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류형환㉙씨는 지난 2008년 국내 한 영화제에 졸업작품을 출품했다. 우수한 점수와 호평을 받고 상영된 그의 작품에 주어진 상금은 40만원. 그마저도 함께 고생한 친구들과 몫을 나눴더니 그에게 돌아온 것은 고작 5만원이었다.
그는 이처럼 해마다 전국 대학에서 수백개씩 쏟아져 나오는 작품들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인디콘텐츠 개방형 플랫폼 ‘탈툴라’를 구상하게 된 배경이다.
“지금도 국내 수많은 무명작가들, 예능 전공자들은 다양한 인디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개 이런 작품들은 대중에게 공개되거나 상영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잊혀지죠. 사실 장편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아이디어와 소재가 이런 콘텐츠에서 발굴될 수 있는 건데 말이에요.”
그는 ‘바느질소녀’라는 작품을 예로 들었다. 글이 삽입된 20여 컷의 이 그림은 10만명 회원수를 자랑하는 네이버 자작그림 커뮤니티 ‘방사’에서 1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해당 커뮤니티나 작가의 블로그 외에 이 삽화를 접할 방법은 전혀 없었다. “좋은 콘텐츠를 알려야 겠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특히 한류 문화 확산은 그의 열의를 더욱 불태우게 했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콘텐츠가 해외에 소개되고 있지만 이는 주류 대중문화에 국한된 것일 뿐 국내 인디 콘텐츠는 여전히 폐쇄적인 형태로 소수에게만 하위문화로 영위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인디 콘텐츠를 온라인상에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 한다면 대중들의 문화 편식도 개선하고 작품을 상업화하고 싶어하는 작가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 같았어요.”
탈룰라는 만화, 영상, 애니메이션 등 인디 콘텐츠 종합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표방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연동, 사용자들이 쉽게 이미지나 동영상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작가들은 링크드인을 통해 포트폴리오 형식으로 만든 작품을 이력서처럼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이미지, 동영상, 댓글이 통합된 ‘jam’라는 개념을 꾀해 다양한 사용자 피드백을 가능토록 하고 페이스북의 ‘좋아요’ 같이 ‘+fan’이라는 소셜 기능을 만들어 아티스트 계정과 사용자 계정을 연결했다. 날짜, 주제별 랭킹 시스템도 도입, 사용자들은 콘텐츠를 선별적으로 탐색하고 작가는 질높은 콘텐츠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도했다.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달이 채 안되다 보니 아직 제대로 홍보가 안된 탓에 데이터베이스(DB)화한 작품은 60여개에 불과하지만 작가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나고 있는 상태다. 얼마 전에는 ‘탈룰라 단편 애니메이션 공모 이벤트’를 시작했다. 창작 애니메이션을 접수받아 TV 장편 시리즈물 제작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몇몇 콘텐츠 기획사, 프로덕션, 홍보 대행사 등과도 협력키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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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작가와 사용자를 이어주는 한편 주기적으로 이 같은 이벤트를 열어 작가와 제작사와의 접점을 탄탄히 하고 중개 에이전시 역할을 통해 장기적인 수익모델도 마련할 계획이다. 추후에는 해외 제작사를 파트너사로 유치해 콘텐츠 해외 유통에도 힘쓸 생각이다. 세계적인 애니메이터이자 국제애니메이션필름협회(ASIFA)코리아 회장인 넬슨 신이 든든한 후원자로 나섰다.
“해리포터, 뽀로로도 출발은 작은 인디 콘텐츠에 불과했어요. 이들 작품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 덕분이죠. 탈룰라가 많은 사람들이 인디 콘텐츠와 이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매개체가 됐으면 해요. 이렇게 쌓인 인프라를 바탕으로 콘텐츠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를 실현하는 제작 스튜디오, 아카데미도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