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의 아이콘' 시스코, 호환성을 말하다

일반입력 :2012/09/21 14:14    수정: 2012/09/21 14:34

'독불장군' 시스코시스템즈가 달라졌다. 독자노선의 대명사에서 호환성의 전도사로 나섰다.

시스코는 IT업체 중 독자노선의 대명사로 꼽힌다. 기술 호환을 거부했던 시스코의 태도는 남들보다 한발 앞서 개발해 시장을 유리하게 이끄는 혁신 전략의 일환이었다. 인터넷 시대를 제패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였다. 시스코는 네트워크업계에서 개방보다 폐쇄의 아이콘이었다.

시스코는 언제부턴가 통합커뮤니케이션(UC)을 위시한 협업을 말하면서 호환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시스코코리아(대표 장성호)가 20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칼 위지 시스코 글로벌콜래보레이션세일즈 총괄 수석부사장은 “시스코는 언제, 어디서, 어떤 기기에서든 기업 내 협업 환경을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강조했다.

언제, 어디서 어떤 기기를 사용하든 협업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는 건 호환성을 전제로 한다. 단순히 세상에 존재하는 운영체제(OS) 모두를 지원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모바일, PC, 가상화, 소셜미디어, 웹, 애플리케이션 등 IT 이용환경 전반을 아우른다.

시스코가 UC시장에서 호환성을 강조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는 웹엑스와 재버다. 시스코는 컨퍼런싱 서비스인 웹엑스를 애플리케이션 클라이언트와 웹서비스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웹엑스는 화상회의나 여러 UC 애플리케이션에 연동된다.

함께 사용되는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재버는 인스턴트메신저(IM), 음성·영상, 파일공유 등의 UC 기능을 기업 내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할 수 있게 한다.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같은 SNS도 재버에 연결할 수 있다.

위지 부사장은 “재버 프레임워크는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를 이용해 SAP, G메일 등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에 연동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호환성에 대한 시스코의 태도변화는 화상회의 쪽에서도 나타난다.

과거 UC 시스템은 회사 내부 조직원 간에 주로 사용됐다. 화상회의가 특히 그렇다. 회사 외부인과 화상회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A기업이 시스코 화상회의를, B기업이 폴리콤 화상회의를 사용한다면 A와 B 사이의 협업 시스템은 호환되지 않았다.

그러던 화상회의 플랫폼 사이의 비호환성이 사라진 건 2010년 시스코가 텐드버그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시스코는 경쟁업체였던 텐드버그를 인수해 몸집을 키웠는데 당시 유럽연합(EU)는 조건부로 인수를 승인했다. EU는 화상컨퍼런싱 코드를 공개하도록 했고, 이후부터 경쟁사의 화상회의 솔루션이 시스코 장비와 호환될 수 있게 됐다.

이후 화상회의에 있어서 만큼은 시스코도 호환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시스코측 관계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언급하며 호환성에 대해 강변했다.

시스코측은 MS 링크가 비표준 환경인 탓에 직접적인 파트너십이 아니면 완벽한 통합을 이루기 어렵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때문에 링크를 위한 별도의 게이트웨이를 이용해야 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시스코는 MS의 스카이프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려 시도했다. EU가 MS의 스카이프 인수를 무조건 승인한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시스코는 EU 측에 MS 링크-스카이프 솔루션과 시스코 등 시중의 UC 플랫폼 간 통신이 불가능하며 상호운용성을 막는다고 주장했다. 과거 시스코의 텐드버그 인수 시 조건부 승인을 요구한 것이다.

당시 마틴 드비어 시스코 비디오&콜래보레이션그룹 부사장은 블로그를 통해 “몇몇 통신사나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특정 브랜드 이용자에만 전화를 걸 수 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라며 ”시스코는 영상회의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피하길 원한다“라고 밝혔다.

시스코의 주장대로라면 스카이프 사용자가 시스코 텔레프레즌스 사용자와 통신하는 건 불가능하다. 화상회의뿐 아니라 VoIP 역시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칼 위지 부사장은 “얼마전 참석한 CIO 라운드테이블에서 참석자들은 스카이프가 품질을 예측하기 힘든 솔루션이라고 지적했다”라며 “컨슈머급과 비즈니스급의 품질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화상회의를 둘러싼 시장의 변화도 시스코에게 호환성을 강요한다. 통신사업자를 통한 매니지드 서비스가 UC 영역과 만나면서 비롯된 현상이다.

통신사업자들은 여러 UC솔루션업체들과 계약해 공용 인프라를 꾸린 후 가입자를 모집해 제공하는 매니지드 서비스를 구성한다. 이때 시스코의 장비 뿐 아니라 여러 회사의 솔루션이 혼합된다. 타사 장비와 호환을 보장하지 않으면 매니지드 서비스를 위한 계약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날 칼 위지 부사장은 “그동안 주축을 이뤘던 구축형 서비스뿐 아니라 서비스 프로바이더를 통한 매니지드 서비스에 주력할 것”이라며 “서비스로서의 화상회의는 협업이 어느 누구하고 이뤄진다는 것으로 폐쇄적인 시스템이 개방형으로 바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그는 시스코가 엔드투엔드 UC솔루션을 보유한 유일한 업체란 사실 역시 강조했다. 코어 네트워크부터 UC플랫폼, 텔레프레즌스, 컨택센터, UC 애플리케이션 등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를 어떤 환경으로든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다른 경쟁사가 클라이언트만 제공할 수 있다면 시스코는 다양한 비디오 분야 솔루션과 전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라며 “이는 총소유비용(TCO) 측면에서 초기 투자부터 유지보수까지 경쟁력있는 비용구조를 갖게 해준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