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OLED 호흡조절...中·日디스플레이는?

일반입력 :2012/10/18 15:06    수정: 2012/10/18 16:14

정현정 기자

한국업체들에 의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됐던 OLED 양산지연이 일본·중국·타이완업체들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계획에도 영향을 미쳤나?

지난 9월 베를린 국제가전쇼(IFA)이후 UD(Ultra Definition)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차세대 디스플레이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중국,일본,타이완 업체들의 차세대 디스플레이기술개발 움직임도 잠잠하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당초 타이완과 중국의 후발 업체들이 올 하반기부터 중소형 OLED 제품을 본격 생산할 것이라는 징후가 포착됐지만 아직 본격적인 양산과는 거리를 보이며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우리업체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추격해 오는 중국의 존재감을 인정하면서도 이들 업체가 내세우는 기술력에 대해서는 다소 과장이 섞인 것으로 보고 있다.

타이완의 양대 디스플레이 제조사인 치메이이노룩스(CMI)와 AU옵트로닉스(AUO)는 OLED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여전히 수율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CMI의 OLED 공정 수율은 20% 수준으로 내년 2분기가 돼야 양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AUO 역시 기술적인 어려움으로 양산 계획이 지연된 상태다.

중국 업체들도 디스플레이 전시회에 OLED 패널 제품을 전시하고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OLED 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아직 파일럿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중소형은 오르도스 지역에 구축한 5.5세대 공장에서, 대형 패널은 베이징 공장에서 각각 내년 4분기와 2014년 이후 OLED 패널 양산을 목표하고 있다. 티엔마와 비지오녹스(VISIONOX), CSOT도 샤먼, 쿤샨, 선전 등 지역에 OLED 양산라인을 구축하고 2014년 1분기 경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 대응도 시작됐다. 중국은 지난해 6월 광동성 혜주시에 재료와 부품 및 설비 분야 핵심기업과 연구단체들로 구성된 ‘중국 OLED 산업연맹(COIA)’를 설립했다. 출범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비공개적으로 활동하다 보니 아직 실체가 잘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하지만 국내 업계에서는 이 같은 중국 업체들의 목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분위기다. 중국 업체들이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목표와 달리 정작 실체는 잘 드러나지 않다 보니 중국 업체들의 행보를 허풍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장비업체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OLED 개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현장에 가보면 0.5K~1K 정도의 물량(CAPA)을 갖춘 초기 파일럿 정도 수준”이라면서 “투자자들로부터 압박을 받자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OLED를 내세우고 있는것 같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OLED 행보에 난항을 겪는 이유는 기술 구현의 어려움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LCD 기술은 모방이 가능했지만 소재를 다루는 원천기술이 절대적인 AMOLED는 그렇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국내 업체들조차 아직 OLED 기술에 대한 확실한 컨셉을 잡지 못하고 있어 후발 업체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고해상도 AMOLED 구현을 위한 LITI 공정 구현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당초 올해로 예정했던 신규 투자를 전면 보류한 상태다. 대형 55인치 OLED TV와 플렉서블 OLED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시장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긴장을 안 할 수는 없다”면서도 아직 경계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라는게 중론이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OLED 관련 제품을 가장 먼저 상용화 한 일본을 더 신경쓰고 있다. 일본은 OLED 시장에서 한국을 추격하기 위해 도시바·소니·히타치의 중소형 패널 합작사인 재팬디스플레이를 설립하고 연합전선 구축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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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타이완이나 중국 업체보다 일본이 훨씬 한국에 가까이 와있다는 느낌”이라면서 “대형에서는 역시 고전을 겪고 있지만 중소형은 이미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생산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일본 업체들의 문제는 자금 여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또 기술공유라는 게 결코 쉽지않다는 점도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OLED 업계 서열이 확실히 정해지면 우선 한국 주도로 OLED 기술 로드맵이 정리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동시에 자금여력이 충분한 중국이 삽시간에 시장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위기감도 깔렸다. 일본을 사례처럼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중국에 넘겨주지 않으려면 국내 업계 기술이 안정화 될 때까지 단속을 철저히 해야한다는 데 후방업체들도 전방업체들과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