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선 삼성전자가 웃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상호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 15건 중 12건에 대해 삼성전자 손을 들어줬다. 핵심 쟁점인 모서리가 둥근 사각 디자인은 기각시켰고 표준 특허는 인정받았다.
오늘 판결이 더욱 주목 받는 것은 우리 시간으로 내일 새벽에 열리는 미 캘리포니아 법원의 1심 평결에 영향을 미칠 것이냐의 여부다. 양국 법원이 서로 엇비슷한 개념의 소송에서 똑같은 판결을 내릴 지, 아니면 서로 정반대의 평결을 이룰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는 것이다.
미국 법원은 이르면 한국 시간으로 25일 새벽 배심원 평결을 내린다. 외신들은 미국 특허소송선 애플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며 한국 소송 결과를 주시했다. 그러나 현지선 애플이 우세한 결과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근거는 미국 법원에 제출된 증거들이다. 심리서 제출된 삼성전자 내부 문건을 종합할 때 애플에 유리한 분위기라는 것. 삼성전자가 주장한 '소니스타일' 이메일 등이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던 분위기도 이같은 의견에 힘을 더했다. 9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이 실리콘밸리 인근 거주민이라는 점도 평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1부(부장판사 배준현)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상호제기한 특허침해 소송 병합 선고에서 특허 침해가 인정된 삼성전자와 애플의 모바일 제품 등을 양도·대여를 금지하며, 영업소와 창고에 보관 중인 제품도 폐기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지법은 삼성전자와 애플은 각각 상대편에 특허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2천500만원과 4천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양사는 그간 법정 싸움서 상대편 제품 폐기와 1억원씩의 손해배상 청구를 주장해왔다.
우리 재판부는 이날 애플 ▲아이폰3GS ▲아이폰4 ▲아이패드1 ▲아이패드2와, 삼성전자 ▲갤럭시S2 ▲갤럭시S호핀 ▲갤럭시S ▲갤럭시K ▲갤럭시U ▲갤럭시에이스 ▲갤럭시GIO ▲갤럭시네오 ▲갤럭시A ▲넥서스S ▲갤럭시탭 ▲갤럭시탭 10.1 등 16종이다.
품목상으로 살피면 삼성전자 제품 가짓수가 더 많다. 그러나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핵심 쟁점에서 삼성전자에 유리한 판결이 많았다. 우선 애플이 핵심으로 앞세운 디자인 특허를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애플이 주장하는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형상 ▲직사각형 형상을 둘러싼 베젤이 있는 점 ▲정면에 큰 직사각형 모양 화면이 있는 점 ▲화면 상단에 좌우로 긴 스피커 구멍이 표시된 점 등이 이동통신기기 형상 관련 디자인에서 이미 공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애플 아이폰 디자인과 삼성 갤럭시S 디자인이 몇몇 요소의 유사점을 공유한다고 하더라도, 두 디자인이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아울러 갤럭시S에 포함된 조작 버튼이 애플 홈버튼과는 디자인이 달라 소비자들이 혼동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터치스크린을 가진 이동통신기기에 대한 정면 디자인 자체가 변형의 폭이 적으므로 디자인이 조금만 달라도 소비자들이 다른 심미감을 가진다는 것이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갤럭시S에 머리장신구인 '비녀' 형태 곡면을 채택한 것을 독창적이라 표현했다. 제품 배면에 부가한 촘촘한 작은 원형 무늬와 카메라 테두리 등도 애플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날 애플이 주장한 고유 특허 중 120 특허만 유효성을 인정했다. 이는 전자문서 가장자리를 넘어설 경우 속력이 느려지는 현상(바운싱백)에 관련한 것인데, 이 외 특허 기술에 대해선 그 구성요소가 모두 공지된 발명으로 신규성에 흠결이 잇는 것으로 판결했다. 삼성전자 제품 판매금지는 이 120 특허 침해로 인한 것이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4건의 표준 특허 중 2건을 인정 받았다. 재판부는 이날 애플이 삼성전자 특허 중 975와 900번 특허를 침해한다고 판결했다.
975특허는 이동통신단말기가 사용할 자원의 전송모드를 알려주는 것이고, 900특허는 분할 전송되는 데이터의 각 부분을 구분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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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더 큰 의미는 표준특허 자체를 인정받은 것이다. 애플은 그간 표준특허의 프랜드(FRAND·특허를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 규정을 인용, 설사 특허 침해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아주 적은 금액의 로열티를 삼성전자에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표준특허 실시권에 대한 허여 요구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실시권자에 침해금지를 구하는 것이 표준특허제도의 목적이나 기능을 일탈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또 애플이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기 위해선 삼성 3GPP 표준특허가 꼭 필요함에도, 이를 협상하기 위해 성실하게 임하지 않은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