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되는 '예술', 인텔 투자 이유는?

이희성 인텔코리아 대표

일반입력 :2012/09/21 16:30    수정: 2012/10/02 09:18

남혜현 기자

마니아 층으로만 프로젝트를 한정하는 게 아까웠어요. 드렁큰타이거와 투애니원(2NE1)을 보러 온 관람객들이 자연스레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도록 외연을 넓혀주고 싶었습니다.

이희성 인텔코리아 대표를 21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만났다. 미디어그룹 바이스와 3년째 공동 개최하는 '크리에이터 프로젝트' 행사를 앞둔 그는, 마치 '인텔'이라는 갤러리의 관장처럼 보였다.

한 번이라도 크리에이터 프로젝트를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행사장에 전시된 작품 대부분은 대중에 낯설다. 사람들이 줄서서 보는 유명 화가의 회화라기 보단 비엔날레에 초청된 실험적 작가의 설치미술에 가깝다.

올해 눈에 띄는 작품도 실험 영화제작자인 크리스 밀크가 만들었다. 사람람 동작을 인식하는 대형 스크린인데, 앞에서 사람이 손을 흔들면 화면 속 철새들이 떼지어 내 그림자로 몰려든다.

전시작들은 대부분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흥행이 보증되지 않고, 마케팅 효과도 적은 예술 프로젝트를 인텔이 3년째 후원하는 이유다.

이희성 대표는 기술이 예술을 더 확장시키고, 우리의 삶을 더 낫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라고 프로젝트 의의를 설명했다.

인텔에 따르면 올해 크리에이터 프로젝트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브라질, 중국 등 5개 국에서 진행된다. 지난해 포함됐던 영국과 독일은 제외됐다.

유럽 주요 국가가 배제됐음에도 한국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가 계속되는 것은 혁신과 성과 때문으로 평가된다. 마니아 전유물로 알려진 크리에이터 프로젝트를 대중과 결합하는 것도 우리나라서 먼저 시도했다.

이 대표는 이런 프로젝트를 함으로써 젊은 사람들에게 인텔이 재미없고 딱딱한 컴퓨터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투애니원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들에 인텔이란 기업 브랜드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동대문을 전시 장소로 택한 것도 '새로움' 때문이다. 인텔은 지난해 청담동에 위치한 한 클럽에서 파티 분위기로 전시를 치뤘다. 올해는 오는 22일 공사중인 동대문 역사문화공원 앞 잔디광장에서 야외 콘서트를 연다. 동대문과 인텔, 예술과 반도체라는 안 어울리는 집합들이 모여 지난 프로젝트와는 또 다른 에너지를 만들어 낼 예정이다.

이 대표가 크리에이터 프로젝트로 꿈꾸는 변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내년에도 우리나라서 전시를 개최하게 된다면,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싶어 했다. 역시 다른 나라선 시도하지 못한 부분이다. 그 자신이 대학시절 연극을 했던 경험이 반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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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단막극이나 시리즈극을 전체적인 것(메시지)과 연동시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해요. 그간 극적인 요소는 프로젝트에 결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시도가 될 겁니다. 무대 장치나 조명, 미술 등에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수 있겠죠. 잘만 하면 다른 나라서도 이를 따라할 겁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바이스도 설득해야 하고, 올해 프로젝트 성과도 인정받아 본사로부터 투자도 받아야 한다. 재밌는 시나리오를 짜고, 주제를 돋보이게 할 기술적 장치도 고안해야 한다. 어려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희성 대표의 눈은 순간 반짝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