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미국 특허戰 시작...시나리오는?

일반입력 :2012/07/30 15:39    수정: 2012/07/30 16:17

남혜현 기자

우리시간으로 내일 새벽 1시,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 산호세 법정서 마주선다. 지리하게 이어졌던 가처분 소송은 대부분 마무리됐지만, 누가 누구의 특허를 침해했는지 가리는 본안소송은 이제 시작이다. 두 회사의 싸움을 지켜보는 관중들의 시선도 온통 산호세로 쏠렸다.

삼성전자(대표 권오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방법원은 30일(이하 현지시각)을 시작으로 31일과 3일 등 이번주에만 총 세차례에 걸쳐 두 회사의 특허침해 여부를 심리한다.

법원이 다뤄야 할 쟁점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애플이 주장하는 '삼성전자의 디자인 침해'다. 애플 주장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S와 갤럭시탭을 만들면서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 특허를 '알고도' 침해했다. 삼성에 안드로이드OS를 제공하는 구글이 아이패드와 P3(현 갤럭시탭10.1)를 서로 구분할 수 있게 디자인하라고 요구했을 정도다.

반면 애플이 삼성전자에 무선통신기술 특허 사용료를 얼마나 지불해야 하냐는 것도 쟁점이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4월, 애플의 제소에 통시특허로 맞소송을 냈다. 애플이 정당한 특허료를 지불하지 않았으며, 자사 특허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간 단 한대의 아이폰도 팔지 못했을 거란 주장을 폈다.

산호세 법원은 두 회사의 재판을 그리 길게 끌고 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식 재판일정을 확정하며 법원은 양측에 특허 소송 범위를 축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유는 '소송을 신속히 진행하자'는 것. 법원이 정식 재판에 앞서 두 차례 양사 CEO의 만남을 주선한 것도 합의를 통한 중재 유도가 목적이었다. 오늘부터 세 차례 연이어 잡힌 재판 일정은 집중 심리를 통해 가능한 빨리 판결을 내겠다는 법원의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 '통신 기술' vs. 애플 '디자인'

미국 본안소송이 시작되기 직전, 유럽 법정들은 잇달아 애플이 제기한 삼성 갤럭시탭10.1n과 갤럭시탭7.7, 갤럭시넥서스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항소심 판결을 내렸다. 결과는 갤럭시탭7.7을 제외하곤 삼성전자의 승리였다.

그러나 이같은 유럽 법원의 판결이 미국 본안소송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일부 참조사항은 되겠지만 미국 법정에서 이를 크게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란 풀이다. 오히려 미국법원은 갤럭시탭10.1의 판매금지를 확정짓는 등 대부분 가처분 소송서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애플의 가처분 판결 승리를 본안소송에 증거로 활용하지 말 것을 명령했음에도,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따지면 삼성전자가 수세다. 삼성전자는 증거인멸 의혹으로 또 한번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삼성 직원들이 문서세단기를 이용, 자사에 불리할 수 있는 내용의 문서를 없앴다는 것이다. 법원은 고의적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애플의 법정증거로 사용될 수도 있는 특허 침해 관련 이메일 증거에 대한 파기를 막지 못했다며 이를 배심원들에게 통보하라고 명령했다.

특허 가치에 대한 평가도 삼성전자가 다소 불리하다. 삼성이 보유한 무선통신기술이 표준특허라서다. 표준특허엔 프랜드(FRAND)조항이 적용되는데, 이는 해당 특허를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제공해야함을 뜻한다. 애플은 삼성이 시장에서 자신들을 배제하려 과도한 로열티를 부과하려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삼성은 프랜드 조항도 상대편이 진지하게 로열티 협상에 나서려고 할 때라고 선을 긋는다.

때문에 삼성이 주장하는 무선통신 특허 침해 여부는 양사의 로열티 협상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로열티 협상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애플이 주장하는 '디자인 특허 침해'다. 이날 심리도 애플의 디자인 특허 가치에 대한 공방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법원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인정할 경우, 삼성전자는 최악의 상황에 처한다. 지금껏 진행됐던 소송 비용을 물어야 하는 것은 물론, 그간 판매됐던 모바일 제품에 대해 애플이 요구하는 손해배상금도 지불해야 한다. 가능성은 적지만 향후 삼성 제품들의 판매금지를 요청할 수도 있다.

■배심원에 영향줄라…작은 부분도 '치열'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양사도 아주 작은 부분까지 불리한 부분을 없애는 데 집중했다. 판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배심원들이 작은 부분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예컨대 애플은 법원에 비치된 삼성전자 모니터의 로고를 가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배심원들이 삼성전자 브랜드에 계속해 노출될 경우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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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과 핵전쟁도 불사할 것이란 발언 역시 애플 측에서 제외해달라고한 문구다. 사실상 삼성전자가 구글의 대리인과 마찬가지 입장에서 벌이는 소송이지만, 애플 입장에선 배심원들에 같은 국적 기업인 구글과 싸우는 듯한 인상을 최대한 지우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역시 애플에 유리하게 보도된 미국 언론들의 기사를 재판에 인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삼성전자측은 자신들의 편에 구글이 있다는 점을 앞세우는 형국이다. 갤럭시넥서스 판매금지 결정에 구글이 앞장서 업그레이드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이 한국기업이라기 보다는, 구글의 첫번째 파트너로서, 미국 경제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내세운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