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와 멘티’ 사장이 쓰는 벤처 드라마

일반입력 :2012/04/28 12:33    수정: 2012/04/30 08:24

전하나 기자

“굿닥 서비스는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임진석 굿닥 대표)”

“될 때까지 투자할 거니까요.(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

최근 찾아간 굿닥(goodoc) 사무실,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는 패스트트랙아시아 이사회 현장에서 만난 이들 멘티와 멘토가 주고 받은 말이다.

패스트트랙아시아(Fast Track Asia)는 티켓몬스터 창업과 투자로 인연을 맺은 두 명의 벤처 CEO 신현성, 노정석 대표와 한국과 미국 벤처캐피털이 의기투합해 만든 벤처 인큐베이팅 회사다. 지난해 11월 설립됐다.

각자의 생업에도 바쁜 이들이 모인 이유는 오로지 하나다. 또 하나의 성공 벤처기업을 탄생시키겠다는 것. 그렇게 패스트트랙아시아라는 드라마가 시작됐다. 이들은 오디션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형식으로 뜻을 함께 할 파트너 CEO 임진석 씨를 캐스팅했다.

■벤처 신데렐라가 찾은 유리구두 ‘굿닥’

지난 2월 치러진 패스트트랙아시아 CEO 선발 오디션은 600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대단한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임진석 대표는 하루 아침에 ‘신데렐라’가 됐다.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럴수록 그는 성공에 대한 책임감과 결의를 다졌다. 들뜰 새가 없었다. 한 달도 되지 않아 ‘굿닥’이라는 사업 아이템을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다.

굿닥은 굿 닥터(Good Doctor)의 줄임말로 국내에선 처음으로 시도되는 모바일 의료 서비스다. 미용과 진료 목적을 구분해 의사의 프로필과 정보를 제공하고 실시간 병원 예약이 가능하다는 것이 골자다. 카카오톡, 페이스북을 연동해 지인에게 좋은 병원을 추천하고 주치의와 직접 교류할 수도 있다.

임 대표는 “좋은 의사를 찾기 위해선 고작 주변 지인에게 묻거나 포털 검색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신뢰성 높은 정보를 찾기 어렵다는 생각이 굿닥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템을 정할 때보다 철저하게 시장조사를 하면서 이 서비스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다시 한번 절감했다”면서 “단순히 숫자 때려 만든 사업 계획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한국 의료계를 상대로 영업하는 일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병원 앞에서 문전박대 당하기도 일쑤. 굿닥 김기풍 본부장은 “아무리 서비스 취지를 설명해도 자신을 등급 매긴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거나 그냥 또 귀찮은 마케팅 채널이 하나 늘어난다고 여기는 의사들이 많더라”고 토로했다.

그래서 굿닥은 접근법을 달리했다. “의료 정보 불균형과 비대칭을 해결하기 위한 일종의 ‘무브먼트’ 관점에서 동참해줬으면 좋겠다”며 의사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대의가 아니고서라도 굿닥이 환자 뿐 아니라 의사들에게 좋은 서비스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확신은 더 있다.

패스트트랙아시아 최석원 운영이사는 “굿닥은 의료 서비스를 위해 한국을 찾은 해외 사용자들에게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 관광 한류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굿닥은 내달 중 웹과 모바일 서비스를 동시에 시작한다. 임 대표는 “‘구글링’이나 ‘트위팅’처럼 ‘굿닥’이라는 서비스 명칭을 동사로 쓰이게 하고 싶다”며 “’굿닥하세요’라는 말이 ‘좋은 병원 찾으세요’라는 말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아시아의 실험은 진화한다

사실 임 대표는 이번 창업이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디자이너 티셔츠 판매 사이트 ‘더리얼무브먼트(2004)’, 소셜커머스 메타블로그 ‘올쿠(2010)’, 펜션 검색 앱 ‘레스티(2011)’ 등 여러번의 도전을 했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시장에서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임 대표는 “주변에 있던 친구나 창업을 같이 했던 동료들이나 모두 이런 저런 얘기를 해주기는 했지만 냉철한 조언이 없었던 것”을 패인으로 짚었다. 때문에 그는 패스트트랙아시아를 통해 조력자를 얻게 된 점이 가장 기쁘다고 했다.

최석원 이사는 “신현성, 노정석 대표는 각각 영업, 기술 영역에서 쌓은 자신들의 노하우를 공유해 굿닥팀에 큰 동기부여가 된다”며 “선배 창업자들의 멘토링은 굿닥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자신도 네번의 창업 경험이 있는 노정석 대표는 “모든 의사결정은 굿닥팀이 주도하고 가끔 첨언만 하고 있다”면서 “같이 호흡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단 생각이 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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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아시아는 굿닥 외에도 올해 2~3개의 스타트업팀을 더 배출할 계획이다. 최 이사는 “또 다시 오디션을 공고할 수도 있고 지인 소개나 일종의 콘테스트를 통해 팀을 꾸릴 수도 있다”며 “다양한 시도 끝에 우리가 얻고 싶은 것은 성공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노 대표는 “지금은 패스트트랙아시아 투자자, 운영자, 굿닥 경영진 모두 한 팀이 돼 첫 결과물에만 몰두하고 있다”면서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수많은 벤처 인큐베이팅 모델 중 하나로 제시된 방법론이지만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정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