만 문제유형이 바뀌면 매년 동영상을 새로 제작하고 학생들은 또 강의를 결제하는 방식이지만, 암기왕닷컴은 궁극적으로 암기과목을 혼자서 외우도록 도와주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7시간 이상의 동영상은 필요없다”고 했다.

입소문이 난 덕에 암기왕닷컴은 개설 한달이 채 안돼 PC웹·모바일 웹 통합 하루 평균 150명을 훌쩍 웃도는 방문자 유입 성과를 내고 있다. 일정수 이상의 회원이 확보되면 학년, 과목별로 세분화해서 자신이 만든 암기비법을 사이트에 올리고 누구나 열람할수 있는 사이트로 리뉴얼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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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지식거래 사이트다. 만들어 준 암기법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개발해 낸 암기법을 서로서로 ‘공유’하면서 더 많은 지식이 창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가 전수한 암기법으로 우수한 성적을 받거나 목표를 달성한 학생들이 자신만의 암기법을 다시 정리해 올리고, 유료화를 선택할 경우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를 생각하고 있어요. 수많은 동영상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주입했던 지금까지의 인강 사이트와 달리 학생들이 2차 생산물을 만드는데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이를 통해 알짜배기 학습 정보를 쌓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