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서 SKT로 옮겼지만...'반쪽MMS' 이야기

일반입력 :2012/07/25 09:00    수정: 2012/07/25 17:48

KT 이통통신망 가입자인 회사원 A씨는 최근 약정이 끝난 아이폰3GS 단말기를 처분했다. 사용중이던 KT의 3G 범용가입자식별모듈(USIM, 이하 '유심')을 SK텔레콤용 갤럭시S2 공기계에 바로 꽂아 통화와 단문메시지(SMS)를 이용할 수 있었다. 다만 3G 데이터통신이나 멀티미디어메시지(MMS) 기능은 먹통이라 뜻밖이었다.

이에 A씨는 스마트폰 사용자 커뮤니티에 도움을 구해 일단 3G 데이터통신 기능을 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KT 가입자가 SK텔레콤용으로 출시된 단말기로 MMS는 도저히 제대로 이용이 불가능함을 확인하고 난감해졌다. 이유를 알아보니 특정 통신사용으로 출시되는 국내 제조사 단말기에는 타 통신망 가입자가 그 기능을 모두 쓰지 못하는 제약이 걸려서였다. 3G 데이터통신 제약을 풀기는 MMS보다 간단한 편이었지만 타사 가입자란 이유로 3G 데이터통신을 쓰려면 따로 조치가 필요하단 점도 문제였다. 사용자가 원하는 단말기를 제대로 쓰려면 단순하게든 복잡하게든 설정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가 공정한 단말기 선택을 제한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 사용자들에게 통신망과 단말기 선택권이 별도로 주어질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제도들이 통신업체가 국내 제조사 단말기에 걸어둔 제약 때문에 빛을 바래고 있다. 2년전 간소화된 이통사간 3G 휴대폰 기기변경 절차와 올상반기부터 시행된 휴대폰 자급제가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국내 제조사 모델이라도 올해 출시되는 신형은 이 문제가 해결돼 있지만 그 효과가 단말기 자급 시장에 언제부터 발휘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독자MMS 고집한 SK텔레콤보다 국제표준 먼저 따른 KT쪽 가입자 손해?

A씨의 사례는 SK텔레콤으로 출시된 휴대폰에 회사의 'SKT통합메시지(피처폰용)'나 'SKT-MMS(스마트폰용)'이라는 자체 MMS 송수신 방식이 적용됐기 때문에 나타난다. SK텔레콤의 독자적인 MMS 방식이 국제표준인 OMA MMS를 쓰는 KT 통신망과 호환되지 않기에 문제가 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다만 지난 2010년부터 출시된 해외 제조사 스마트폰에는 SKT-MMS가 들어가지 않아 일정한 조작으로 KT 유심을 꽂은 상태에서 MMS를 쓸 수 있었다. KT 가입자가 SK텔레콤으로 출시된 블랙베리,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HTC 단말기로 MMS를 송수신하는 것은 됐다는 얘기다.

여기서 삼성전자,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제조사들이 SK텔레콤을 통해 국내 출시한 단말기엔 여전히 SKT-MMS가 탑재돼 사용자들의 불만거리로 남았다. SK텔레콤이 우선 해외 제조사 단말기를 위한 OMA MMS를 지원할 시점에 즉시 SKT-MMS 방식을 포기하진 않았던 것이다.

그덕에 SK텔레콤 가입자가 KT용 갤럭시S2를 쓸 경우 유리하다. 이미 지난해 상반기말부터 KT용 갤럭시S2 단말기를 쓰는 SK텔레콤 가입자는 별도 MMS 프로그램을 설치함으로써 송수신이 모두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제표준을 먼저 지원하기 시작한 KT측 가입자가 독자규격을 고집하던 SK텔레콤의 가입자보다 MMS같은 제약에 더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되자 현존 SKT-MMS 시스템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갔다.

오히려 KT 가입자는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SK텔레콤용 갤럭시S2 단말기로 MMS를 보내고 받을 수 없다. 이 환경에선 개인 사용자가 갖은 수를 써도 MMS 송수신을 온전히 쓰기 불가능하다. 내장된 운영체제(펌웨어)를 KT용 갤럭시S2로 바꿔치더라도 보내기만 되고 받기가 안 되는 반쪽MMS로 만족해야 한다. 커뮤니티에선 루팅(해킹) 방식으로 내장 소프트웨어(SW)중 MMS 송수신 처리를 담당하는 부분을 고치는 방식까지 연구됐지만 성공한 이가 없다.

그 이유는 애초부터 KT가 SK텔레콤 단말기에 MMS를 보내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KT용 펌웨어를 덮어쓴 SK텔레콤용 갤럭시S2는 OMA MMS를 수신 가능한 상태가 된다. 그런데 막상 MMS를 보내봤자 발송 단계부터 막힌다. 발송자 쪽에 '해당 기기가 MMS를 수신할 수 없다'는 거짓 안내를 할 뿐이다.

결국 사용자들은 SK텔레콤이 독자적인 MMS를 고집해온 것에도 곱잖은 시선을 보내지만, 사용자 단말기가 실제로 국제표준 MMS를 지원하는지 확인하지도 않고 단순히 개통한 통신사로 단말기를 걸러내는 KT의 무성의한 태도를 비판하기도 한다.

24일 삼성전자측에 확인한 결과 갤럭시S2 단말기는 KT용이든 SK텔레콤용이든 동일한 규격의 하드웨어로 만들어진다. 타사 유심기변 이용자 입장에서 겪는 MMS를 보내고 받는 기능의 제약을 유발하는 원인은 순전히 통신사에 있다는 얘기다.

■악명높았던 SKT 전용 MMS, 정리수순…휴대폰 자급제 실효성에 걸림돌

그나마 SK텔레콤이 고집해온 SKT-MMS 방식을 지양하고 최근 국제표준을 따르기로 한 점이 고무적이다. 회사측은 SKT-MMS 시스템을 기존 단말기용 서비스 제공에만 쓰기로 하고 올해 초부터 출시하는 단말기에 OMA MMS를 적용키로 가닥을 잡았다. 이로써 국내 사용자들은 지난 5월 휴대폰 자급제, 일명 '블랙리스트' 제도를 통해 자신이 가입한 통신망에 구속받지 않는 단말기 선택권 보장을 기대해왔다.

그러나 상반기까지 이를 위한 단말기 유통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우선 신형 단말기 가격대는 공기계로 유통되기에 가격대가 고가인데다 기존 제조사들도 통신사업자들에 의존한 신형 단말기 출시에 열을 올릴 뿐 제도를 뒷받침할 중저가형 기기 공급사례마저 전무했던 탓이다. 갤럭시S3처럼 통신사간 호환성 문제를 푼 최신기종은 당장 자급제용 단말기로 쓰이기 이르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 신품 공단말기 공급이 부진한 가운데 중고폰과 외산 단말기를 위한 유심기변이 자급제 활용의 한 방편으로 꼽혔지만, 갤럭시S2같은 동일 하드웨어도 출시 통신사에 따라 3G 데이터통신이나 MMS같은 주요 기능이 곧바로 호환되지 않는 점은 문제라고 사용자들은 입을 모은다. 부족한 단말기, 부실한 공급망 등 제조사의 소극적인 태도에 더해 가입자를 묶어두려는 통신사의 기술적 제약이 갈길 먼 휴대폰 자급제의 단면으로 비친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불어 통신사와 제조사와 정부관계자는 국제표준 MMS방식을 지원하는 시점에 대해서도 엇갈린 설명을 내놓고 있어 일반 사용자들에게 여전히 혼란을 준다. 현재 SK텔레콤측은 '올해 출시되는 모든 단말기가 OMA MMS를 적용해 나왔다'고 소개중이다. 이와 달리 정부측은 자급제가 시행되는 5월 이후 출시되는 SK텔레콤 단말기가 OMA MMS 적용 대상이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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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6월 이후 출시된 갤럭시S3 등 단말기는 SK텔레콤과 KT 단말기간 MMS 송수신 기능이 호환되는 것으로 확인했다면서도 이 경우 국제표준을 따르면서 전송 가능한 문자 수가 줄어 싫어하는 반응도 있어 제조사 입장에서 모든 사용자를 만족시키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같은 모델이라도 출시된 통신사에 따라 기능상 제약 수준이 다르지만 어쨌든 통신사 구분 없이 완전한 기능을 쓰려면 최신 단말기를 써야 한다. 당분간 국내 통신망을 쓸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정 없이 기존 통신망을 유지하면서 새 공기계를 선택할 때 기능상의 제약이나 단말기 선택 자체에 제약을 받는 손해를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 이는 국내 통신사를 끼고 나왔던 휴대폰이 공기계로 풀렸을 때뿐아니라 해외 출시된 단말기를 국내서 개통하는 경우에도 겪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