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공정위가 적발하지 않았으니까요”
“삼성폰 얼마에 샀는지 기억은 없지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휴대폰 가격을 부풀렸다는 이유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휴대폰 제조·통신사들을 고소했지만 미국 애플사에 대해서는 침묵해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피고로 지목된 회사들은 입장 표명을 자제하면서도 애플과 비교해 국내서 역차별을 당했다며 한숨 쉬는 모습이다.
참여연대는 10일 서울 중앙지방법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산 휴대폰 가격은 뻥튀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소비자 100여명과 함께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을 상대로 원고 한 명당 피해 보상액 30만원을 지불하라는 민사 소송도 접수했다.
소장을 보면 피고로 지목된 회사들이 휴대폰 가격을 고의적으로 부풀린 후 보조금을 지급, 할인 판매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같은 이유로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회사들에게 총 453억3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참여연대는 이를 소송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회사들 중 LG전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정위 제제가 부당하다며 지난 8월 법원에 집행정지를 요청한 상태다. 이번 참여연대 소송에 대한 대응도 적극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소송 관련 논제들 중 애플과의 형평성 문제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간단히 말해 “애플처럼 보조금 없이 팔면 문제 삼지 않겠는가?”라는 비판 여론이 업계에는 상당하다.
지난해 삼성전자 ‘갤럭시S2’와 애플 ‘아이폰4S’의 대결을 보면 상황파악이 쉽다. 초기 출고가가 갤럭시S2 84만7천원, 아이폰4S(16GB) 81만4천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약정가입에 따른 실 구매비도 두 제품이 비슷하다. 당시 KT 5만5천원 요금제 2년 가입 조건에 갤럭시S2와 아이폰4S 할부원가가 20만원대 초반이었다. 비슷한 규모 보조금을 KT가 적용한 결과다.
다만, 갤럭시S2 보조금은 삼성전자가 일부 분담했지만 아이폰4S 보조금은 KT가 전부 지원했다. 애플은 전 세계적으로 이동통신사에 보조금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다.
애플의 고유 전략에 대한 논쟁은 차치, 국내 제조사들은 보조금을 보태주고도 소송에 휩싸인 것이다.
이날 참여연대 측은 애플 관련 질문에 “공정위가 적발하지 않아 우리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원고 대표로 나선 대학생 김주호(서울시립대 재학)씨는 “지난 2010년 삼성 휴대폰을 샀는데 적절한 가격이 아닌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며 “구체적인 금액과 기종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 친구들은 향후 삼성 취업을 거론하며 소송을 만류했지만 소비자 기만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는 생각에 참여연대와 함께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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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소송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소비자 여론을 의식, 공식 대응에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조사 임원은 “아이폰은 원래 90만원 가치가 있고, 국산폰은 실제 50만원인데 90만원에 책정했다는 여론에 할 말을 잃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