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미국)=김우용 기자]IT기업 중엔 특정 알파벳 하나로 자신을 드러내는 곳이 있다. 'i'로 통하는 애플이 대표적이다. 페이스북은 'f', 구글하면 'g'가 떠오른다. 기업용 솔루션 시장에선 VM웨어다. VM웨어는 가상화(virtualization)의 상징으로서 'v'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 VM웨어가 마침내 “모든 것은 'v'로 통한다”고 말하고 있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보안 등 IT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기기까지 'v'의 행진은 끝없이 이어진다.
“하이퍼바이저의 시대는 끝났다. 지금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자동화다.”
VM웨어의 폴 마리츠 CEO가 EMC로 떠나며 던진 메시지다. 그는 VM웨어가 서버 가상화로 데이터센터의 새 판을 그렸듯 다시 새로운 게임을 시작했다고 선언했다. 폴 마리츠는 이달말로 VM웨어 CEO직을 마무리하고 EMC 최고전략가로 옮긴다. EMC의 팻 겔싱어가 VM웨어의 새 CEO로서 다음달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개막한 'VM월드 2012‘ 컨퍼런스 기조연설자로 나선 폴 마리츠 VM웨어 CEO는 “오늘날 인프라, 애플리케이션, 액세스에 새로운 변화가 요구된다”라며 “IT를 근본적으로 효과적이고, 민첩성있게 바꿔 경쟁력을 확보하는 변형이 향후 4년간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VM웨어는 올해 VM월드 컨퍼런스의 주제를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로 삼았다. x86서버에서 스토리지로 흘러갔던 가상화를 네트워크 영역까지 확대해 데이터센터 전체를 SW로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폴 마리츠 CEO는 인프라스트럭처,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기기 등 3개 단계에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미래의 모습을 설명하겠다며 다음달 1일로 새 CEO를 맡게 되는 패트릭 겔싱어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팻 겔싱어 차기 CEO는 “지난 4년간 가상화를 통해 인프라를 할당하는데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여전히 물리적인 수작업이 필요하다”라며 “스토리지, 네트워크, 보안 등의 설정 작업을 자동화해 가상 데이터센터(VDC)를 만드는 게 미래”라고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는 모든 인프라를 가상화하는 것이다. 하드웨어는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VM웨어의 소프트웨어 상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서비스 중심의 아키텍처를 실현하기 위한 최우선 조건, 자동화의 완성이다.
IT 인프라 구축부터 관리까지 완벽한 자동화를 이루려면 서버부터 스토리지, 네트워크, 보안 영역 전반을 아우르는 공통의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는 그동안 가상화와 클라우드 자동화의 장애물이었던 네트워크와 보안을 SW 영역으로 완전히 끌어들여야만 가능하다.
지난달 인수한 니시라는 네트워크 영역을 가상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니시라는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의 선도업체로 레이어2(L2)부터 레이어7(L7), 보안 영역까지 SW로 생성, 배포,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
클라우드 자동화를 가로 막는 절대적인 장애물은 네트워크다. 서버, 스토리지까지는 자동화를 이뤄도 네트워크까지 함께 자동화되기 힘들다. 네트워크 자체는 자동화되지만, 통합적인 자동화는 불가능하다.
SDN을 사용하면 서버, 스토리지, L2 스위치, L3 라우터, L4 로드밸런싱, 보안 등 데이터센터 영역 전체를 SW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를 통해 VM웨어는 전체 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한 구멍을 모두 메웠다. 결과적으로 각기 떨어져있던 솔루션들은 ‘v클라우드 스위트 5.1’이란 이름으로 통합됐다.
SW로 정의된 데이터센터는 물리적 하드웨어의 위치에 구애받지 않는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는 하드웨어라도 SW만으로 마치 한곳에 모인 것처럼 묶인다. v클라우드 스위트는 v스피어와 v클라우드 디렉터, v클라우드 네트워킹&시큐리티, v센터 사이트리커버리매니저(SRM), v패브릭 애플리케이션 디렉터, v센터 오퍼레이션 매니저 스위트, v클라우드 커넥터 등을 포함한다.
애플리케이션은 스프링 기반의 v패브릭과 다양한 오픈소스 언어를 지원하는 클라우드 파운드리를 통해 개발되고, v클라우드 스위트와 모든 이기종 클라우드 서비스 상에서 작동한다.
팻 겔싱어는 “CEO는 바뀌지만 전략과 기조는 동일하다”라며 “VM웨어는 빠르게 변화하는 PC 컴퓨팅 세계를 준비하고 있으며, 향후 10년 후 어떻게 세상이 변할지 나자신도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기조연설 후 기자들과 만난 폴 마리츠와 팻 겔싱어는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를 누차 강조했다. 서버 가상화 사업의 한계를 지적받고 있는 VM웨어의 미래 전략에 대한 기대가 시종일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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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맡은 지 4년만에 EMC로 돌아가는 폴 마리츠는 가상화 영역에서 추격하는 MS에 대한 의견을 묻자 미소를 띄며 “4년 동안 항상 받았던 질문”이라며 답을 시작했다.
그는 “MS는 지난 7년동안 이정도면 우리제품도 괜찮다는 식으로 살아왔다”라며 “하지만 사람들이 이제 필요한 것은 하이퍼바이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하이퍼바이저는 무료로 제공되는 것이고, 문제는 자동화다”라며 “MS가 이 정도면 된다고 말할 때 VM웨어는 게임이 바뀌고 있다는 걸 보고, 데이터센터 가상화로서 차원을 완전히 달리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