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한국HP, x86서버 사업 살아날까

일반입력 :2012/07/10 08:33    수정: 2012/07/10 08:52

한국HP는 지난해 3분기 이후 지난 1분기까지 계속 시장점유율 하락을 보이고 있다. 한때 50%에 육박했던 한국HP의 점유율은 어느새 36%대로 떨어졌다. 한국HP가 드디어 1위를 내주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HP의 x86서버사업이 주춤한 이유와 타개책을 묻기 위해 김영채 한국HP 엔터프라이즈그룹(EG) ISS사업부 상무를 만났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압박 속에 지내고 있을 터였다.

질문은 크게 세가지였다. 왜 점유율이 떨어지는가. 그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앞으로 반전이 가능한가 등이었다.

■왜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까

한국HP x86제품의 지난 1분기까지 판매대수 기준 점유율은 36.2%다. 1위를 지키고 있지만 2, 3위 업체와 격차가 14%내로 줄었다. 실제 판매대수의 경우 1만1천400여대다.

한국IDC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x86서버 시장 규모는 1천299억원이다. 1분기에 판매된 서버 대수는 약 3만1천500대 수준이다. 2만3천400대였던 전년동기보다 8천대 이상 더 많이 팔렸다.

늘어난 판매대수에서 한국HP가 주춤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경쟁사에 비해 판매대수증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수요를 경쟁사에게 빼앗겼다고 볼 수 있다.

김영채 상무는 “포털, 게임, 통신 등의 서버시장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이 분야에 대한 판매량이 줄어들었다”라며 “하드디스크 재고확보의 어려움이 큰 이유였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 태국에서 발생한 대홍수는 씨게이트, 웨스턴디지털(WD) 등 주요 HDD제조업체들의 공장을 파괴했다. HDD 생산라인이 멈춰버리면서, 서버업체들도 HDD 확보에 곤란을 겪었다. 가장 많은 물량을 구매하던 HP가 눈에 띈 타격을 받는 게 당연했다.

HDD 부족으로 서버 물량이 줄어들면서, 고객에 납품할 물건확보가 어려워졌다. 결과적으로 고객의 구매지연으로 이어졌다. 계약을 하고 실제 납품이 이뤄지지 않으니 판매대수 집계에서 제외된 물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김 상무는 “HP 서버제품이 다양하다보니 외부에서 보면 다 같은 서버이지만, HDD를 특벼한 용도로 쓰는 솔루션이 있다”라며 “이런 특정 용도의 HDD 공급이 많이 늦어졌는데, 경쟁사는 이런 영역을 하지 않으니 피해가 없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다음으로 가격 경쟁이 어느때보다 치열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지난해 4분기와 지난 1분기가 가장 극심한 경쟁이었다고 했다. 그는 “순수한 개인적 추측으로, 경쟁사들이 신제품 출시 과정에서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며 “경쟁사들이 너무 공격적으로 나오다보니, 도저히 응대할 수 없는 상황까지 갔던 경우도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서버 시장의 가격경쟁 심화문제는 각종 시장보고서로 드러난다. 시장 전체의 판매대수 증가율에 비해 전체 매출 증가율은 크지 않다.

■실적 개선 어떻게?

점유율 감소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김 상무는 특별한 영업적인 툴이나 가격 정책에 대한 계획을 언급하진 않았다.

일단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2분기의 경우 점유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상무는 “작년부터 진행해온 딜이 많았는데, 고객 측 일정에 따라 2분기로 미뤄진 경우가 많았다”라며 “몇몇 고객에 대해서 조금 더 공격적으로 커버했고, 긴장하고 더 열심히 했기 때문에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프로라이언트 Gen8과 함께 발표된 ‘보이저 프로젝트’에 주목해달라고 강조했다. 보이저 프로젝트는 프로라이언트 G8 서버 고객의 자동화 수준을 높이고, 최적의 시스템 상태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각 서버 메인보드 요소마다 감지센서를 투입해 상태를 분석하고, 관리자와 HP측에 모니터링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올해 소개됐다.

김 상무는 “신제품을 보면 HP가 시장을 바로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라며 “고객의 문제점을 개선하는게 경쟁력인데 서버를 사서 운영하고, 장애를 처리하는 시간, 전력 비용 등에 초점을 둔 좋은 결정체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부분에서 제품 박스보다는 하드웨어 솔루션이란 입장에서 경쟁사에 앞서 있고, 시장의 이해도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여러 이니셔티브를 정해 솔루션 중심으로 접근한다고도 밝혔다. 그는 “특별한 영역에서 이슈화되는 솔루션을 적절히 결합하는 인프라 디자인을 많이 하고 있다”라며 “가상화, 제조분야의 3D VDI 집중하고 있고, IO액셀러레이터를 이용한 프로젝트도 많이 논의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IO액셀러레이터에 기대를 많이 거는 듯했다. 전반적인 시스템 성능 향상에 관심을 갖는 고객들이 서버와 저장매체 사이의 성능을 최대화해 입출력(I/O) 속도를 높이는 IO액셀러레이터에 주목할 것이란 이유다.

■“양보다 질, 벨류 비즈니스로 가야 한다”

당장 앞으로의 전망은 나름 희망적인 듯하다. 일단 HDD 재고 부족에 대한 이슈가 대부분 해결됐다. 볼륨 비즈니스였던 x86서버 사업을 벨류 비즈니스로 체질개선해야 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그는 “저전력 서버인 문샷의 경우는 단순히 몇대 규모가 아닌 대형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중이다”라며 “다양한 아키텍처 레벨로 고객들과 여러 얘기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객들의 전체 데이터센터 성능을 높이고, 관리를 효율화하며, 고부가가치의 솔루션 중심으로 접근하면, 벨류 프로덕트가 많이 팔릴 것이라 볼 수 있다”라며 “제품 우수성은 기본이고, 딜리버리 경쟁력 있고. 세일즈 모델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는 유통조직이 더 유리하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벨류, 즉 고부가가치로 가야하는 길엔 비즈니스크리티컬시스템(BCS) 사업부와 협력도 중요해보인다. 그는 “제품은 커머셜화되지만, 솔루션은 벨류가 되는 시장이다”라며 “여러 가지를 어떻게 구현하느냐 같은 걸 기본으로 갖고 고객니즈 파악해서 솔루션화하는 BCS사업부 의 경험을 십분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화와 클라우드가 점점 더 크고 있고, 빅데이터를 클라우드로 활용하는 식으로 HP가 필요한 영역은 더 많아진다. 그는 여기에 거는 기대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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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시장점유율 자체에 대한 의견도 내비쳤다.

김 상무는 “여러 이슈를 다 떠나 다시 성장하고 있으며, 조만간 좋은 시장점유율을 회복할 것이다”라며 “주춤했지만 시장점유율이란 게 고객의 선택으로 이뤄지는 것이지, 경쟁사와 달리기 경주하듯 해야 할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