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최종목표는 더 많은 수익을 내는 일이다. 그러나 이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IT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회사가 단순히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넘치는 '꿈의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안철수 안랩이사회의장(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말처럼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수익은 따라온다는 것이 이들 기업의 지론이다.
안랩은 사옥을 판교로 이전하면서 일명 '스페인식 계단'을 통해 업무와 휴식공간을 구분하지 않았다. 지란지교소프트는 회사모토를 '드림플랫폼'으로 삼아 동호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밀었다. 핸드스튜디오는 아예 한 달에 한 번 단체로 노는 날을 만들었다. 일이 곧 놀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핵심적인 아이디어 역시 그곳에서 나온다는 논리다.
이들 IT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자유롭고 즐겁게 일하면서, 배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취업포털 사람인은 지난달 3일부터 11일까지 구직자 1천62명을 대상으로 취업목표에 대해 설문조사했다. 응답자의 29.4%는 올 하반기 취업목표로 대기업을 선호했고, 중견기업(28.2%), 공기업(17.5%)가 뒤를 이었다. 구직자는 대기업을 목표로 하는 이유로 '연봉수준이 높아서(59.6%)'를 꼽았다.
대기업은 수많은 지원자들이 몰리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IT기업들은 '젊은 기업문화'를 내세워 구직자들을 모으고 있다.
■안랩 판교사옥 이전, 업무와 휴식 구분 없어
국내 대표 IT기업 중 하나인 안랩(대표 김홍선)은 경기도 판교로 사옥을 이전하면서 업무와 휴식이 구분되지 않도록 공간을 새로 배치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층 로비에 들어선 계단식 구조물이다. 안랩 관계자는 자유롭게 토론하고,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스페인식 계단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혔다.
김홍선 안랩 대표는 정해진 사무실에서만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사내 곳곳에 직원들끼리 소통하고 자주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고 안랩 관계자는 전했다. 실제로 스페인식 계단은 안랩 1층 로비 외에도 사무실로 활용하는 6, 7, 8, 9층에 각각 배치돼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반 로비가 기업의 권위를 내세우기 위한 공간이었다면 안랩은 실용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회의시간을 정해놓고 한다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휴식과 업무가 구분되지 않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층 로비는 2주에 한번씩 정기 세미나가 진행되는 한편 직원들이 틈틈이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각층마다 테이블 사커를 배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안랩 인터넷침해대응팀(CERT) 김승관 주임은 “여의도에 있을 때는 남의 건물을 써서 못했으나 테이블 사커나 계단식 공간처럼 휴식하면서 팀원들 사이에 매개체가 될 수 있는 것들이 있어 동료들끼리 쉽게 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란지교 회사는 꿈을 이루는 곳
지란지교소프트(대표 오치영)는 회사를 '꿈을 이루는 곳'이라고 정의하고 업무 외에 다양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이 회사는 미술 및 밴드 동호회 등의 활동을 장려한다. 1명당 2개의 동호회에 들 수 있으며 전체 직원들의 가입률은 약 40%가 넘는다.
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대표는 회사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곳이 아니라 '드림플랫폼'이 되기를 바라며 초기에 사내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개발이든 영업이든 마케팅이든 여러 분야에서 저마다 최고가 되고 싶어 하는 분야를 키우는 공간이 기업이라는 설명이다.
오 대표 역시 지란지교가 첫 직장이다. 그는 회사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강제로 일을 시키기보다 자유롭게 근무하고, 단점을 지적하기 보다는 장점을 살리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오 대표는 이 회사의 1호 홍보담당자를 예로 들었다. 회사 창립 초기에 입사했던 박선영(37세)씨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 의상디자이너가 됐다. 그는 실제로 가게를 연 박선영씨에게 연락이 와서 작품을 사주고, 기업용 티셔츠를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란지교는 드림플랫폼이 되기 위해 매주 목요일 오전 8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마구잡이식으로 아이디어를 내놓는 '유레카'라는 모임을 하기도 한다. 지난주에는 모바일 경제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의견을 나눴다고 회사 관계자는 말했다. 약 15명이 참가하는 이 모임의 이름은 '막던져스'다.
오 대표는 아직은 작은 회사이다보니깐 연봉을 높여주려는 노력도 하지만 (직원들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것들을 지원하려고 노력해왔다며 지금은 오히려 직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핸드스튜디오 한 달에 한번...노는 게 남는 것
창업한 지 3년째를 맞은 핸드스튜디오(대표 안준희)는 재밌는 기업문화를 추구했다. 이 기업은 핸드플러스(hand+)라는 독특한 사내 문화를 가졌다. 안준희 대표는 이 덕에 직원들이 회사를 마치 대학학회나 동호회같이 느낀다고 말했다.
핸드플러스는 즐겁게 일하는 직장, 직원 기쁜 직장이야말로 진정한 창의성과 생산성을 보장한다는 핸드스튜디오의 정신을 담고 있다고 회사관계자는 설명했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직장에서의 삶이 즐거워야 그들의 삶이 즐거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핸즈업 데이(hands-up day)'라고 하는 일종의 놀이문화를 가졌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핸즈업 데이에 직원들은 정해진 시간동안 동료에게 일일 코디네이터를 자청하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한강둔치를 달리는 '코드명, 일상탈출' 등의 월별 놀이행사를 연다.
내달부터는 KBS프로그램인 남자의 자격에서처럼 '핸드인 합창단'이라는 이름으로 약 3개월간 합창연습을 한 뒤 연말 가족들과 모여서 진행하는 연말 송년회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어엔드파티(Year End Party)'라고 불리는 송년회는 지방에 살았던 연말에 자주 보기 힘든 부모님을 모시고, 서울 내 고급 호텔에서 그동안의 성과를 소개하는 자리를 갖는 행사다.
안 대표는 지방에서 살면서 자주 못보는 부모님들에게 아들 딸들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 이러한 행사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년에는 일본과 중국은 물론, 제주도와 부산 등지에 있는 부모님들까지 행사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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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1살로 젊은 창업자인 안준희 대표는 지난 2007년 신한은행 마케팅팀에 입사한 뒤 2009년 스마트폰용 위젯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기업인 위자드웍스에 근무하다가 재작년 1월에 핸드스튜디오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스마트TV에 사용되는 앱 등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서비스한다. 불과 2년 반만에 30억원 매출을 내기도 했다.
안 대표는 제일 자부심으로 여기는 것이 팀웍이라고 밝혔다. 회사 업무나 각종 사내 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직원들이 마치 대학학회나 동호회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