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군소 브라우저 사용자들에게 크롬을 쓰도록 유도하는 정황에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는 듯한 방식이 포착됐다. 온라인검색광고 시장에서 유럽연합(EU)의 반독점조사를 받아온 구글이 규제당국의 관심을 웹 플랫폼 분야까지 넓혀 받을 모양새다.
지난달 말부터 구글은 오페라 사용자가 자사 블로그서비스 '블로거닷컴'에 들어올 경우 글을 쓰거나 편집할 때 화면 위에 크롬 브라우저로 바꾸라는 안내를 띄우기 시작했다.
해당 안내는 당신의 브라우저가 더이상 블로거 서비스에 지원되지 않는다며 블로거 서비스의 일부 요소가 작동하지 않게돼 당신이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정말 문제가 생긴다면 자사 브라우저인 크롬을 쓰라며 다운로드 링크를 제시한다.
사용자는 다운로드 링크 옆에 해당 메시지를 사라지게 하는 텍스트를 누를 수 있다. 그런데 이 메시지가 유발하는 성가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페라 브라우저를 쓰고 있는 한 계속 나타나기 때문이다. 블로거 서비스의 콘텐츠 편집화면을 열 때마다 동일한 안내가 해당 페이지 위에 표시된다. 결국 '구글 크롬 사용하기(try Google Chrome)'를 끊임없이 강요하는 셈이다.
해당 사례를 제보받은 미국 지디넷 블로거 에드 보트는 이게 독점이 작동하는 방식이라며 온라인 광고분야에서 구글의 경쟁적 입지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2007년 60억달러에 사들인 어콴티브를 지난주 62억달러치 손실로 처분하게 만들 정도로 확고부동했다고 비유했다.
그간 MS가 어콴티브를 통해 애드워즈, 더블클릭, 그밖에 다른 구글의 광고네트워크 사업의 틈새를 파고들기엔 실패했다는 게 중론이다. 구글은 그만큼 확고한 광고시장의 입지 때문에 EU 반독점 규제당국의 전면적인 조사를 우려해왔다.
그래서 이달초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의견 서한을 보내 상황을 진정시켰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구글이 자사 서비스에서 경쟁 브라우저 사용자를 괴롭히는 방식으로 자사 제품 사용을 강권하는 시도는 다시 규제당국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현재 데스크톱용 오페라 브라우저 세계점유율은 조사업체 넷마켓셰어 기준으로 1.6%, 스탯카운터 기준으로 1.77%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개발사 오페라소프트웨어는 필요하다면 MS처럼 경쟁사들이 지원하지 않던 독자기술을 탑재하는 배짱을 부릴 줄도 아는 회사로 알려졌다.
보트는 사용자가 브라우저의 유저에이전트 문자열을 구글 크롬으로 인식하게 바꾸기만 하면 블로거 서비스 편집과 관리 화면은 완벽하게 작동한다며 구글이 오페라를 훼방놓는 방식은 조잡하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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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만일 구글이 오페라를 떠밀어낼 경우 아마도 다음 목표는 지난해 12월 구글과 짭짤한 검색창 연결수익 계약을 체결한 모질라의 파이어폭스가 될 것이라며 이는 모질라의 수명 3년을 늘려주는 대신 구글이 그 미래를 틀어쥘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셈이다고 썼다.
그는 이같은 정황이 EU 반독점 규제당국의 관심을 피해갈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