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지상파 vs 케이블, 구조적 불평등

케이블 PP규제 완화, 오히려 늦었다

일반입력 :2012/07/17 08:37    수정: 2012/07/17 12:46

전하나 기자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지상파 채널의 시청점유율은 62.665%, 지상파 계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까지 포함할 경우 지상파의 점유율은 74.358%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블TV도 KBS N, MBC플러스미디어, SBS플러스 등 지상파 유료방송 계열사들의 과점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몸집을 자유롭게 키운 지상파는 유료방송 시장까지 깊숙이 침투해 지속적으로 매출을 늘리고 있다. 지상파 계열PP의 매출액은 지난 2009년 4천539억원에서 2010년 6천31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전체 PP매출액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지상파의 PP시장 진입(등록제)은 자유로운 편인데 반해 PP는 지상파사업 진입(허가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지상파와 케이블 PP는 시장진입, 커버리지, 방송프로그램 편성 등 기본적인 사업 환경 자체가 불평등하게 설계돼 있다는 지적이다.

케이블TV업체 관계자는 “구조적 불평등으로 인해 지상파와 PP간 생산적 콘텐츠 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비효율적 방송콘텐츠 시장 구조가 유지, 고착돼 왔다”고 말했다. 지상파 독점을 견제하지 않는 PP 매출규제는 콘텐츠 투자와 경쟁 억제를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상파 3사는 지난 수십년간 전국 지상파 플랫폼을 활용한 방송콘텐츠를 독점해 오면서 뉴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경쟁적으로 진입해 시장지배력을 전이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콘텐츠 사업자의 성장과 공정한 콘텐츠 경쟁은 불가능했다는 평가다.

성동규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부 교수는 “국내 방송콘텐츠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선 지상파 독점의 국내 콘텐츠 시장을 경쟁적 시장 구조로 전환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CJ E&M이 계속적으로 콘텐츠 투자를 늘려왔다는 점에서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특정기업 특혜라기 보다 콘텐츠 시장 다양화라는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CJ E&M의 제작비 등 콘텐츠 관련 투자액은 매년 20%씩 증가해왔다. 올해는 약 4천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FTA 발효로 오는 2015년부터 외국계 PP의 국내 방송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전망인 가운데 국내 PP의 콘텐츠 경쟁력 제고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해외 PP 공습에 맞서기 위해서도 매출규제 완화는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현 매출규제 33%가 존치될 경우 PP의 콘텐츠 투자와 경쟁이 제한돼 장기적으로 콘텐츠 품질 하향평준화가 우려된다는 분석이다.

주요 해외 국가 중 PP를 매출로 규제하는 사례도 없다. 대형 미디어그룹의 독점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도 PP의 매출 점유율을 규제하지 않는다.

미국은 지상파 가구 도달률 39%,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유료방송사업자(MVPD) 시장 내 가입자 기준 30%, 복수 종합유선·방송채널사용사업자(MSP) 특정 PP 계열 채널의 해당 SO 채널 중 40% 이상 편성 등을 모두 제한하고 있지만 PP에 관해서는 특별한 규제가 없다. ‘미드(미국 드라마)’가 전 세계에서 팔려나갈 수 있는 이유다.

유럽은 대부분 지상파나 SO의 점유율에 따른 지분소유를 중점적으로 규제한다. 영국은 시청자 점유율 40% 이상의 지상파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간주하고, 프랑스는 시청률2.5% 이상의 지상파에 지역TV 채널지분 49%를 제한한다. 두 국가 모두 SO, PP, MSP에 대한 규제는 하지 않는다.

다만 독일의 경우 지상파와 SO를 묶어 플랫폼간 구분 없이 전국방송시장 30% 시장점유율(특정 프로그램의 12개월 평균 시청점유율)을 제한할 뿐이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결국 PP들이 수익이 나야 콘텐츠 사용자들에게 문화적 혜택이 돌아간다는 생태계 차원에서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직접적 간섭을 해서는 안되겠지만 개별PP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보호조항들을 확실히 명문화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연재 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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