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과 거래관계인 글로벌 IT업체 IBM과 프린터업체 엡손 등이 '불공정거래 횡포를 부린 다국적기업'으로 국정감사에서 거명됐다.
11일 새누리당 조원진 국회의원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작성한 '다국적기업 불공정행위 사례'를 인용, 국내 중소기업과 거래관계인 다국적기업들의 횡포가 불공정거래행위로 나타나고 있는데도 공정거래위원회가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사례 자료에 피해 당사자로 제시된 국내 중소기업은 소프트웨어(SW) 제조 및 수입판매업체 '지식시스템(KSTEC)', SW 및 하드웨어(HW) 개발 판매업체 '장은테크', 유아교육 지원 및 교육완구판매업체 '알코', 서비스업 및 브랜드라이선싱업체 '아이시스컨텐츠', 4곳이다.
■KSTEC-IBM, 총판에 밀어내기 공급후 재정부담 외면
우선 KSTEC는 지난 1998년 10월 설립된 벤처업체로 IBM 아이로그SW를 국내에 판매하고 SW개발과 컨설팅 사업을 해온 이노비즈기업이다. 매출 90%이상이 IBM 아이로그 제품과 관련돼 있다. 프랑스 본사 소재였던 주식회사 '아이로그'와 국내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해 거래해왔는데 지난 2009년 1월 아이로그가 IBM에 인수합병돼 독점대리점권을 잃고 IBM 비즈니스파트너(리셀러)로만 거래중이다.
자료는 IBM이 아이로그를 인수합병한 뒤 'SW밀어내기' 행위로 KSTEC에 47억원어치 재고가 쌓였는데 그에 대한 일체 판매, 환불을 거부당해 거래상 우월적지위남용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한다. IBM이 판매를 불허한 재고 47억원과 금융비용 16억원을 더해 63억원 가량 비용을 떠안게 됐고 재고분에 대한 금융이자만 매달 2천800만원씩 느는 상황이라, 자금압박과 기업 경영에 타격을 받아 도산 위기다.
KSTEC가 지난해 10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신청을 했고 지난 4월 조정원이 "지식시스템이 최종고객과 계약체결하기 전에 먼저 제품을 주문하고 대금을 지급케한 한국IBM의 행위는 구입강제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있으므로 한국IBM은 KSTEC에 10억원을 지급하라"는 조정권고를 했다. 양측 모두 받아들이지 않아 5월 공정위 서울사무소로 사건이 이송됐다. 한국IBM은 KSTEC을 상대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장은테크-엡손, 입지형성후 총판계약 무단변경으로 직접거래
또 장은테크는 지난 1998년 한국엡손과 LFP총판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14년간 엡손 LFP 판매활성화를 위해 일반판매점 개발과 양성, 전시회 판촉, 고가장비 할부구매 촉진을 위한 은행담보 제공 등을 추진했다. 엡손은 현재 우리나라 사진출력, 그래픽아트 등 출력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형성, 지난해 기준 매출규모 90억원가량을 이뤘다고 자료는 지적한다.
자료에 따르면 엡손의 LFP 판매방식은 총판대리점인 장은에게 프린터 및 기타 소모품을 공급, 일반 판매대리점을 통해 소비자에게 파는 구조다. 올해 현재 14개사 대리점을 개발했는데, 계약을 변경하면서 기존 대리점들과 HW 직접거래를 선언했다. 국내시장 입지가 형성되자 계약사항을 위반하며 일방적으로 계약내용을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계약서에 "계약기간은 1년으로 하고 변경사항이 있을 경우 서면으로 통지해 합의후 변경한다"며 "그렇지 않은 경우 계약은 동일조건으로 자동갱신된다"고 써 있다. 엡손은 합의하지 않았다.
자료는 "장은테크는 매출 70~80% 이상이 엡손 제품에 의존하던 상황에서 거래상대가 일방적으로 계약내용을 바꾸고 대리점과 직접거래함으로써 심각한 경영피해를 입었다"며 "기타 국내 총판대리점으로써 제품판매를 위해 지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쓴 프로모션 비용 5억9천800만원도 배상돼야 한다"고 썼다.
■아이시스컨텐츠-산리오, 일방적 계약해지로 시장 탈취
그리고 아이시스컨텐츠는 지난 2001년부터 캐릭터 '헬로키티' 저작권자인 일본회사 산리오와 거래해왔는데 국내시장이 성장하자 계약기간중 일방적 계약해지로 시장을 빼앗은 사례 당사자다. 이후 산리오는 한국법인 산리오코리아를 통해 국내 라이선시 100여곳과 계약해 사업을 진행중이다.
헬로키티는 국내 캐릭터이미지조사 1위인 캐릭터다. 아이시스컨텐츠는 지난 2001년 산리오코리아와 거래 시작한 이래 매년 30%이상 매출을 높여왔고 지난해 120개 협력사와 150개 라이선스사를 만들었다. 수년간 라이선스업체, 제조 및 유통협력업체들과 함께 캐릭터 국내인지도 1위를 만들었으나 산리오사의 불공정 계약해지로 모든 사업을 빼앗긴 사례로 묘사된다.
자료에 따르면 아이시스컨텐츠는 부도,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중이다. 수많은 라이선스업체와 협력사가 파탄 위기에 처했고 산리오코리아의 ‘업무상 배임과 업무방해, 신용훼손, 명예훼손’ 혐의는 경찰 고소,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산리오 및 산리오코리아의 불법불공정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중이다.
■알코-레고, 일방적 계약해지와 영업비밀 침해
한편 알코는 지난 2001년부터 덴마크 블록완구업체 레고의 제품을 공급받아 자체 제작한 교육용 콘텐츠로 전국 113개 '레고교육센터'를 가맹점형태로 운영해왔다. 콘텐츠는 레고를 활용한 워크북 형태의 유아, 어린이 교육프로그램이다. 레고는 알코에 높은 라이선스료를 요구해오다 지난해말 계약만료를 이유로 계약 갱신을 일방적으로 거절, 한국법인 레고코리아에서 알코의 가맹점과 계약을 체결해 사업을 탈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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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요구해온 라이선스료는 지난 2008년 3억원, 2009년 4억5천만원, 2010년 5억5천만원, 지난해 12억원으로 늘어왔다. 이후 가맹점주에게 계속 사업을 원하면 가맹계약을 변경하라는 메일을 보냈고 알코의 가맹점 정보, 교육시스템 콘텐츠와 교재 등 영업비밀을 침해했다.
알코는 레고사의 일방적인 계약갱신 거절과 한국 법인을 이용한 교육시스템 탈취로 레고교육시스템 개발, 10년간 늘려온 가맹점 113곳 운영 투자노력을 모두 잃은 셈이다. 레고의 부당한 거래거절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신청된 상태이며 레고코리아의 영업비밀침해는 검찰에 고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