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CNS와 한국IBM을 거쳐 SW경기가 바닥을 치던 2005년초 제니퍼소프트(구 자바서비스컨설팅)을 세운 이원영 대표.
그가 가진 목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달라진게 없다. 세계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제대로 한방 터뜨리는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 수 있겠다.
공룡 기업들이 연쇄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가고 있는 지금, 세계 무대에서 무명에 가까운 벤처기업 CEO로서 너무 큰 꿈을 꾸는 것 아니냐?고.
국내 SW업체들의 '해외 시장 진출 잔혹사'를 기억한다면 이 대표의 비전에 회의론을 던지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패기와 의욕만으로 세계SW무대에서 통하기 힘들다는거,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 아니던가. 역사속에 비친 국내 SW업체들의 해외진출은 그만큼 어둡고 침침했다.
그런데도 이원영 대표는 국산 애플리케이션성능관리(APM)으로 한번 해보고 싶단다. 분위기로 봐서는 못할 것도 없단다. 회의론은 귀담아 듣겠지만 마음속에 오래 담아두지는 않겠단다. 생각한대로 가보겠단다. 나름 승부수가 있는 것일까? 이원영 제니퍼소프트 대표에게 물었다.
올해 일본에서 5억원 정도의 매출이 나올 것 같아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겠지만 의미있는 신호라고 봅니다. 일단은 일본에 승부를 걸겁니다. 현재로선 미국은 솔직히 힘이 드네요.
해외 사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대표는 일본을 전면에 내세웠다. 일본에서 먼저 자리를 잡고 미국과 유럽무대를 노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안정된 채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매출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마루베니솔루션, NEC소프트, NTT, 일본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들과의 협력파워가 구체화되고 있다고 한다.
5억원이라.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제니퍼소프트가 일본에 입성한 것은 이제 만 2년이 조금 넘었다. 제니퍼소프트는 채널들을 통한 국내외 라이선스 판매 매출이 지난해 54억원에서 올해 70~8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에서 5억원의 매출을 올린다고 봤을때도 해외 매출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다.
2년만에 매출 만들고 채널 네트워크 구축했으면 빠르다고 봅니다. 3년해도 실패하고 돌아오는게 일본 시장 아닌가요?
이 대표 스스로는 어느정도 합격점을 매기고 싶은 모양이다. 특히 현지 채널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은 비즈니스 관행들도 대단히 보수적이고 인맥중심이에요. 현지화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죠. 일단 제니퍼는 솔루션에 대한 경험적 우위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안정적인 현지 파트너들을 확보했습니다. 히타치, 마쓰시다에 제품을 넣었어요. 해볼만하다는 생각입니다.
세계 SW 시장은 바야흐로 통합 열풍이다. 공룡기업들이 전문 업체들을 집어삼키면서 '올라운드 플레이어'를 표방하는 기업들이 득세하고 있다. 실제 시장 상황도 그럴지는 모르겠으나 돌아가는 분위기는 일단 '통합대세론'이다.
특정 분야에 집중하는 전문 업체들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피플소프트, BEA시스템즈, 시벨, 비즈니스 오브젝트 등 한시대를 풍미했던 전문SW업체들도 이미 오라클, SAP 등 공룡기업들의 품에 안겼다.
제니퍼소프트도 APM에 올인하는 '정통' 전문업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APM쪽에서는 공룡파워가 크지 않다. 일대일 경쟁을 하는 곳중에선 CA, 시만텍, 퀘스트소프트웨어, 컴퓨웨어 정도가 비교적 큰 업체로 분류된다. 이 대목에서 이원영 대표는 할말이 좀 있어 보인다.
APM 솔루션에 대한 노하우만 놓고보면 앞서 있다고 봐요. 한국에서 사업을 하기전에 이미 ‘와일리’(지금은 CA로 인수)가 2003년 말에 들어와 2004년에는 수십군데의 레퍼런스를 확보하며 독주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와일리는 한국적 상황에 적절하지 않았어요. 이런 상황에서 제니퍼를 선보이니 반응이 오더라고요. 실시간 성능 장애와 장애 원인 분석에서 이점을 제공했거든요.
제니퍼는 외국 업체들에 비해 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국내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APM 업체로 급부상했다. 이 대표가 제품 경쟁력에서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다. 그의 얘기는 계속된다.
한국에서 IT인프라 환경이 전세계 어느나라 보다 가장 첨예화돼 있습니다. 수많은 케이스가 복합적으로 존재하고 있어요. 그런만큼 경험적 요소들을 외국 업체들보다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경험과 개발 역량이 결합돼 적어도 한국 시장은 주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적 상황에 적합하다는 것은 뒤집어보면 외국에 나갔을때는 오히려 핸디캡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 먹혔다고 외국에도 그대로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는 법이다.
제품을 시장 상황에 맞게 만든 뒤 그것을 글로벌 시장에 확산시킬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차원입니다. 외국은 문화 특성이나 지리적 여건이 우리와는 다르잖아요. 때문에 현지화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죠. 미국 시장이 상대적으로 힘들게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관점을 갖고 있어요. 확장보다는 선택과 집중으로 가는게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제니퍼가 나왔고, 이클루스 관제 솔루션을 내놨어요. 앞으로도 성능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승부를 걸겠습니다.
제니퍼소프트는 제니퍼4.0 내놓고 미국과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매뉴얼을 다듬고 있다. 제니퍼의 애플리케이션 성능 모니터링 현황을 3차원(3D)으로 보여주는 이클루스(Ecclus)를 앞세워 엔터프라이즈SW 시장서도 3D 바람을 일으켜보겠다는 포부다. 글로벌 컨퍼런스도 계속 노크하고 있다. 현재 12월 각국 APM 업체들이 집결하는 CMG 컨퍼런스 참가를 준비하고 있다.
1인당 매출액이 비교적 높다고 해도 글로벌 마케팅을 제대로 펼치려면 추가로 자금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해외 시장 개척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에요. 돈보다는 회사가 세계화를 뒷받침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우선은 개발 프로세스 등에서 세계화 역량을 갖추는데 주력할 겁니다. 그렇게하다보면 추가 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겠죠.
이원영 대표는 3년 연속 국내 APM 시장 점유율 1위란 타이틀에 만족하지 않는다. 눈은 벌써 해외로 가 있다. 일본이 먼저고 그 다음은 미국, 유럽, 중국이다.
성공스토리를 쓸지 잔혹사 리스트에 들어갈지는 예측불허.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선배 업체들중 글로벌 성공 사례가 극히 드물잖아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가 해외로 나가려면 글로벌 수준의 매뉴얼과 품질 그리고 웹콘텐츠 등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제니퍼는 인터넷 검색이나 회사 홈페이지에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에요. 홈페이지만보고 고객이나 투자자들한테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5년전에 비하면 많이 달라졌죠. 한국 중소기업이 예전같으면 세계 시장 꿈도 꿀 수 있었겠어요? 궁극적으로 세계 시장에 가서 어려움 겪으면서, 자리잡으면 후배 기업들이 자사 솔루션으로 쉽게 나갈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