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IT업계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다. 지난달 초 카카오톡이 무료 통화서비스 ‘보이스톡’을 도입하면서 이를 ‘무임승차’로 규정한 이동통신사들과 일대 전쟁이 벌어졌다. 이통사들과 카카오의 대립은 비단 IT 업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까지 논란을 확대시켰다.
앞서 올해 초에는 KT의 삼성전자 스마트TV 인터넷 접속 차단이 문제가 됐다. 삼성 스마트TV가 트래픽 과부하를 유발해 통신망을 블랙아웃(black out) 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두 사례 모두 IT 패러다임 변화로 인해 촉발된 사업자 간 분쟁이다. 스마트폰 확산으로 인한 모바일 트래픽 폭증과 망사업자의 수익을 잠식할 신규서비스의 등장으로 인한 갈등이 폭발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12일 관련 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대한민국 통신망 대전쟁, 해법과 미래는?’을 주제로 토론회가 마련됐다. 그간 계속된 소모적인 논쟁을 끝내고 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ICT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자는 의미에서 마련된 자리다.
이날 토론회에서 내놓은 정책 제안은 크게 세 가지다.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 개편, 포괄적 법체계 수립, 이종산업간 전략적 제휴가 골자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정부와 선도사업자 간 빠른 논의를 통해 최대한 정교하고 촘촘한 요금제로 가야 ICT 생태계가 윈-윈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 정책 또한 이종산업간 제휴의 촉진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가 이런 논쟁을 하는 사이에도 IT 기술은 발달하고 있다”며 “빠른 기술 발전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 포괄적 법체계를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토론회는 이해당사자인 이동통신사와 m-VoIP 제공사, 스마트TV 제조사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서 만난다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이동통신사 진영에서는 정태철 SK텔레콤 CR전략실 전무와 김희수 KT 경제경영연구소 상무, 콘텐츠 사업자와 스마트TV 제조사를 대표해서는 이석우 카카오 대표와 박준호 삼성전자 DMC연구소 전무가 패널로 참여했다. 학계에서는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대 교수가 동참했다.
■m-VoIP, 트래픽 잡아먹는 하마?
토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곽 위원장은 세 가지 전제를 했다. 통신망 자체는 공공재나 정보 소유가 아닌 기업의 사유재산이라는 것과 누군가는 통신망을 깔아야 하며 유지 및 보수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만 현재의 논란은 기업간(B2B) 문제로, 이로 인해 애꿎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곽승준 : 본격적으로 네트워크 트래픽 문제를 얘기해보자. 지난 2월 KT와 삼성전자 사이에 스마트TV 차단 문제가 발생했다.
김희수 : 먼저 이용자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 스마트TV 접속 제한은 삼성전자가 단순히 제조사이기 때문에 한 것은 아니다. 삼성 스마트TV 안에는 플랫폼이 있어 이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부가통신 사업을 한 것이다. 즉, 망사업자 대 제조사의 관계가 아닌 콘텐츠를 모아 서비스하는 부가통신 사업자와의 관계에서 망 이용대가를 받아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준호 : 삼성전자는 제조사다. 서비스 제공사가 아니다. 용어 자체가 스마트TV라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PC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을 쓰는 기기다. 형태가 TV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다르게 해석되고 부각되는 것에 대해 어려움이 있다.
곽승준 : m-VoIP가 뜨거운 감자다. 이에 대한 논의가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는 조금 늦은 감이 있다. 해외 사례는 어떤가.
신민수 : m-VoIP에 대해 얘기할 때 주로 미국과 유럽 사례를 살펴본다. 그런데 이 두 지역은 접근법이 다르다. 미국은 법률적으로 차단 금지 원칙이다. 다만 실제 사업자 행태는 요금제에 차등을 둬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유럽은 시장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통신사가 속도를 제어하지 않는 이상은 요금제에 차등을 두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다.
이석우 : 보이스톡은 트래픽 이슈가 아니다. 패킷 자체를 경량화시켜 망에 부담 주지 않는 수준으로 만들었다. 시그널링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카카오톡이 킵얼라이브 신호를 보내 망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때문에 작년 초 통신사와 협의해 스마트푸시 서버를 탑재하고 킵얼라이브 신호 주기도 10분에서 20분으로 늘렸다.
박준호 : 실제로 모바일 트래픽이 늘어난 것은 맞다. 그러나 트래픽 증가의 주요 원인은 스마트TV나 m-VoIP가 아니다. 트래픽 폭증의 주범으로 꼽히는 것은 유튜브다. 유튜브 등 OTT 서비스는 스마트폰, 패드 등 포터블 디바이스에서 상당히 많은 양의 트래픽을 발생시킨다.
이석우 : 이제 누구나 망을 이용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새로운 마켓플레이스가 열린 것이다. 이 시장은 통신사들이 만들어 줬다. 그런데 기존에는 통신사들이 여기서 음성통화를 가지고 수익을 올렸다. 카카오가 내놓은 보이스톡이 겉보기에 이와 비슷해 보이니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큰 틀에서 보면 모바일 생태계는 공생 관계다. 훌륭한 망이 깔려있기 때문에 카카오 같은 서비스사가 나올 수 있다. 또 카톡을 하기위해 스마트폰을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제조사들의 판매량도 올라가며, 스마트폰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통신사들이 수익을 얻는 식이다. 때문에 ‘대전쟁’ 같은 경쟁 구도로 몰아가지 말고 좋은 해법을 찾을 수 있었으면 한다.
■m-VoIP, 음성통화 대체?…통신사 정말 위기인가
곽승준 : m-VoIP와 스마트TV가 트래픽 이슈와는 거리가 있다고 모두가 동의했다. 그렇다면 통신사의 수익감소 문제로 귀결되는데, 필연적으로 통신사 위기론이 대두된다. 통신사는 정말 위기인가.
정태철 : 비유를 하나 들자면 m-VoIP는 커피전문점 내 무료자판기와 유사하다. 고객은 자판기 커피를 마시고 커피전문점은 장소로만 이용할 것이다. 사실 통신사가 ‘무임승차’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전혀 돈을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용자는 데이터 이용료를 내고 m-VoIP를 쓰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데이터 요금이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이 낮게 설정된 점이다. 이는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하는 토양을 마련하는 동시에 트래픽 과다 유발 콘텐츠 등장도 야기했다. 지금처럼 낮은 데이터 요금만으로 m-VoIP를 쓰게 되면 통신사의 투자재원이 잠식된다. 통신사는 수익이 줄어들면 투자비도 줄일 수밖에 없다. 지금은 우리나라 통신망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향후에는 어떻게 되겠나.
김희수 : m-VoIP는 결국 수익구조 문제다. 결국 사람들은 데이터 용량에 따라 요금제를 이동해 m-VoIP를 쓸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은 내려간다. 자체적으로 계산해본 결과 m-VoIP가 확산될 경우 향후 3년간 약 2조원 정도의 매출 감소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석우 : 정말로 m-VoIP 때문에 네트워크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큰일이다. 물론 실제로 그런지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연구를 해봐야 한다.
그러나 보이스톡 출시 자체는 통신사들의 음성통화를 따라잡으려고 내놓은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 사실 보이스톡을 내놓은 이유는 경쟁 환경 하에서 네이버 라인의 해외 선전이 m-VoIP 덕분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직접 보이스톡을 써보면 알겠지만 도저히 전화를 대체할 수 없다. 나에게 보이스톡이 와도 왔는지 안 왔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통신사 음성수익을 대체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김희수 : 어찌됐든 통신사들은 수익을 내고 있지 않냐는 지적이 있다. 까놓고 보면 KT의 경우 3G망은 아직도 적자상태다. 초기 투자비를 집행한 후 몇 년이 지나야 겨우 흑자전환이 된다. 그러고 나서도 몇 년 더 흑자를 내야 초기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투자비로 인한 적자가 날 때는 아무도 신경을 안 쓰다가 흑자전환 이후에 “돈 많이 버는 것 아니냐”라고 하는 것은 좀 그렇다.
■m-VoIP, 기간 역무 지정은
신민수 : m-VoIP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규제와 생태계 측면이다. 규제에서는 전기통신기본법, 방송법, 공정거래법 등을 종합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에 앞서 생태계적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사실 이런 논쟁은 누가 정보통신 생태계의 헤게모니를 주도할 것이냐의 문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이 문제가 일단락되더라도 해외 사업자와 경쟁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김희수 : 제도적으로 보면 m-VoIP는 음성통화로 분류돼 기간역무에 해당한다. 그러면 전기통신기본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망이 없을 경우 별정통신사업자로 등록한 후 망 제공 업체에 일정 대가를 내야 한다. 현재로서는 m-VoIP가 이런 제도권으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통신사가 불리한 측면이 있다.
해외의 경우 이머징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분류, 규제를 하지 않는다. 국내라고 해서 굳이 분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는 규제를 하기 때문에 문제다. 이머징 서비스에 대해 통신사가 대응하려고 하면 바로 규제가 들어온다. 만약 규제를 하겠다면 정식으로 분류를 하고 규제의 틀 안에서 하는 것이 맞다.
곽승준 : 하반기 통신사는 RCS, 음성LTE(VoLTE) 서비스를 내놓는다. 통신사가 망관리 권리를 가지고 있는 이상 콘텐츠 사업자와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있다고 보나.
김희수 : m-VoIP, OTT 제공 사업자들은 통신망이 아닌 광고 등 다른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 서비스는 무료다. 반면 통신사는 서비스에서 돈을 벌어 경쟁한다. 품질은 떨어지지만 무료인 서비스와, 품질은 비교적 좋지만 유료인 서비스 중 어느 것이 우위에 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지속가능한 ICT 생태계, 요금제 개편 선행돼야
곽승준 : 통신망 관리에서 가장 효율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 요금이다. 현재의 요금제는 무제한 데이터로 인한 트래픽 과부하를 일으킬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도 불리한 측면이 있다. 요금제 개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태철 : 통신사들도 지금의 요금구조가 지속가능한 모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향후 음성 요율은 낮추고 데이터 요율은 올리는 방식으로 요금제 리밸런싱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동일 패킷, 동일 요금을 적용한다면 1시간짜리 영화를 보는데 50만원 가까이 되는 데이터 요금이 나온다. 음성 1분의 패킷과 영상 1분의 패킷이 75배나 차이나기 때문이다. 이를 10분의 1로 줄여 영화 1시간에 5만원을 과금한다고 해도 이용자는 수용 못할 것이다. 때문에 요금제 리밸런싱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과도기적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희수 : 궁극적으로 음성, 영상 등 모든 서비스가 데이터망에서 처리되는 올(All)-IP 환경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필연적으로 음성 비중은 줄어들고 데이터 비중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 지난달 미국 버라이즌이 내놓은 요금제다. 이 요금제는 음성과 문자는 무제한인 대신 데이터 용량을 기준으로 과금된다. 다만 버라이즌의 과금 수준은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상당히 고가다.
신민수 : 우리나라 가계통신비는 지난 2006년까지 가파르게 증가하다가 이후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저항은 늘어가는 추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평균 소비자 요금은 손대지 않고 네트워크 투자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초다량 이용자와 소량 이용자 간의 차등 요금제, 심리적 부담감 해소를 위한 상한 요금제 실시 등이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도매요금 개편도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상호접속 비용, 특정대역사용비용 등을 조정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도매요금 협상을 어떻게 할 것이냐인데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맞춰야 한다. 때문에 어느 정도 수요를 억제할 필요성이 생긴다.
관련기사
- “보이스톡, 망 과부하 억측”…트래픽 변화 없어2012.07.12
- 이통사 m-VoIP 대응 카드 이것으로...2012.07.12
- 방통위 “m-VoIP 허용, 시장 자율 맡길 것”2012.07.12
- [단독]이통사 m-VoIP 허용 '7만원 요금제' 추진2012.07.12
곽승준 : 토론을 종합해 정책제안을 하겠다. 첫 번째는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 개편이다. 정부와 선도사업자 간의 빠른 논의를 통해 최대한 정교하고 촘촘한 요금제로 가야한다. 두 번째는 빠른 기술 발전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 포괄적 법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우리가 이런 논쟁을 하는 사이에도 IT 기술은 발달하고 있다. 세 번째는 이종산업간 전략적 제휴다. 규제보다는 제휴를 통해 해외 사업자와의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 정부 정책 또한 기업 간 제휴의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