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IBM마저' 세계 IT경기 불황 접어드나

일반입력 :2012/10/17 13:49    수정: 2012/10/18 09:08

유럽발 경기 불황의 파도가 세계 IT업계 거인들을 잇달아 덮치고 있다. HP가 부진의 늪에 빠진지 오래고, 서비스사업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온 IBM마저 하락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제왕 인텔도 무너졌다. 세계 IT경기가 불황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IBM은 16일(현지시간) 회계연도 3분기 실적발표에서 이 기간 동안 38억달러 순익(주당 3.33달러), 매출 247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익은 전년동기보다 소폭 하락했고,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5% 줄었다.

인텔도 같은날 회계연도 2012년 3분기 실적발표에서 매출 134억6천만달러, 순이익 29억7천만달러(주당 58센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동기에 비해 매출은 14%, 순익은 5.5%씩 감소한 수치다. 비일반회계원칙 기준 주당순이익은 65센트로 전년동기대비 17% 감소다.

지난 8월 HP의 3분기 실적은 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줬다. HP는 8월22일 회계연도 2012년 3분기 실적발표에서 매출 297억 달러, 88억5000만달러 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EDS사업 감가상각을 포함한 비용을 제외한 순익은 19억7천만 달러다. 매출과 순익이 각각 전년동기대비 5%, 9% 줄어든 것이다

HP는 최근 1년 이상 매출과 순익 하락을 기록중이다. 인텔, IBM의 경우 지난 2분기까지 매출 감소 속에서도 순익 상승이란 성적은 유지했었다. 대다수 제조업 기반 IT업체들이 하락세를 보일 때도 성장세를 유지해온 IBM마저 순익 감소를 기록하면서 업계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IBM을 비롯해 IT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유럽 경제 위기를 실적부진의 주요원인으로 꼽았다. 작년부터 이어진 유럽 경기불황과 최근 중국 경기침체가 미국에도 영향을 미쳤고, 소비자 지출감소와 공공, 대기업들의 IT투자 축소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지난 9월 발표된 유럽, 중국 등의 구매관리지수(PMI)를 보면, 각국의 제조업 경기 둔화세가 역력하다. PMI는 경기 현황을 보여주는 지표중 하나로, 50 미만이면 경기수축, 50 이상이면 경기확대를 의미한다.

지난 9월 시장조사업체 마킷의 유로존 복합 PMI는 45.9였다. 전달 46.3보다 하락한 수치다. 10개월 연속 경기수축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9월 HSBC 제조업 PMI는 전달보다 0.2포인트 상승한 47.8이었지만, 11개월째 50 아래를 밑돌고 있다.

미국 9월 제조업 PMI 예비지수는 51.5를 기록했지만, 출하지수가 51.2로 전달 51.9보다 하락했다. 미국 내수가 조금씩 반등하는 가운데 유럽과 중국 시장 무역의 축소를 보여준다.

인텔의 실적 하락은 PC용 반도체 판매감소 영향을 크게 받았다. PC그룹 매출이 8% 가량 감소했다. 인텔아키텍처그룹 매출도 12억달러로 전년대비 14% 감소했다. 데이터센터그룹 이 전년대비 6% 늘어난 매출을 보였는데, 전분기에 비해 5% 감소했다.

IBM도 사업 영역 전부문에서 하락을 기록했다. 하드웨어 사업부인 시스템테크놀로지그룹(STG) 매출이 13% 줄었고, 글로벌테크놀로지서비스(GTS) 매출이 4% 줄었다. 글로벌비즈니스서비스(GBS) 매출도 6% 줄었다. 소프트웨어 매출도 1% 감소했다.

STG 매출하락은 4분기 연속이다. 하드웨어 사업 부진 속에 전반적인 상승세를 유지시켜왔던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사업마저 매출 하락을 기록하며 성장세가 멈춰버린 것이다.

HP의 경우 전년동기와 비교해 PC, 프린터 사업 매출이 3%, 서버 및 스토리지 매출이 4%, 서비스 사업이 3%, 하락했다.

주요 제조업 기반 IT업체의 동반 하락 속에 유독 삼성전자와 애플만 사상최대 실적을 갱신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5일 발표한 3분기 잠정 실적은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8조1천억원으로, 각각 전년동기대비 26%, 90.59% 증가한 수치다.

애플의 경우 지난 3분기 매출 350억달러, 순익 88억달러(주당 9.32달러)를 기록했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23%, 20% 증가한 것이다. 애플은 오는 25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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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휴대폰 등 소비자 모바일 기기가 실적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하지만, 머지않아 세계 경기침체의 영향이 삼성전자와 애플에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애플의 경우 애널리스트들이 아이폰5에 판매부진이란 평가를 내리며 4분기 실적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삼성전자는 HP, IBM, 애플 등 세계 IT제조업체에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대량 공급하고 있다. 때문에 세계 IT업체의 실적부진이 삼성전자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