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사파리 새 버전은 이제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나 오픈소스 진영의 리눅스에서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애플이 최신 PC 운영체제(OS)와 함께 선보인 사파리6 버전이 현재 경쟁사 플랫폼을 지원하지 않는다.
이는 회사가 당시 급선무인 OS X 신제품 10.8 '마운틴라이언'과 iOS6 개발에 우선순위를 미뤘단 분석도 있지만 정황상 설득력이 떨어진다. 앞으로도 애플이 다른 OS에서 돌아가는 브라우저를 추가 개발할 이유가 불충분해 오히려 계속 지원될 경우 의외로 인식될 전망이다.
실제로 윈도 PC로 애플 공식사이트를 뒤져 보면 새 버전뿐 아니라 이전판 사파리를 내려받을 수 있는 기능도 사라졌다. 검색엔진 등을 동원해야 지난 5월초 나온 윈도용 사파리5.1.7 버전을 내려받을 수 있는 페이지가 살아 있는 걸 알 수 있다. 해당 사이트가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애플이 타사 환경 지원에 미련을 안 둘만한 이유 4가지를 정리해 봤다.
■자사 OS 지원도 '인색'
우선 사파리6은 애플 플랫폼에서도 지원 범위가 제한돼 있다. 공식 지원 환경은 기본 탑재된 마운틴라이언과 그 직전판인 맥OS X 10.7 '라이언', 2가지뿐이다. 새 브라우저 지원 목록에서 지난 2009년 8월 나온 맥OS X 10.6 '스노우레퍼드'는 찬밥신세다. 라이언 출시 직전인 지난해 6월말 스노우레퍼드용 10.6.8 패치까지 나왔는데도 애플이 이를 제외한 것이다.
다만 이를 보면 회사가 스노우레퍼드와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MS 윈도7용으로 사파리6을 만들지 않은 상황도 이해할 만하다. MS가 오는 10월 윈도8을 공식 출시할 예정이고 이미 제조사를 위한 완성판(RTM)도 나왔지만 이를 위한 사파리가 등장할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앞서 일부 업계는 정황상 애플 내부에 당장 여력이 부족해 우선 자사 최신 OS를 위한 새 브라우저를 내놓기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했다. 곧 여유가 되는대로 윈도7 등 기존 지원했던 플랫폼용 사파리6 버전을 만들 계획이란 추정이다. 애플이 윈도용 사파리를 내놓기보다 먼저 스노우레퍼드 이전 맥OS 환경을 지원해야 할 듯하다.
하지만 맥 사용자들은 윈도에 비해 최신OS 사용 비중이 높고 업데이트에 적극적인 편이다. 업데이트주기를 벗어난 경우 최신 OS를 탑재한 PC나 노트북을 사는 비율도 크다. 애플이 굳이 오래된 OS를 지원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기술적 환골탈태, OS 통합 기능과 렌더링 엔진 교체
애플이 사파리6 이후에도 타사 OS를 지원하지 않을만한 또다른 이유는 새 브라우저가 보인 기술적 변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일례로 그래픽처리장치(GPU) 하드웨어가속 지원으로 OS와의 통합수준이 높아졌고 내장된 렌더링 엔진을 교체해 타사 플랫폼을 지원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사파리6은 GPU를 활용해 웹사이트 시각요소 처리속도를 높이는 하드웨어 가속을 지원한다. 중앙처리장치(CPU)가 맡던 역할을 나눠줘 통상적인 웹서핑시 이미지와 동영상 처리면에서 체감성능 향상 효과를 보일 전망이다. 이 하드웨어 가속은 브라우저가 GPU를 다루는 OS 기능에 개입할 수 있어야 돌아간다.
따라서 애플이 사파리6 지원플랫폼을 자사 OS에서도 일부인 마운틴라이언과 라이언에 한정시킨 것도 설명된다. MS가 GPU가속을 지원하는 인터넷익스플로러(IE)9 버전을 윈도7과 비스타에서만 돌아가게 만든 것과 마찬가지란 것이다. 양사 브라우저들은 각자 OS가 지원하는 그래픽 처리기술에 의존해 GPU가속 기능을 구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사파리6은 애플이 이전 사파리5까지 쓰던 '웹킷' 엔진을 놔두고 '웹킷2'를 써서 만든 애플리케이션이다. 브라우저의 엔진이란 사이트를 처리하는 기능에 초점을 맞춘 소프트웨어(SW)다. 엔진을 브라우저로 내놓으려면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여러 구성요소를 함께 담아내야 한다. 다시말해 사파리5와 사파리6은 꽤 닮아보여도 전혀 새롭게 개발됐다. 애플에게 사파리를 기존처럼 윈도용과 맥OS X용으로 각각 만들 여력은 당분간, 어쩌면 영원히 없을 수 있다.
■애플 단말기 사용자를 위한 '아이클라우드 연계'
애플은 새 브라우저를 만들면서 내부 구조와 OS 연계수준을 끌어올렸을뿐아니라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와의 통합 수준도 강화했다. 이전 사파리와 달라진 5대 변화가운데 하나가 '아이클라우드 탭'이라는 클라우드 연계 기능이다. 자사 클라우드와 OS 통합은 곧 경쟁사 플랫폼과의 거리두기를 뜻한다.
아이클라우드탭은 애플 기기 여러대를 함께 쓰는 사람에게 유용해 보인다. 같은 계정으로 아이패드와 맥북에서 아이클라우드에 접속한 사용자는 한 쪽에서 웹서핑을 하며 띄운 탭이나 사이트 방문 이력 등을 다른 기기에서도 똑같이 내보일 수 있다. 아이클라우드가 사용자 웹서핑 흔적을 실시간으로 저장해 뒀다가 보여주는 방식이다.
아이클라우드탭을 쓸 수 있다면 이론적으로 iOS6 버전을 품은 아이패드용 사파리나 마운틴라이언 기반 맥북에서 띄운 탭을 데스크톱 맥PC 등에서 함께 열어볼 수 있게 된다. 다만 아직 iOS6 정식 공개되지 않아 맥 단말기끼리만 가능하다.
이처럼 애플이 브라우저뿐아니라 전체 플랫폼 수준에서 iOS와 OS X 기기간 정보를 주고받는 범위를 다양화하는 중이다. iOS와 OS X에 내장된 사파리 역시 공통점을 늘려가면서 웹사이트 또는 파일 공유 등 아이클라우드 활용 범위도 늘어날 전망이다. 자체 클라우드와의 연계 기능을 담았다는 것은 사파리를 범용 브라우저보다 자사 플랫폼에 포함된 기능의 하나로 인식시키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MS가 IE를 윈도용으로만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낮은 PC 브라우저 점유율과 높은 모바일 브라우저 점유율
프로그램이 다양한 플랫폼을 지원한다는 것은 해당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늘리려는 의지 표명이다. 그런데 애플은 PC 브라우저 시장만을 놓고보면 점유율 경쟁에 무관심해 보인다. 이전부터 사파리는 PC 브라우저 점유율 측면에서 상위권에 들지 못했다. 일찍이 윈도와 함께 제공되는 IE가 플랫폼 덕분에 시장을 압도해왔고, 이후 구글 크롬과 모질라 파이어폭스같은 경쟁자가 잘 나갔기 때문이다. 심지어 맥 사용자들도 크롬이나 파이어폭스를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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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 밀려온 사파리는 인기가 없는 편이다. 앞으로도 그렇다. 이는 그간 회사가 자사 플랫폼 사용자들을 위한 편의성과 효율 제공에 초점을 맞춰 SW를 만들어온 반면 타사 플랫폼 사용자 지원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인상 탓이다. OS X에서 말끔하게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진 멀티미디어 관리 및 동기화 프로그램 '아이튠스'가 윈도 사용자들에게 불평과 저주의 대상인 것이 단적인 예다.
반면 애플이 브라우저 점유율 늘리기에 관심을 뒀더라도 MS처럼 OS 시장에서의 지분을 키우는 게 빨라 보인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성공으로 모바일 브라우저 점유율은 높은 편이다. 그에 힘입어 PC 부문 OS 점유율도 늘어난 모습이다. 결국 회사는 자사 플랫폼만 지원해도 충분하리라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어차피 앞서 지적한대로 타 플랫폼에서 돌아가는 사파리를 만들어봤자 OS나 클라우드에 통합된 핵심기능을 지원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