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개정 CJ 때문?…이계철 “규제 완화 수순일 뿐”

일반입력 :2012/07/22 20:04

“스마트폰으로 세계를 주무르는 삼성이 그러한 로비를 하겠느냐. SO의 규제완화는 계획대로 갈 뿐이다.”(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

“문방위에서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큰 틀의 규제완화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문방위의 눈치를 보지는 않을 것이다.”(홍성규 방통위 부위원장)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규제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두고 방송계가 시끄럽다.

특히, 삼성이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막기 위해 국회 로비에 나서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면서, 업계에서는 삼성과 CJ의 유산상속 다툼으로 시작된 ‘삼성家의 싸움’으로까지 해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계철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20일 예정에 없던 출입기자들과의 오찬에서 “규제 완화는 산업 발전을 위해 하는 것인데 규제완화를 나쁘다고 하는 이들이 있느냐”며 방송정책을 추진하는데 불필요한 잡음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SO 규제완화, IPTV 법제화 때부터 논의”

사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논란은 방통위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개정안의 핵심 이슈인 SO 규제완화 논의는 방통위 출범 이전인 IPTV 법제화 때부터 시작됐다.

같은 유료방송인 IPTV는 2007년 법제화 때 가입자 점유율 규제를 ‘전체 유료방송 가입가구(1천700만)의 3분의 1’로 정한 반면, 기존 SO는 ‘전체 케이블TV 가입가구(1천450만)’의 3분의 1로 돼있어 규제불균형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을 적용하면 SO의 최대 가입자 상한선은 약 480만가구인데 반해, IPTV는 약 730만가구까지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케이블TV의 대체서비스인 IPTV의 등장과 향후 스마트TV 등이 본격화 돼 가입자가 줄어들 경우 SO와 타 유료방송 간 규제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방통위가 출범 이후 IPTV 활성화, 미디어법 개정, 종합편성채널 선정 등에만 집중하고 SO 규제는 정책의 후순위로 미뤄 놓으면서 수년간 방치해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케이블업계는 지난 5년간 방송정책에서 소외된 대표적 사례로 SO 규제완화를 꼽고 있다.

■케이블업계, 이중 규제 ‘신음’

SO는 IPTV 사업자와 달리 가입자 점유율뿐 아니라 ‘권역’과 ‘매출액 제한’ 규제를 받는다. 방송법 시행령에는 SO가 전체 방송권역 수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고, 전체 방송사 매출 총액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이 같은 케이블TV에 대한 강한 규제는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대부분의 해외 국가에서는 지상파의 케이블TV나 위성방송 소유만을 엄격히 금지시킬 뿐 SO에 대해 겸영이나 소유, 권역규제를 하는 나라는 드물다.

한 케이블업체 관계자는 “OECD 29개 국가 중 13개국은 매체 간 교차소유에 대한 제한조차 없다”며 “오히려 KT는 IPTV와 KT스카이라이프의 유료방송 가입자가 이미 SO의 가입자 규제 상한선인 480만명을 넘어선 513만명을 넘어선 상태”라고 지적했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KT의 IPTV 가입자는 307만, KT스카이라이프 326만, 이중 중복되는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 가입자 120만 가구를 제외하면 총 가입가구는 513만가구(점유율 23%)에 이른다.

■규제형평성 개선 시급

이처럼 규제형평성 차원에서 방통위 때부터 논의된 방송법 시행령 개정 논의가 CJ의 콘텐츠 독점력 강화나 삼성家의 유산상속 다툼 등으로 논점이 흐려지는 데 케이블업계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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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방송법이 아닌 별도의 융합법(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법) 적용을 받는 IPTV나 스마트TV의 경유 규제완화의 혜택을 적용받는 반면, SO는 방송법 개정으로 올 1월부터 시행된 ‘금지행위’ 등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또 다른 케이블업체 관계자는 “KT그룹의 유료방송 총 가입가구는 513만으로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점유율로는 23%이지만 디지털 유료방송 시장을 기준으로 하면 점유율은 57%에 이른다”며 “이처럼 시장지배적 위치에 놓은 사업자는 OTS나 DCS 등에서 자유롭지만, SO는 이중규제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