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 NO' IBM "KSTEC, 합의할래"?

일반입력 :2012/09/22 14:50    수정: 2012/09/23 09:26

IBM이 자사 소프트웨어(SW) 제품에 대한 '편법영업의 희생자'로 알려진 국내 협력사 KSTEC에게 화해의 손을 내민 걸까. KSTEC과 4개월 전 그에 소송을 제기한 한국IBM이 현재 법원에서 조정절차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21일 이승도 KSTEC 대표는 IBM이 앞서 4월초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냈다가, 두달쯤 전 7월께 법원에 조정신청을 냈다며 우리와 지난달 중순 1차 조정을 진행했고 곧 2차 조정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IBM이 신청한 조정내용에 따르면 KSTEC과의 분쟁을 당사자간 합의로 매듭짓고 싶어하는 듯하다면서 재판은 채무부존재소송에 대한 것이지만 그 내용은 채무부존재를 다루는 것과 당사자간 조정합의, 2가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상반기 KSTEC은 지난 10년간 SW업체 아이로그와 이를 인수한 IBM에게 총판 입장에서 제품 구입을 강제당한 소지가 있음을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하 '조정원')에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4월초 조정원이 한국IBM이 KSTEC의 사업 채무를 일부 배상하라는 조정권고를 상반된 입장에 따라 받아들이지 않았다. KSTEC은 구입강제로 떠안은 채무에 비해 배상액이 턱없이 모자라서, 한국IBM은 청구된 배상의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라서다.

지난 4월말 양사 사건이 조정합의에 실패하고 5월초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 접수됐다. 그런데 한국IBM은 조정이 끝나기도 전인 지난 4월초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KSTEC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였다. KSTEC에서 주장한 손해배상청구 내용에 근거가 없다고 인정받기 위해서였다.

KSTEC은 지난 1998년부터 국내 아이로그SW 사업을 해왔고 2003년부터 독점총판 지위를 얻었다. 회사 입장을 요약하면 ▲2002년부터 아이로그SW 밀어내기가 있었고 당시 이를 관장한 임원은 싱가포르 아이로그 아태본부 F 제너럴 매니저 ▲2009년 1월 IBM이 아이로그 사업부를 통합하며 한국IBM이 국내서 그 권한과 책임을 이관받았으나 F씨가 IBM 아태본부 담당임원으로 남아 간섭함 ▲2012년 올해까지 10년간 밀어내기로 쌓인 SW재고 구입비가 47억원, 이를 억지로 사느라 발생한 금융이자는 (지난 7월말 기준) 약 16억원, 3가지다.

한국IBM은 사건 관련 취재에 공식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다. 지디넷코리아가 입수한 소장을 근거로 그 입장을 대신해 보면 ▲아이로그가 IBM에 통합돼 국내 사업을 본격화한 2009년 7월1일 이전에 KSTEC과 아이로그 사이 거래관계는 IBM에게 '모르는 일' ▲아이로그 회사가 IBM으로 합병된 이후까지 10년간 아이로그 아태지역 영업총괄 담당자였던 F씨가 KSTEC에 구입을 강제했다는 주장은 거짓 ▲KSTEC이 주장하는 2002~2009년 재고 SW 구매액과 이자 비용을 더한 합계 배상요구는 사실적 법률적 근거가 없어 부당함, 3가지다.

소송관련 자료에 따르면 한국IBM은 지난 2010년 3월 내부감사를 통해서도 기존 아태본부 영업대표였던 F씨가 SW 밀어내길 한 듯한데 '기록된 문서(Written Document)'가 없으니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후 아이로그 국내사업을 한국IBM이 관장하게 된 2011년 내내 SW사업부(SWG) 영업대표들이 F씨처럼 밀어내길 계속했다는 게 KSTEC 주장이다. 한국IBM은 이 기간 KSTEC이 추가로 떠안은 손실도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 6월29일 양측 법률대리인이 채무부존재확인소송 진행을 위해 법원에 첫 출석했다. 국내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진 7월중엔 심리를 위한 소송 내용 확인 과정을 거치는 중이었다. 본격적인 법정공방이 이달말 양측 당사자가 출석하면서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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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간 조정진행여부에 대해 묻자 한국IBM 관계자는 KSTEC과 소송이 진행중인 것은 맞다면서도 회사 방침상 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고 답했다.

당초 한국IBM은 KSTEC에 배상 책임이 없음을 입증하려고 소송을 걸었는데, 3개월만에 스스로 조정신청을 했다는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처음부터 당사자간 협상을 고려했다면 조정원의 권고를 따랐어야 맞기 때문이다. 앞서 '밀어내기 정황'을 포착한 조정원처럼, 공정위가 조사후 '불공정거래행위'에 따른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사실이 어떻든, 전후 시기상 한국IBM이 고용한 법률대리인의 조언에 따라 입장을 바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