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체들이 가을 결혼 성수기를 겨냥, 냉장고와 김치냉장고 등 주요 제품의 용량 전쟁에 돌입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위니아만도, LG전자, 삼성전자 등 주요 가전업체들이 이달 말부터 9월까지 대용량 김치냉장고를 잇달아 출시한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508리터(L)급 김치냉장고를 선보여 인기를 끈 만큼, 경쟁업체들의 대용량 제품 출시는 당연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위니아만도 관계자는 23일경 김치냉장고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아직까지 자세한 사양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보다 제품 크기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조업체들이 대용량 김치냉장고 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는 무시할 수 없는 시장 규모 때문이다. 업계는 지난해 국내 김치냉장고 판매량을 110만대 수준으로 추산한다. 김치냉장고는 지난 2008년 이후 4년간 100만대 이상 시장 규모를 유지해왔다.
여기에 최근 프리미엄 제품이 인기를 얻으며 매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브랜드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용량 제품 비중이 커지며 판매량보다 매출 성장세가 더 큰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대형화 바람은 냉장고에도 불었다. 국내 냉장고 시장을 90% 이상 점유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이례적으로 신형 냉장고를 여름에 선보였다. 초대형 용량인 900L급 제품을 앞다퉈 공개하고 예약판매를 하는 등 기싸움도 벌였다.
삼성전자는 최근 900L급 냉장고 '지펠 T9000'이 300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출시 한달만에 1만대가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고 밝혔다.
LG전자도 910L 급 냉장고를 공개하고, 지난달부터 한달간 예약판매에 들어갔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혼수 시즌을 맞아 냉장고를 비교해보고 사려는 소비자 문의가 많아 제품 출시에 앞서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치냉장고와 냉장고 대형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업계 고민도 깊어졌다. 가전 혼수 예산이 대체로 500만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신혼부부가 두 제품을 한 번에 구매하기 어렵다는 점이 부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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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김치냉장고 업계는 냉장고 처럼을 경쟁 요소로 삼았다. 제품을 세워서 사용하는 '스탠드형' 디자인을 김치냉장고에 도입, 겉모습만 보고선 냉장고와 쉽게 분간하기 어렵게 했다. 김치의 저장과 숙성 외에, 야채나 과일, 육류 등을 신선하게 저장하도록 한 것도 냉장고와 유사하다.
반대로 냉장고는 김치냉장고의 기능을 흡수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최근 출시된 900L급 냉장고는 내부 공간 중 100L 이상을 김치 저장용도로 사용케 했다. 한 매장 관계는 냉장고가 대형화 되면서 내부에 김치 냉장고처럼 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추세라며 가격과 주방 공간, 용도를 잘 살펴보고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