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충격파로 네트워크업계가 요동치는 모습이다. HP는 SDN 컨트롤러를 내년 상반기 중 출시할 계획을 발표했고, 시스코시스템즈는 SDN 전략을 이끌던 임원이 돌연 신흥 경쟁사로 이직해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SDN은 기존 네트워크 장비의 컨트롤 플레인과 데이터 플레인을 분리하고, 컨트롤 플레인을 SW 형태의 컨트롤러로 만들어, 중앙집중화된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구현하는 것이다. 컨트롤러를 통한 일관적인 정책 적용으로 네트워크 관리를 자동화하고, 그로 인한 인력 및 관리 비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픈플로는 오픈소스 기반의 SDN 프로토콜로 현재까지 가장 광범위하고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SDN 표준이다.
기존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이 독자적으로 제공해오던 각종 기능과 네트워크 제어 기능이 별도로 떨어져 나오고, 네트워크 하드웨어에 종속되지 않는 단일화된 관리를 실현하는 게 SDN이다. 이에 네트워크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2010년 네트워킹 사업을 본격화한 HP는 오픈플로와 SDN을 시장 판도를 흔들 전략으로 보면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SDN 컨트롤러와 기존 인프라 관리 콘솔을 통합하는 SW와 어플라이언스를 프로라이언트 시리즈 x86서버로 제공할 계획이다.
■HP, 내년 2분기 SDN 컨트롤러 출시
HP는 지난 2일 오픈플로를 지원하는 스위치 신제품을 출시하고, SDN 컨트롤러 출시계획을 발표했다.
HP는 올해초 발표한 오픈플로 지원 스위치 16종에 더해 3800 스위치 시리즈 9종을 추가로 발표했다. 오픈플로 컨트롤러와 통신할 수 있는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 이 기능은 소프트웨어 다운로드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HP는 이날 버추얼 애플리케이션 네트워크 SDN 컨트롤러도 공개했다. 애플리케이션을 새로 구축하거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새 사용자에게 할당할 때 서버부터 네트워크까지 인프라 설정을 자동화해주는 ‘HP 가상 애플리케이션 네트워크 전략’의 일환이다.
SW나 어플라이언스로 공급되며, 정책기반의 자동화 및 프로그램 가능한 네트워크를 구현한다. 수천개의 매뉴얼화된 명령줄인터페이스(CLI) 항목입력 없이 네트워크 관리자가 쉽게 네트워크 기능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고, 원터치로 신규 애플리케이션 구축을 위한 네트워크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HP는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해 써드파티 개발자가 맞춤화된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에 통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HP는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자를 위한 제품도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HP 버추얼 클라우드 네트워크’ SW는 클라우드 서비스 운영자의 네트워크 운영을 자동화해주는 도구다. 고객마다 분리된 가상의 클라우드 네트워크 환경을 할당하고, 셀프서비스를 통한 인프라 신청 시 네트워크 할당을 자동화한다.
애플리케이션 단에서 사용되는 HP 센티널 시큐리티 SW는 스위치 포트별로 보안 웹 게이트웨이를 제공한다. HP는 테크놀로지 서비스(TS) 사업부를 통해 고객사의 SDN 로드맵과 아키텍처 개발, 거버넌스 도출 등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HP의 SDN 컨트롤러는 내년 2분기 중 출시된다. 버추얼 클라우드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도 내년 2분기 출시된다. 오픈플로 서포트를 위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센티널 시큐리티 애플리케이션은 현재 사용 가능하다. HP SDN 서비스는 내년부터 제공된다.
베사니 메이어 HP 네트워킹 수석부사장은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터롭 기조연설에서 “클라우드에서 새로운 사용자에게 네트워크를 할당하는데 오랜 시간과 많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라며 “시간과 노력, 돈이 여유로울 수 없다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SDN은 네트워크에 사용자를 빠르게 추가할 수 있는 유연성과 능력, 더 적은 운영비용을 허락할 것”이라며 “SDN은 진화지, 파괴와 교체가 아니고, 네트워크가 다음 몇년동안 걸어가게 될 길이며 올바른 방향이다”라고 강조했다.
■시스코, SDN전략 뿌리부터 흔들
HP가 오픈플로와 SDN 컨트롤러 개발 계획을 발표하던 시점. 시스코는 중대한 일격을 맞았다. 이 회사의 SDN전략인 시스코ONE 가운데 플랫폼API(OnePK) 개발을 이끌어오던 톰 블랙 부사장이 돌연 아리스타네트웍스로 이직한 것이다.
톰 블랙 부사장은 시스코의 SDN 팀의 대표였다. 최근 몇년간 로레이턴시 스위치로 조용한 돌풍을 일으킨 아리스타는 SDN과 오픈플로에 대응하기 위해 시스코에서 톰 블랙을 빼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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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시스코의 SDN 전략이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한 외신은 시스코 OnePK 출시가 6개월에서 1년 정도 연기될 수 있다고도 예상했다. 그동안 오픈플로와 SDN에서 VM웨어, 빅스위치 등 오픈플로 컨트롤러 개발업체와 협력계획을 세워놓은 아리스타는 본격적으로 톰 블랙을 통해 SDN 전략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아리스타는 창업자 앤디 벡톨샤임과 과거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근무했던 인물도 영입했다. 썬의 재무책임자(CFO)였던 마이클 레만을 팔로알토네트웍스에서 데려온 것이다. 마이클 레만은 아리스타의 CFO를 맡게 된다. CFO 영입에 대해 외신들은 아리스타가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클 레만은 썬을 오라클에 매각하는 작업을 이끈 사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