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말하기 교육 시장, 토종-외산 격돌

일반입력 :2012/06/20 11:51    수정: 2012/06/21 13:42

전하나 기자

국내 영어 말하기 교육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면서 온라인·모바일상에서 회화를 학습하는 프로그램이 주목 받고 있다. 특히 토종과 외산 업체 간 경쟁이 뜨겁다. 이들이 내세운 프로그램은 ‘닮은 듯 다른’ 전략을 취해 눈길을 끈다.

영어 말하기 교육의 ‘원조’라고 자부하는 전통 강호는 ‘로제타스톤’이다. 로제타스톤은 미국에서 1992년 설립된 언어 교육 솔루션 업체로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500대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06년 한국 시장에 제품의 첫 선을 보인 후 2009년 지사를 세워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입했다.

이 회사의 강점은 ‘다이나믹 이머전(Dynamic Immersion)’이라고 불리는 학습법이다. 두뇌의 선천적인 연상 작용에 기반해 번역하고 해석하는 과정 없이 직관적으로 언어를 뱉어내는 구조로 프로그램이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또 언어를 음절 단위로 학습하게 하고 학습자와 원어민의 발음을 비교 분석해서 억양·악센트를 교정해주는 음성인식 기술도 탁월하다는 평가다. 해외에선 로제타스톤을 55시간 학습한 것이 미국 대학 한 학기 학습 수준의 효과를 발휘한다는 학계 연구가 있을 정도다.

최근 국내에서도 유명 영어 교육과 교수진이 152인의 대학생과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험해 로제타스톤을 2개월 학습한 후 영어 초급 레벨의 61%가 영어 테스트(OPIc) 성적 향상 효과 보였다는 조사 결과를 도출했다. 이 때 쓰인 교재가 로제타스톤이 한국 성인들을 위해 맞춤 개발한 ‘리플렉스(ReFLEX)’다.

실험 대상 중 87.5%는 리플렉스 사용 후 영어 발음 교정과 말하기 능력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플렉스는 정확한 발음교정훈련, 시뮬레이션 상황극을 통한 회화연습, 미국인 코치와의 일대일 라이브 대화 등을 학습자가 30분 동안 단계별로 학습하도록 구성됐다.

그런가 하면 국내 토종 벤처 기업 스픽케어가 만든 ‘스피킹맥스’는 떠오르는 강자다. 스피킹맥스는 로제타스톤과 마찬가지로 음성처리시스템을 통해 학습자와 원어민의 발음을 실시간을 비교·분석해주고 따라 말하기, 받아쓰기, 트레이닝 등 총 5가지의 다양한 모드를 제공한다.

차별점은 ‘리얼리티’를 강조한 것이다. 로제타스톤이 완성도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프로그램 내 다양한 영어 학습 상황을 연출한 반면 스피킹맥스는 뉴욕, LA, 아이비리그, 런던 등 영어권 주요 도시의 600명이 넘는 원어민의 실제 생생한 인터뷰 영상 콘텐츠를 담았다.

여기에 스피킹맥스는 아이패드용으로 나와 이용자 편의성을 높였다. 아이패드 앱은 온라인과 마찬가지로 총 9가지의 다양한 코스와 학습자의 음성을 원어민 음성과 실시간으로 비교해주는 리핏모드, 받아쓰기모드, 스피치모드 등이 두루 제공된다.

로제타스톤도 다채로운 학습 환경을 도모하기 위해 20일 안드로이드용 앱 ‘리플렉스 컴패니온(ReFLEX Companion)’을 출시했다. 다만 음성처리시스템 등 웹에서 이용 가능한 모든 기능이 동기화되는 스피킹맥스와는 다르게 보조적 성격이라는 단점이 있다.

영어공부에 게임적 요소를 가미한 것은 이들 프로그램의 또 다른 유사점이다. 로제타스톤 리플렉스에는 다양한 형태의 게임이나 퍼즐이 탑재돼 있고 스피킹맥스는 아예 학습을 진행 과정에서 경험치를 부여하고 레벨업하는 온라인 게임의 형태를 본땄다. 같은 코스를 학습하는 다른 학습자들과 점수로 경쟁하게 하고 학습 성과에 따라 아이템이나 뱃지 등도 지급하는 것도 묘미로 작용한다.

이처럼 타깃층이나 프로그램 주요 특성이 닮은꼴인 이들 프로그램은 유통 경로에서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로제타스톤이 대형 서점이나 할인마트 매대를 통해 판매고를 올리는 반면 스픽케어는 인터넷 쇼핑몰, 소셜커머스 등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것. 스피킹맥스는 현재 예스24 이러닝 영어부문 베스트셀러 1위, 소셜커머스 교육부문 판매 1위의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로제타스톤은 자체 홈페이지에서 구입하는 경우에만 해당되는 이벤트 등이 많아 앞으로도 이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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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수단도 다르다. 로제타스톤이 지난해 TV 광고를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톡톡히 올렸다면 스피킹맥스는 네이버 등 포털 배너 광고로 홍보 효과를 보는 중이다.

교육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과 모바일로 제공되는 영어 말하기 프로그램은 현재 2~30대의 학습 환경과 잘 맞아 떨어진다”며 “영어 말하기 열풍과 맞물려 이들 학습 프로그램의 선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하지만 타깃층이 같은 국내 성인 영어 시장이라는 점에서 승자는 나오는 법”이라며 “결국 가격과 제품 경쟁력이 우세한 프로그램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더 많이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