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커널 개발자, 남자 99.9%…여자는"

일반입력 :2012/10/12 14:35    수정: 2012/10/13 13:58

오픈소스계의 '거장' 리누스 토발즈가 우리나라에 왔다.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리는 '제1회 코리아 리눅스포럼'에 리눅스재단 펠로(Fellow)자격으로 참석키 위해서다. 이 자리는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각국 개발자에게 리눅스 커뮤니티 참여와 협력을 호소할 목적으로 마련됐다.

토발즈는 11일 오후 행사장에서 인텔 수석 리눅스 및 오픈소스 기술자 디크 혼델과 나란히 앉아 '리눅스, 우리가 가고 있는 곳'이라는 제목으로 대화를 나눴다. 각자의 발언보다는 참석한 개발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 주를 이뤘다.

여기서 토발즈는 구성원들의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비판받는 커뮤니티 현황, 개발자들이 참여하는 방법, 오픈소스 시장에서 리눅스가 쌓아올린 입지, 비협조적 태도로 악명높은 엔비디아에 대한 평가, 데스크톱리눅스에 대한 관심, 커널 개발 방향성에 대한 철학 등을 자세히 얘기했다. 혼델은 약간 '추임새'를 넣는 역할만 했다.

■커널 개발자 커뮤니티에도 여자가 있었네

리눅스 커널 개발자 커뮤니티는 말 그대로 리눅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커널을 만드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모임이다. 불특정 다수라곤 하지만 약 200개 후원사의 급여를 받고 일하는 커널 엔지니어가 75% 정도로 분석된다.

현재 직접 작성한 코드를 커널 메인코드까지 올리는 '업스트림' 활동은 영어를 쓸 줄 아는 30~40대 남성 엔지니어 정도로 묘사할 수 있을 정도로 전형적이다. 비영어권, 여성, 젊은 개발자 비중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토발즈에 따르면 총원 1천300명쯤 되는 리눅스 커널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남성 비율은 99.9%로 압도적이다. 사실 엔지니어의 세계에서 여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건 어디나 마찬가지다.

그는 100% 남자 개발자만 있는 건 아니라는 뜻으로 여성이 한 2명 정도 있다며 남성이 많아 남성 중심이다, 영어권 사람이 많아 어떻다 말하지만 이건 외부 참여 기회를 줄이는 이유가 될 수 없다며 기회는 많은 이들에게 열려있다고 힘줘 말했다.

■웬만하면 영어를 쓰자…나도 잘 못하지만

이어 아시아를 포함한 비영어권의 코드 업스트림, 참여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지적에 토발즈는 언어적 장벽이 분명히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오픈소스 개발자가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소스코드만 커널 개발에서 중요한 게 아니고, 정작 코드는 오픈소스 커뮤니티 활동의 여러 측면을 볼 때 (사람의 언어에 기반한) '커뮤니케이션'보다 덜 중요하다며 난 핀란드 사람이지만 커널 개발(같은 국제적 규모의 커뮤니티)에 발을 들이고 싶다면 영어를 공식 언어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전통을 중시하는 전형적 서부유럽국가 프랑스에서는 개발자들이 프랑스어를 주로 쓰는데 이는 다른 나라 커뮤니티에서 많이 쓰이지 않는다며 회사 내부 개발프로세스는 현지언어로도 가능하겠지만, 커널코드 관리영역에선 다른 커뮤니티 멤버들과 공통된 언어로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나도, 내가 속한 그룹도 영어를 쓰는 게 서툴러서 가끔 '당신이 쓴 영어가 잘못됐다'는 메일을 받곤 하는데, 완벽할 필요는 없다며 기술적 영역에서 의미가 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가 오픈소스진영에 비협조적인 이유는…

행사장에선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토발즈가 상반기 핀란드에서 대학 강연중 오픈소스 지원에 성의가 없는 엔비디아를 향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낸 일이 있는 가운데 관심을 끈 질문이었다.

토발즈는 과거 자신이 엔비디아를 '만나본 중 최악의 회사'라 평한 이력을 염두에 뒀던 듯하다. 질문자에게 엔비디아가 1년뒤에도 오픈소스에 비협조적인 최악의 사례로 남진 않을 듯하다면서 모바일 플랫폼 쪽에서는 오픈소스커뮤니티에 다소 협조적일 것이라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또 앞서 엔비디아를 포함해 오픈소스에 배타적인 회사들이 그런 태도를 고집하는 성향에 대해서는 ▲폐쇄적인 문화 ▲소스코드 품질에 대한 불안 ▲잠재된 법적 이슈에 대한 우려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토발즈에 따르면 인텔 역시 조직이 폐쇄적인데다 오픈소스라이선스에 대한 법무팀의 이슈가 부족해 '과잉 대응'을 해온 이력이 있지만 10년이란 시간을 통해 경험을 쌓은 조직에는 오픈소스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최고의 데스크톱 리눅스는…

참석자가 던진 질문에는 개인적인 신념이나 취향을 알려는 시도도 있었다. 토발즈는 가장 좋아하는 데스크톱 리눅스 배포판이 뭐냐는 질문에 답하며,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가 없는 표준 배포판을 설치하고, 다른 것 필요 없이 '커널'만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GUI를 적용한 것이라면) 지금은 페도라17 버전을 쓰는데 1년 전까지 골치가 아팠던 많은 부분이 해결돼 훨씬 기분좋게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든다고 덧붙였다.

특히 토발즈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언급하며, 오픈소스 운영체제(OS)가 일반 개인들에게 유용하려면 강력한 개발 조직이 나서서 파편화 현상이 나타날 여지를 줄여줘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데스크톱 리눅스는 내가 좋아 시작한 프로젝트였지만 커널파트를 제외한 부분의 '파편화' 등 몇가지 이슈가 있어, OS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웠다며 구글이 안드로이드에 리눅스를 쓰면서 좋은 휴대폰 경험을 제공한 것처럼 어디선가 정형화된 리눅스기반 데스크톱 경험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밖에도 토발즈는 리눅스 커널이 구현한 모듈 구조가 '모놀리틱 커널'의 약점을 상쇄해줄 뿐아니라 수천명의 오픈소스 개발자들이 서로 영역침범 없이 단일한 커널시스템을 구현케 해준 성공작이라고 자평했다.

리눅스도 자본주의 세계에서 언젠가 누군가의 사유재산으로 전락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리눅스 커널에 저작권을 가진 사람은 수만명인데 오픈소스가 아니게 되려면 그 개인들의 라이선스를 처리해야 한다며 리눅스가 오픈소스라는 사실을 바꾸기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모두 아무 걱정 없이 믿어도 좋을 것이라 잘라 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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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일간 열린 행사는 첫날 구글, 인텔, 삼성전자 등 후원사 주요 인물들이 나와 개발자를 위한 비전과 기술지원계획 등을, 둘째날 삼성전자 오픈소스 OS 타이젠의 아키텍처와 개발도구(SDK), 블랙덕소프트웨어 비즈니스, 안드로이드 기술세미나, 인텔의 기업내 오픈소스 활용사례 등을 마련했다.

포럼 최대 후원사로 이름을 올린 삼성은 2일차 행사 3개 트랙가운데 하나를 모두 타이젠 관련 내용으로 채워넣고 지난 9월말 내놓은 타이젠2.0 알파버전 현황과 개요를 제시하며 자체 플랫폼에 개발자 관심을 모으기에 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