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직영 휴대폰 대리점을 관리하는 김영한(34, 가명)씨. 올 초 떠들썩했던 휴대폰 가격표시제가 생각나 본사에 문의했으나 답이 없었다. 매장 휴대폰마다 붙어있는 가격은 몇 달 전 내용인데 어차피 신경 쓰는 사람도 없다.
지난해 말 이동통신사 지원을 받아 휴대폰 매장을 차린 박윤규(31, 가명)씨. 제품마다 출고가를 정확히 표시해야 한다기에 하루에도 몇 번씩 싸인펜을 굴렸다. 단, 지난 7월께까지 만이었다. 요즘은 조심하라는 이, 단속하는 이, 심지어 기억하는 이도 찾기 어렵다.
지식경제부가 올 들어 시행한 ‘휴대폰 가격표시제’가 유명무실하다. 단속은 없고, 이동통신사와 대리점 모두 두려워하지 않는다. 단속에 고삐를 조이려는 움직임조차 안 보인다. 길에는 이른바 ‘공짜폰’ 광고가 넘쳐난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은 지식경제부의 가격표시제 단속과 관련해 일선 대리점 교육을 올 하반기 들어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관련 공지를 받았다는 대리점조차 찾기 힘들다.
서울 소재 이동통신 본사 직영점 10여개를 돌아봐도 가격표시제를 지키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한 직영점 관리책임자는 “보조금 많이 줄 때 사면 이익이지 ‘99만원’, ‘88만원’ 등의 출고가를 누가 의식하느냐”며 “본사에서도 매일 바뀌는 보조금 공지만 내려온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직원은 “올 들어 가격표시제 시행 후 ‘공짜폰’ 문구를 붙이지 말라는 본사 공지를 받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본사도 이 문제를 잊고 마음이 편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주무부처인 지경부의 솜방망이 단속에 이미 예견됐었다. 국회 지식경제위 김한표(새누리당) 의원이 지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지난 1~7월 중 휴대폰 가격표시제 위반을 이유로 과태료가 부과된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운 나쁘게(?) 단속 당해도 결과가 크게 두려운 수준이 아니다. 처음에는 시정 경고, 2회부터 20~30만원 과태료, 5회 이상 걸려야 최고 500만원 과태료다.
이런 가운데 ‘17만원 갤럭시S3’로 대표되는 이동통신3사 간 보조금 전쟁이 지난 달 터지자 휴대폰 가격표시제는 더 타격 받았다. 안 그래도 유명무실한데 관심이 더 없어진 것. 형식적으로 붙여 놓았던 ‘99만원’ 표시를 손님이 놀랄까봐 치운 대리점들도 쉽게 보였다.
지경부 관계자는 “수 없이 많은 전국 대리점들을 우리 힘만으로 철저히 단속할 수는 없다”며 “방송통신위원회의 보조금 단속은 몇몇 유통 거점만 대상이기에 대리점 가격표시제 단속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경부는 소비자단체, 지방자치단체 등과 휴대폰 가격표시제 정착을 위해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지만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보조금 전쟁이 다시 터질 분위기여서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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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가격표시제?
*제품 판매가를 통신비와 분리, 명확히 표시하라는 내용이다. 대리점 사업자가 “A 휴대폰은 B 요금제 선택시 00만원” 등으로 고객에게 ‘사실’을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