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멕 휘트먼, 시스코 존 챔버스에 경고

HP 반대편에 내기를 걸지마라. 내 손에 가진 게 지금 존 챔버스의 손에 쥐어진 것보다 많다.

멕 휘트먼 HP CEO가 시스코시스템즈에 날린 유례없는 경고다. 존 챔버스 시스코시스템즈 회장 겸 CEO가 24일 HP는 길을 잃었다며 오라클의 반대편에 내기를 걸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에 정면 대응한 것이다.

2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멕 휘트먼은 이날 미국에서 열린 가트너심포지엄에 참석해 HP 회생전략을 설명하면서 HP는 확실한 영역들에서 경쟁하고 있으며 승리를 목표로 삼는다라고 밝혔다.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은 전날 같은 행사에서 세계 6대 IT회사 중 절반은 뒤처질 것이란 발언을 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반도체 기술까지 모두 갖춘 회사만 5년 뒤에도 선두권에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챔버스 회장은 이 때 HP는 길을 잃었다고 평가했으며 오라클의 적대적 M&A 전략을 지지하며, 오라클 반대편에 내기를 걸지 않겠다고 말했다.

HP 반대편에 서지 말라는 멕 휘트먼의 발언은 전날 존 챔버스의 오라클에 대한 발언을 의식한 것이다.

멕 휘트먼 CEO는 HP 네트워크장비는 중국에서 시장 점유율 41%를 차지하는 1위 솔루션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네트워크업계 관계자들은 HP의 네트워크 제품들이 충분히 활용할 만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멕 휘트먼은 존 챔버스는 소중하고 좋은 친구지만, HP는 네트워크 산업에서 유닛수로 18%, 시장점유율로 11%를 차지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멕 휘트먼과 존 챔버스는 오랜 친구 사이다. 두 사람 모두 공화당 지지자로서 캘리포니아주에서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존 챔버스는 멕 휘트먼이 2010년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했을 때 지원하기도 했다.

돈독한 옛 우정에도 불구하고 멕 휘트먼과 존 챔버스는 HP와 시스코란 경쟁회사의 CEO로서 대립하게 됐다. 2009년 줄곧 서버사업에 집중해온 HP가 쓰리콤 인수 등으로 네트워크 사업을 강화하고, 시스코가 유니파이드컴퓨팅시스템(UCS) 서버를 내놓은 뒤 생긴 자연스러운 모습. 과거 협력관계였던 두 회사는 데이터센터란 더 큰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멕 휘트먼이 시스코에 즉시 반응한 이유는 최근 네트워킹 분야에 다시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HP의 행보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HP는 이달 2일 뉴욕 인터롭에서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컨트롤러와 오픈플로 스위치를 발표했으며, 멕 휘트먼은 이달 3일 개최했던 애널리스트 미팅 기조연설에서 SDN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멕 휘트먼은 SDN을 기조연설의 주요 어젠다로 삼은 모습을 보였다. 그는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의 유기적인 결합을 통한 전체적인 데이터센터 운영의 혁신에 SDN이 필수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SDN은 수년간 네트워크장비업계 1위로 독주해온 시스코의 지위를 무너뜨릴 이슈로 거론된다. 또한 네트워크장비 사업은 HP의 서버매출 하락과 PC 및 프린터 마진축소를 상쇄시킬 열쇠를 쥐고 있다.

한편, 멕 휘트먼은 이날 행사에서 “컴퓨팅 파워에 대한 수요 증가에 HP는 최고로 잘 설계된 하드웨어를 가져야 하며, 혁신 변곡점의 선두에 서 있다”라며 “내년에 출시될 HP의 새로운 ARM 기반 서버를 보라. 그것은 서버 사업에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엔터프라이즈 서비스 사업과 스토리지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역설하면서 “내년 회사의 리빌딩을 거쳐 2년 뒤엔 성장에 가속도를 붙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