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제왕’ 소니가 던질 신의 한수는?

일반입력 :2012/10/18 11:25    수정: 2012/10/19 08:58

봉성창 기자

갤럭시S3와 아이폰5에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 모두 소니가 만든 카메라 이미지 센서를 쓴다는 점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요즘 소니가 내놓은 카메라는 경쟁업체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이다. 특히 컴팩트 카메라나 미러리스 분야에서는 수년전부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카메라가 작아지면 아무래도 렌즈보다는 이미지 센서나 처리 엔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 부분에서 소니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다.

음향 분야에서도 소니의 기술력은 세계가 인정하는 수준이다. 오로지 고가의 하이파이 음향기기만 만드는 회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들과 대등한 품질 경쟁을 펼칠 뿐만 아니라 시장 점유율은 한참을 앞선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방송장비 분야에서 소니가 가진 시장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소니가 없으면 방송국이 방송을 못 만들어 낼 정도다. 이를 대체할 제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수많은 카메라맨들과 엔지니어들은 오랫동안 소니 장비에 익숙해져 있다.

소니가 카메라와 음향 분야에서 다른 경쟁업체를 압도할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원천 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하나는 이러한 고가의 부품을 비교적 싸게 대량 생산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최근 발표된 컴팩트 카메라 RX1은 35mm 풀프레임 센서를 사용했다. 또한 헤드폰 MDR-1R은 성형이 어렵고 가격이 비싼 액정폴리머필름 소재를 사용해 만들었다. 고가의 이어폰 부품인 밸런스드 아머쳐(BA)를 최대 4개나 집어넣은 XBA 시리즈 역시 소니의 저력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소니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버티고 있는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이 빠진 호랑이 취급을 받고 있다. 가전산업의 상징인 TV를 비롯해 최근 IT의 핵심인 스마트폰 사업에서 크게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TV는 전 세계적으로 경쟁이 치열해 이익률이 별로 높지 않다. 소니가 국내 기업과 경쟁에서 밀리며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적자를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업 규모를 축소하고 비용을 줄이는 체질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결국 소니의 당면 과제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과연 어떤 경쟁력을 가지느냐로 귀결된다. 그동안 에릭슨과 합작 법인 형태로 사업을 진행해왔지만 급속하게 변한 스마트폰 시장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사실 애플이 주도한 스마트폰 빅뱅에서 살아남은 회사는 삼성전자 뿐이다.

소니는 지난해 10월 소니에릭슨 지분 전량을 인수하고 스마트폰 사업을 직접 해나가기로 했다. 이후 회사 이름을 소니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으로 바꾸고 본사를 일본 소니 건물 바로 옆으로 이전시켰다. 앞으로 순발력 있게 스마트폰 사업을 전개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뒤늦었지만 올바른 방향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소니가 자회사인 소니모바일커뮤니케이션과 합병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이후 대표 이사도 변경하고 해묵은 적자를 털어내기 위한 강도 높은 조직개편도 이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니가 애플이나 삼성과 대등한 수준의 경쟁력 있는 스마트폰을 내놓기 까지는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를 벌충하기 위해 소니가 내놓은 전략은 스마트폰을 둘러싼 부품과 제품이다. 지난해 소니는 카메라 이미지 센서 분야에서 89%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10억 달러 가량 매출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이 부문에서 두 배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이어폰 및 헤드폰 역시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해 나감에 따라 더욱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특히 이 부문은 이익률이 다른 가전제품에 비해 뛰어나다.

기존 주력 제품의 대열 정비도 눈길을 끈다. 현재 최대 주력 분야인 카메라는 이미지 센서 크기를 더욱 키우거나 초당 10연사 등 스마트폰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통해 충돌을 피했다. 게임 분야 역시 성급히 신제품을 내놓기 보다는 기존 제품을 그대로 계속 이어나가고, 스마트폰과 시장이 겹치는 휴대용 게임기 분야는 투자를 줄이고 당분간 신제품을 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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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이 카즈오 신임 소니 대표가 새로운 경영 전략으로 내세운 '원 소니'는 온통 스마트폰에 맞춰져 있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충분히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 좋다는 점에서 애플, 삼성전자와 3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 정도로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에릭슨 지분 인수 후 조직 통합까지 거의 1년이 걸렸다”며 “이제서야 제대로 된 소니표 스마트폰이 개발되는 만큼 내년 CES나 MWC에서 어떤 제품을 내놓을 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