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이 온갖 악재로 울상이다. 올 초 스마트TV로 불거진 망중립성 이슈로 요란한 새해를 맞았고, 최근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는 음성수익에 큰 타격을 줄 위험요인으로 급부상했다.
또 올해 이동통신3사가 경쟁적으로 LTE 전국망 구축을 마무리했지만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의 뚜렷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요금인하 압박만 거세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증권가에서는 올 2분기 통신사들의 사상 최악의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외부 규제도 경영 악화 ‘한 몫’
위협요소는 경쟁 환경뿐만 아니다. 방통위 이외의 규제 이슈도 통신사를 겹겹이 압박하고 있다. 올해부터 환경부가 통신사에 적용하는 ‘전기‧전자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자원순환법)’과 국토부가 입법예고한 ‘도로법 시행령 개정안(도로 전주 위 공중선에 대한 점용료 부과)’이 대표적이다.
자원순환법에 따라 올해 이통3사가 회수해야 되는 휴대폰은 약 620만대다. 회수의무량을 채우지 못했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되고 이외에도 미달량에 따라 부과금을 내야 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올해 회수해야 될 양이 지난해의 2배가 넘는다”며 “휴대폰의 경우 회수가 쉽지 않아 보상판매를 이용하는데 여기에 소요되는 마케팅 비용이 수백억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조성되는 신도시나 혁신도시 등은 통신선이 지중화 됐지만 기존 도시의 공중선은 점용료와 유지관리비용 때문에 사업자에게 큰 부담이다”며 “지중화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에서 오히려 점용료를 30%나 인상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국토부가 공중선에 대해 전주의 부속물 혹은 전주와 일체가 되는 시설로 간주에 점용료를 부과하지도 않았다”며 “도로교통에 장애를 주지 않는 공중선에 대해 도로 점용료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방송‧통신사업자들은 23일 국토부에 제출한 공동 의견서에서 점용료 인상은 법리적으로 근거가 약하고 방송‧통신사에게 연간 2조2천억원의 비용부담을 초래해 방송‧통신요금의 불가피한 인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투명한 미래에 ‘울상’
통신사의 현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주가다. 2008년 방통위가 출범한 이후 약 5년 간 통신사들의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통신사들도 융합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유‧무선 사업 통합 등 체질개선에 나섰지만 외부의 위협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2008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주가는 각각 22만8천원, 4만9천300원, 9천220원이었지만 24일(장 종료 기준) 이통3사의 주가는 평균 34% 떨어진 14만1천원, 3만3천150원, 6천310원이다.
한 통신사의 임원은 “주식투자는 미래에 대한 투자인데 통신사는 그만큼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라며 “연간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이익을 내고 매년 꼬박꼬박 주식배당을 하는데도 주식가치는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으로 지난해 1천원의 기본료를 인하한 통신사들은 대선을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벌써부터 음성‧문자메시지 무료화, 기본료 인하 등 포퓰리즘 공약들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통신사 임원은 “소비자들에게 월 기본료 1천원 할인은 큰 혜택이 아니지만 이통3사는 월 500억원, 연간 6천억원의 순이익이 급감했다”며 “현재 회자되는 대선 공약이 현실화되려면 통신 산업을 국영화 하는 길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통신요금 인하 요구는 거세지고 있지만 반대로 통신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주파수 사용료는 폭등했다. 주파수 경매제가 도입되면서 주파수 대가는 과거보다 6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SK텔레콤의 경우 1.8GHz 대역 20MHz폭을 확보하는데 총 9천950억원을 지불해야 했다.
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내전화(PSTN)를 대체한 인터넷전화를 시작으로, 모바일 메신저와 m-VoIP의 등장으로 통신사들은 기존의 주요 캐시카우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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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망중립성과 같이 융합 환경을 규제할 법‧제도가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하면서 이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도 미지수다.
통신사 임원은 “과거보다 규제의 예측성이 떨어져 한 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처음에는 직원들끼리 농담 삼아 ‘이러다가 몇 년 못가 망하는 것 아냐’라는 말을 했지만 이제는 그 말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상당히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