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밀어내기, 감사 뒤에도 계속했다"

한국IBM '아이로그' 총판, KSTEC 이승도 대표

일반입력 :2012/07/27 08:25    수정: 2012/07/27 15:29

한국IBM과 국내 협력사 KSTEC 사이에 불거진 소프트웨어(SW)제품 구입강제행위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더불어 양사의 법정공방으로 이어졌다. KSTEC은 공급사 IBM의 일명 '밀어내기'방식 영업 때문에 떠안은 사업상 채무로 기업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밀어내기'란 일종의 편법 영업으로 실수요가 없는 상태에 제품을 선주문(PO) 형식으로 공급해 매출목표를 맞추는 관행을 가리킨다. 대개 공급사가 총판을 맡은 협력사에 구입을 강요하면서, 이를 따르지 않으면 공급책의 지위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위협하는 식이다. 지난 10년간 SW업체 아이로그와 한국IBM을 공급사로 상대해온 KSTEC측은, 이를 겪은 당사자로서, 현재 IBM측이 자사에 쌓인 SW재고를 환불해주지도 않으면서 실제 판매도 못하게 막은 탓에 회사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 해부터 이를 조사해 온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IBM이 KSTEC에 구입강제 해당행위 소지가 있다는 판단아래 지난 4월초 조정권고를 했다. 그러나 양사가 조정안을 따르지 않으면서 한국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사건이 접수됐다. 그로부터 며칠뒤 한국IBM은 KSTEC의 배상청구에 근거가 없음을 주장하며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다.

기술혁신형중소기업 '이노비즈'로 인증되기도 한 KSTEC은 IBM이라는 다국적 SW기업을 상대로 공정위 조사와 법정싸움을 병행하는데 부담을 느끼면서도 이제껏 쌓여 온 상대측의 횡포를 감수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지난 25일 만난 이승도 KSTEC 대표는 자사에 대한 구입강제행위가 IBM이 인수하기 전 아이로그에서 그치지 않고 사업을 이관 받은 한국IBM에서도 지속됐고, 본사측에 문제를 제기해 치른 한국IBM 내부감사 이후에도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0년 3월에 IBM K실장이 감사를 했는데 당시 아이로그 아태본부 영업대표였던 F씨가 SW밀어내기를 한듯하나 기록된 문서(Written Document)가 없으니 책임 없다고 결론내렸다. 문제는 그 뒤에도 (아이로그 인수후 국내사업 관장하게 된) 한국IBM 소프트웨어그룹(SWG) 영업대표들이 밀어내길 계속했다는 거다. 지난해 3월엔 A생명보험 이름으로 8천800만원, 6월엔 S철강 이름으로 5천400만원어치 했다. 당시 회사 여력으로 대금지급이 어려웠는데 실제 수주는 13개월이나 지나서야 이뤄졌다. 이 기간 떠안게 된 금융비용이나 추가 유지보수비용도 IBM은 책임이 없다고 한다.

KSTEC은 1998년부터 국내 아이로그SW사업을 해왔고 2003년부터 독점총판 지위를 얻었다. 이 대표는 2002년부터 아이로그SW 밀어내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아이로그측 담당임원은 싱가포르 아이로그 아태본부 F 제너럴 매니저가 이를 관장했다고 한다. 2009년 1월 IBM이 아이로그를 통합인수합병하면서 한국IBM이 해당 사업을 국내서 주도하게 됐으나 IBM 아태본부 담당임원으로 F씨가 계속 자리해 간섭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결국 올해까지 10년동안 쌓인 재고가 47억원어치, 이를 억지로 구매하기 위해 발생한 금융이자비용만 약 1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금융비용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고, 시간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우리같은 중소SW 회사가 공급사측 압력으로 이제 팔 수도 없는 제품을 떠안았는데…IBM이 이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도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IBM은 지난해 9월,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접수하기 전까지 아무 조치가 없었다. 그 전년도 3월 IBM 감사 K실장이 결론은 책임 없다고 내렸지만 상응하는 보상으로 지금 협력사 지위(티어1 파트너)로 받는 것 이상 추가할인, 분기당 마케팅비용 1천만원씩 5년간 지원, 10년간 지위유지를 제안했는데…(이행되지 않았다)

■법적공방 준비 중...'밀어내기' 입증할 것

이 대표에 따르면 IBM은 아이로그 인수 직후 오히려 KSTEC을 더 닦달했다. 지난 2010년말 재고 물량에 대한 미지급 잔액분에 대해 '지급합의서'를 쓰게 하고 이자를 요구하며, 불이행시 IBM과의 거래를 끊겠다고 압박했다 한다. 당시 KSTEC은 자체 솔루션 개발과 판매를 준비해왔지만 앞서 오랫동안 아이로그SW 비즈니스에 주력해왔다. 독점총판자격을 빼앗기면 그 자체로 큰 타격이 불가피했다. 요구하는대로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KSTEC을 위기에 몰아넣은 선주문 계약에 대한 강제성 여부, 아이로그와 IBM측의 밀어내기 영업이 실재했음을 논리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로그SW 판매가 성립하려면 공급자 측에 필수적인 사용자 등록정보가 밀어내기 제품일 경우 허위로 저장돼 있고, 아이로그와 IBM측도 인정하는 부분으로 '라이선스키 발급'이 이뤄지지 않은 게 사실이란 이유다.

지난 5월23일 공정위에 사건 되고 나서, 한국IBM이 KSTEC에서 주장한 손해배상청구 내용에 근거 없다는 확인을 받으려고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이란 것을 제기했다. 법무대리인으로 국내 최고 로펌이라 알려진 '김앤장'을 세웠다. IBM이란 세계최대 IT기업이 일종의 횡포를 부리는 게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중소SW기업 입장에선 이런 다국적기업의 행위가 근절돼야 한다고 본다. 끝까지 공정위가 정말 공정한 조사를 해주기바라고, 우리도 적극적으로 대응해 문제가 해결되길 바란다. 정부 쪽에서 이런 구입강제같은 다국적기업 횡포가 없어지도록 제도적 보호장치가 마련됐으면 한다.

한편 한국IBM측은 이 사건에 대한 취재 질의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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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지가 입수한 소장에 따라 IBM측의 입장을 요약하면 '2009년7월1일 이전의 KSTEC과 아이로그 사이 거래관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며 아이로그 아태지역 영업총괄 F씨가 구입을 강제했다는 주장을 사실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과 'KSTEC이 주장하는 2002년~2009년 재고 SW 구매액과 그 이자비용을 더한 합계 배상요구는 사실적 법률적 근거가 없는 부당한 것'이다.

결국 지난달 29일 KSTEC과 한국IBM, 양측 법률대리인은 채무부존재확인소송 진행을 위해 법원에 출석했다. 당장은 소송 초기단계로 심리를 위한 내용 확인이 진행중이다. 본격적인 법정공방은 오는 9월29일 양측 당사자가 출석한 이후 시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