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형서비스(IaaS) 시장에 '늦깎이' 사업자로 나선 오라클은 자사 하드웨어(HW)를 내세워 경쟁사를 추격할 모양이다. 앞서 선보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플랫폼(PaaS)에 이은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의 모든 계층을 아우르려는 계획일까. 어쩌면 오히려 부진의 늪에 빠진 HW 판매실적을 끌어올릴 처방일 수 있다는 지적이 눈길을 끈다.
주요 외신들은 26일(현지시각) 오라클이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를 따라잡기 위해 IaaS 기술을 준비중이며 그 전략상 핵심적 역할은 HW에 달렸다고 보도했다.
미국 지디넷은 오라클에게 IaaS는 익숙찮은 영역이라며 DB와 기업 인재 관리 기술에 특화된 핵심 전문석에서 멀어진 기술을 출시한 행보는 더 광범위한 전략을 구사한다기보다 더 큰 고객 수요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실적공개를 통해 우리가 새로 선보일 IaaS는 오라클 클라우드의 보안성있고 가상화된 연산능력과 스토리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그리고 이게 중요한데, 오라클이 관리하는 프라이빗클라우드처럼 고객 데이터센터에 설치된 고유한 인프라 서비스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엘리슨 CEO가 자사 HW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오라클이 관리하는 프라이빗클라우드'는 회사의 3종 어플라이언스와 클러스터, 스토리지와 네트워크 장비를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지적한 미국 지디넷은 엘리슨 CEO의 발언을 놓고 오라클은 고객들이 자사 소프트웨어(SW)와 HW를 기업내 구축한 오라클 기반 온프레미스(프라이빗) 클라우드와 마찬가지로 퍼블릭 클라우드에 쓰게 할 셈이라 썼다.
다만 오라클 클라우드 IaaS는 당장 현역인 아마존웹서비스(AWS)나 구글과 MS의 대응서비스와 견줄 때 다소 거리를 둔 '교묘한 트릭'에 가깝다는 평가다.
일단 MS는 최근 출시한 윈도서버2012와 시스템센터2012 기술로 자사 퍼블릭 클라우드 '윈도 애저'와 맞물리는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오라클과 약간 닮았지만 MS는 자체적으로 시스템HW를 만들지 않는단 점이 다르다.
AWS는 클라우드 구축솔루션 전문업체 '유칼립투스'와도 손잡았다. 그리고 '스토리지 게이트웨이'라는 SW를 통해 유칼립투스 기반 인프라와 아마존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 사이 데이터 이동을 쉽게 만들어줬다. 여기서도 HW 얘기는 별 관련이 없다.
구글은 오라클과 가장 거리가 멀다. 자체 IaaS 서비스인 '구글 컴퓨트 엔진(GCE)'과 PaaS '구글 앱 엔진(GAE)'은 퍼블릭 클라우드로만 제공된다. 기업이 인프라를 소유하는 프라이빗클라우드 시나리오는 빠졌기에 사용자가 HW에 관여할 여지를 안 보인다.
그나마 HP가 오라클 클라우드의 HW관련 메시지가 가장 닮은꼴이다. HP는 몇년 전부터 '클라우드시스템'이라는 인프라 전략을 구성해왔다. HP는 자사 스토리지와 서버를 기반으로 오픈소스 클라우드 플랫폼 '오픈스택' SW를 돌리는, AWS같은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을 제시한다.
예시한 업체가운데 오라클처럼 HW 사업을 크게 벌이는 회사는 없다. 오라클은 3년전 썬을 사들인 뒤 그 역할을 자사 전략의 핵심인 클라우드용 고성능HW에서 찾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오라클은 자사 HW를 종종 일반적인 HW로 취급하긴 한다.
오는 3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오라클 오픈월드 행사는 이런 회사의 HW와 클라우드 IaaS 전략이 구체화될 결정적 자리로 묘사된다.
업계는 회사가 앞서 고객관계관리(CRM) 시장 경쟁자 세일즈포스닷컴과, 최근 '몽고DB'같은 신진 데이터베이스 기술과, HANA 어플라이언스 연합의 중심추 SAP와 깊어가는 경쟁구도에 압박받는 중이라 인식한다. 프라이빗클라우드, 뒤늦게 뛰어든 PaaS와 SaaS 시장의 수많은 신규 업체와도 그런 상황으로 비친다. 오라클이 이 국면을 어떻게 타개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래서 어쩌면 오라클은 HW 판매와 홍보 전략의 일환으로 퍼블릭클라우드 사업을 개시한 것일 수 있다는 의심도 있다. 미국 지디넷 블로거 잭 클라크는 엘리슨 CEO가 자사 HW를 IaaS 기술 핵심요소로 삼을 경우, 이는 클라우드에 적절한 HW로 만드는 방식이라 표현했다. 이는 퍼블릭 IaaS의 역량이 입증될 경우 오라클 입장에서 '죽쑤고 있는' HW분야 실적을 끌어올릴 지렛대가 되리란, 다소 파격적인 추정이다.
이같은 '오라클의 도박'이 사람들의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 도입 시점에 경쟁자를 넘어설 이점으로 작용하거나 소기의 성과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음주 오픈월드를 통해 구체적인 메시지가 도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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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클라우드 시장에서 프라이빗과 퍼블릭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동일한 HW로 구축시 더 큰 이점을 보일 것이란 증거는 별로 없다. 오라클은 자사 SW기술력을 '엑사'로 시작하는 HW에 잘 녹였으며 오라클 퍼블릭 클라우드는 그 HW에 기반한다고 회사측은 주장한다. 그러나 오라클 스스로도 아직 자사 퍼블릭 서비스에 다른 회사 기술로 구성된 자체 인프라를 연결해 쓰는 것과 양쪽 모두 오라클 기술로 쓰는 경우,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주장할만한 근거를 덧붙이기는 어렵다.
어쨌든 회사가 새 클라우드 기술을 도입한 성과가 얼마나 될지는 아마존이든 오라클이든 써봐야 측정 가능하다. 다만 오라클은 역사적으로 특정 요소기술로 짜인 '싱글테넌시' 환경이 더 나은 보안성을 제공한다고 강조해온 것으로 묘사된다. 이게 사실더라도 사용자가 그런 단일 특성에 의존해 클라우드 모델을 운영한다면 이는 아마존, 구글, MS같이 저렴한 HW로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규모의 경제 이점을 얻긴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