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 시리즈의 상징같던 작업표시줄의 '시작' 단추를 없애기로 했다. 막 켠 컴퓨터가 사용자를 맞는 첫 모습도 더이상 작업표시줄과 아이콘을 표시하는 '바탕화면'이 아니다. MS가 태블릿과 PC를 아우르는 새 운영체제(OS) '윈도8'을 만들며 바꾼 거다.
회사는 지난해 3분기부터 지난달까지 3번에 걸쳐 윈도8 체험판을 공개했다. 지난해 9월 중순 알파 버전 단계인 '디벨로퍼프리뷰(DP)', 지난 2월말 베타 버전 단계인 '컨슈머프리뷰(CP)', 지난 5월말 최종평가 단계인 '릴리즈프리뷰(RP)'다. 정식 출시는 4분기로 예고됐다.
MS는 윈도8을 켠 직후 사용자가 암호를 넣고 첫 화면으로 들어가는 색다른 방법을 더했다. 그리고 첫 화면에 길거나 짧은 네모 단추를 가로로 죽 늘어놓기로 했다. 여기에 예전 봐왔던 바탕화면을 펼치는 단추가 하나 남았지만 그와 무관한 네모가 수십개다. 이런 네모로 프로그램을 켜고 웹서핑을 하거나 메일을 보내는 방식도 새롭다. MS는 이를 '메트로UI'라 부른다. 윈도8을 터치스크린을 품은 태블릿에든 마우스와 키보드를 쓰는 PC에든 쓸모있게 만들어 주는 사용자인터페이스(UI)로 묘사된다.
최근 방한한 차이타냐 사린 MS 프린시펄 프로그램 매니저 리드는 윈도8 사용자경험(UX)을 총괄하는 엔지니어로 소개됐다. 그는 회사가 '윈도8 글로벌 테크투어'란 이름으로 진행중인 윈도8 기술 시연과 질의응답 세미나를 위해 지난 5일 방한했다. 본지는 그가 설명한 윈도8 메트로UI 등 새로운 요소, 그 사용법과 기술적인 특징, 현재까지 체험판을 접한 사용자들이 제기한 의문점에 대해 답한 내용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연재순서]
①MS는 왜 윈도8 시작단추를 없앴나?
시작 단추에는 사용자 문서, 사진, 음악, 컴퓨터를 여는 경로와 제어판, 도움말, 프로그램 및 파일 검색, 모든 프로그램 링크, 시스템 종료 메뉴가 집약돼 있다. 그런데도 MS가 윈도8에서 시작 단추를 걷어낸 이유는 사실 아주 간단하다. 시작 단추를 안 쓰는 윈도 사용자 비중이 많고 그나마 쓰는 비중이 감소 추세란 것이다.
그 판단 근거는 MS가 자체 수집한 윈도7 사용자들의 인터페이스 습관 데이터다. 그에 따르면 윈도7 사용자들은 프로그램을 '고정(pin)'시키는 기능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이는 작업표시줄(taskbar)에 필요한 프로그램 아이콘이나 웹사이트 바로가기를 꽂아놓고 쓰는 것이다. 고정시킨 프로그램은 실행시 곧바로 작업표시줄 실행목록 형태가 돼 알아보기 쉽고 쓰기 편리하다. 윈도7부터 작업표시줄에 나타나는 프로그램 목록도 아이콘 모양으로 바뀌었다.
사린 매니저는 더 많은 사용자들이 즐겨 쓰는 소프트웨어를 시작 메뉴로 접근하는 대신 윈도 작업표시줄에 고정시키는 방식에 의존한다며 시작 메뉴 사용비중이 극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그 낡은 메뉴를 소생시키든, 다른 정체성을 불어넣든, 새로운 파워를 주든, 뭔가 조치를 취할 시기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MS가 야심차게 선보인 메트로 시작화면은 그 '파워'의 일환으로 보인다. 윈도8에서 데스크톱 앱을 켜서 들어가면 작업표시줄에 시작 단추 대신 파일 관리 프로그램 '윈도탐색기'와 브라우저 '인터넷익스플로러(IE)'가 고정돼 있다. 새로운 시작 화면은 아직 윈도8에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MS는 사람들이 메트로 시작화면의 이점을 받아들인다면 작업표시줄은 웬만한 작업을 다 처리해줄 것이라 판단한 모습이다.
사린 매니저는 나도 데스크톱 사용자로서 브라우저와 탐색기 말고도 내가 쓰는 앱을 뭐든 고정해 놓는다며 그 상태에서 기존 시작단추가 있었던 자리에 화살표를 대면 메트로 시작화면을 통해 우리가 마련한 사용 시나리오를 접하는 것이고, 아니면 계속 데스크톱을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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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윈도8은 처음 시작할 때 곧바로 기존 데스크톱 형태를 보여주지 않는다. 일단 사용자가 메트로UI 시작 화면으로 들어간 다음 앱 형태인 데스크톱을 열어야 한다. 여기서 포토샵이나 오피스같은 생산성 프로그램을 깔고 쓸 수 있다. 윈도7에서 돌아가는 기존 프로그램들이 모두 실행된다고 MS는 설명한다. 이는 터치스크린보다 노트북 사용자 환경에 더 비슷한 환경이다.
이날 사린은 윈도8 RP를 설치한 단말기로 메트로UI와 데스크톱 앱을 오가며 터치스크린 조작방식, 키보드나 마우스를 쓰는 방식, 각각을 시연했다. 터치스크린 조작은 지난해 9월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 행사장에서 나눠준 삼성 슬레이트 태블릿을 썼다. 키보드와 마우스 조작은 시리즈9 울트라북으로 보여줬다. 기본적인 웹서핑이나 콘텐츠 소비와 공유, 메일 읽고 쓰기같은 작업이 모두 메트로UI라는 새 환경에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