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 출고가 115만원에 소비자들은 아연실색이다. 휴대폰 실 구매가 상승의 도화선, 유통망 혼란 가중까지 우려되는 것이 한 둘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제품 사양 올리기에 열중한 만큼 소비자를 겁냈는지 의문이다.
115만원은 엄청난 금액이다. 적어도 휴대폰 시장서는 그렇다. 101만원도, 105만원도 아닌 115만원이다. 단순 비교로 신혼집 냉장고, 세탁기도 산다. 애플 제품으로는 아이폰까지 갈 것도 없이 20만원 정도 보태면 11인치 ‘맥북에어’ 값이다.
갤럭시노트2에 담긴 삼성전자 기술이 진보한 첨단임을 알면서도 115만원이라는 어색한 출고가가 먼저 보인다. 90만원대에도 익숙해지지 않았기에 충격은 더 크다. ‘돈 없으면 안사면 그만’이란 일각의 말은 ‘천박’에 가깝다. 돈 없으면 빚이라도 내서 최신 스마트폰을 사게 만든 건 주머니 홀쭉한 소비자가 아닌 거대 기업들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2를 연말 ‘에이스’로 지목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가장 많이 팔겠다는 제품이 115만원이다. 삼성전자의 시나리오대로 갤럭시노트2가 국내서 수백만대 이상 팔리면 고객 주머니가 그만큼 가벼워진다는 소리다.
제품 다양화를 강조해 온 삼성전자이지만 이번에는 16GB를 비롯한 비교적 저용량 제품은 내놓지 않았다. 마진 높은 고가 제품에 힘을 쏟겠다는 전략이다.
115만원에 대한 소비자 거부감을 극복하고 많이 팔려면 마케팅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애플 아이폰5와 맞서야 하기에 더 그렇다. 결국은 이동통신사 보조금 문제로 이어진다.
이달 초 이동통신사들의 보조금 전쟁 때문에 누군 90만원에 산 갤럭시S3를 다른 누군 20만원에 사는 등 대란이 일었다. 이동통신사들이 115만원짜리를 팔려면 이런 일을 또 벌이지 못할 것 없다. 과열 경쟁을 지양하라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명은 힘이 없다.
더 두려운 미래는 근래의 80~90만원처럼 110만원대가 일반적인 스마트폰 출고가로 자리 잡는 것이다. 몇 달 뒤 “갤럭시노트2보다 사양 올렸으니 120만원 받겠다”는 곳이 나오지 말라는 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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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다른 제조사들도 99만9천원, 99만9천900원 등의 스마트폰 출고가를 책정했다. 100만원을 넘기고 싶다는 의지 표현이다. 삼성전자가 먼저 시작했으니 자신들도 100만원을 넘겨야 된다는 정당화 논리는 뻔히 예상된다.
‘한국서는 비싸야 잘 팔린다’는 속설은 이제 새삼스럽다. 명품가방도 차도, 심지어 커피까지 그렇다. ‘필수품’ 스마트폰 만큼은 이 속설이 통하지 않음을 증명할 세력은 오직 소비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