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안드로이드4.1 '젤리빈'을 공개했다. 애플 iOS의 시리 대항마로 알려진 '마젤' 프로젝트 결과물도 기존 음성명령기능인 '보이스액션' 수준을 끌어올린 모습으로 실체를 드러냈다. 나머지 변화도 기존 사용자들에게 환영할만한 요소들이지만 딱히 그 기반을 더 키우려한 흔적은 없어 보인다는 평가다.
보이스액션은 지난 2010년 8월 처음 등장한 안드로이드 단말기용 음성인식 기능이다. 말소리로 전화 걸기, 문자 보내기, 메일 쓰기, 음악 듣기, 웹사이트 열기, 메모하기, 지도 찾기, 내비게이션 보기를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었다.
지난해 12월 외신 보도로 소개된 마젤은 앞서 애플이 선보인 시리처럼 말소리를 알아듣고 질문에 답하거나 명령을 따르는 개인비서 앱일 것으로 추정됐다. 사람을 닮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그즈음 구글이 사들인 음성관련 기술업체 '포네틱아츠' 기술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구글은 27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구글I/O' 키노트 현장에서 마젤이란 낱말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일부로 향상된 보이스액션 기능을 시연했다. 마젤은 별개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게 아니라 기존 음성인식 서비스를 진화시키는 계획으로 드러난 것이다.
■프로젝트 마젤의 실체?
새 보이스액션은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그에 대한 반응을 음성으로 내놓는다. 질문이나 요청을 받아들이고 답하는 소통방식도 애플 시리를 연상시킨다. 사용자의 질문은 화면에서 카드 형태로 표현된다. 단말기가 받아들인 정보를 요약해 보여주는 모습이다. 사용자가 카드를 움직여 보면 질문에 대한 답변도 표시된다. 이는 직접 터치스크린 자판을 눌러 찾은 것과 같다.
구글은 보이스액션이 내놓는 답변을 정교화하기 위해 '지식그래프(Knowledge Graph)'의 힘을 쓴다. 지식그래프는 새 구글보이스가 사용자 음성을 듣고 생성한 질문 카드 내용을 더 알아듣기 쉽게 돕는다고 한 외신은 묘사했다.
지식그래프는 지난달 중순 구글 검색에 추가된 기능가운데 하나다. 검색어를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파악하고 상세 내용을 제시한다. 의미가 여러가지일 경우 그걸 되묻기도 한다.
구글 검색에 지식그래프가 추가될 당시 업계는 이미 구글이 지식그래프를 단순한 검색기능이 아닐 것이라 예상했다. 지식기반 검색엔진 '울프램알파'를 활용하는 시리처럼 음성인식 개인비서의 두뇌역할을 하리란 지적이었다. 실제로 구글은 자사 검색 인프라로 수집하고 번역하면서 풍부한 정보 인프라를 갖췄다.
■시리 대항마…'글쎄'
현장에선 복잡한 표현이나 생소한 낱말도 알아듣는 강력한 인식 성능과 번역 품질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새 구글보이스가 진정한 시리 대항마인지에 대해 외신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구글 시연 내용에는 시리처럼 재치있는 답을 기대할만한 일종의 개인적 문답이 배제됐기 때문이다.
사람들끼리 소통하는 식으로 명령을 내리게끔 설계되지도 않은 것처럼 보인다는 평가도 나왔다. 보이스액션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는 기능을 갖췄지만 업무 일정 관리나 '알리미'는 포함하지 않았다.
또다른 보이스액션의 주요 기능은 오프라인 환경에서도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전까지는 안정적인 데이터 통신 환경을 갖춰야 했지만 이제 필수는 아니게 됐다. 오프라인모드에서 사용자는 받아쓰기같은 기본적인 입력이 가능하다. 간단한 문장에 대해 속도 지연이 없으면서도 온라인 모드에서처럼 정확한 인식을 보였다는 평가다.
■젤리빈은 아이스크림샌드위치 사용자를 위한 것
한편 새 보이스액션은 안드로이드 4.1 젤리빈을 지원하는 모든 단말기에서 쓸 수 있게 된다. 안드로이드 4.1 OS의 주요 변화는 앞서 언급한 ▲패키지 앱처럼 표시하고 보관했다 치울 수 있는 '카드' 형태의 검색결과 ▲사용자 습관으로 오타율을 줄이는 키보드 알고리즘 ▲안드로이드빔과 근거리통신(NFC) 향상 ▲포토 앱 개선 ▲버스나 지하철 도착 예상 시간과 교통혼잡상황 표시 기능을 품은 검색 ▲소셜스트림, 스포츠경기점수, 일정계획, 항공편상황, 추천정보 등을 포함한 '알림막대' 등이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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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능은 기존 버전인 아이스크림샌드위치(ICS) 사용자들도 반길만한 것들로 인정된다. 안드로이드 플랫폼 개발이 기술적인 성숙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구글이 향상된 성능과 더 영리해진 검색 도구와 음성 기능 등을 제시하는 기술애호가식 접근이 애플의 iOS 시연같은 재기발랄함과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미국 지디넷 블로거 래리 디그넌은 구글이 새 OS를 통해 새로운 사용자를 확보하기보다 기존 사용자들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조사업체 컴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현재 모바일 OS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50%로 점유율 30%가량인 애플 iOS를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