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정부, 공영방송 수신료 현실화해야”

일반입력 :2012/08/28 16:44

전하나 기자

공영방송의 수신료를 점진적으로 높여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나치게 낮은 수신료가 광고 의존도를 높이고 이 때문에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경쟁력이 하향평준화됐다는 분석이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정책팀장은 28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차기정부 방송통신 정책포럼’에 발제자로 참석해 “공영방송의 광고수익 의존도가 커지게 되면 공공성 훼손은 물론 구조적인 경쟁제한성이 발생한다”며 “공영방송 수신료 개선은 공영방송 위상을 재정립해 방송시장 구조 개편에 대한 전제조건”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상파 VOD 콘텐츠가 편당 500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는 가운데 현재의 공영방송 수신료 실질가치가 가구당 600원이라는 것은 심각한 얘기”라며 “이런 상황에서 공영방송의 공적책임 수행 지속가능성이나 방송콘텐츠 산업 성장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기준 국내 방송사업을 통한 재원유입의 순규모는 5조원에 채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 중에서도 공영방송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1.8% 가량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이 팀장은 “방송 관련 사업수익보다 기타 수익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어 방송시장 재원의 왜곡이 나타난다”면서 “이것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의 공영방송 재원 구조는 수신료를 중심으로 형성, 운영되고 있다. 특히 공영방송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전체 방송재원 중 2010년 기준 수신료 비중은 우리나라의 최소 2배 이상이었다.

그는 “지난 1981년부터 30년간 KBS의 수신료가 2천500원으로 고정된 반면 영국 공영방송 BBC는 216.3%가, 일본 공영방송 NHK는 58.5%가 올랐다”며 “각 나라의 물가상승률을 감안시 BBC 수신료의 실질가치는 30년전 대비 13.32%, NHK는 62.05% 증가했지만 KBS는 76%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영 방송사는 광고 등 방송사업 외적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팀장은 “공영방송사가 사적 시장, 즉 수익 시장에 계속 참여하고 그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은 타당성을 넘어서 슬픈 현실을 반영한다”며 “국내 방송시장 경쟁구조를 고려할 때 공영방송이 경쟁시장 영역에서 유의미한 시장점유율을 갖는 것은 전체 산업 발전에 유익하지 않을 뿐더러 공영방송이 공공재가 아닌 사적재가 되는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그는 “KBS 운영재원의 안정적 조달이라는 정치적 이슈에 얽히지 말고 수신료를 시청자 효용가치 관점과 방송시장의 재원배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영방송 수신료는 방송콘텐츠, 나아가 방송서비스에 대한 표준화된 지표적 가격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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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수신료 개선과 함께 KBS 회계제도 개선 역시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 KBS 수신료의 결정 및 처리기구를 현행 KBS 이사회에서 독립된 기관으로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KBS 수신료 금액 결정, 변경안을 발의할 수 있는 별도 위원회를 만들고, 이에 대응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역할도 현행 방송법에서 명시해야 한다”면서 “국회에 수신료 관련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