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체 간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현상은 일상적인 일이다. 가상데스크톱인프라(VDI)의 확산도 IT업계에 미묘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요인이다. 시스코, 시트릭스, EMC, VM웨어 등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생태계 중첩의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다.
시스코와 시트릭스는 지난해 VDI사업을 위한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두 회사는 시트릭스의 HDX기술과 시스코의 L2-L3 네트워크를 접목해 보안을 높이면서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는 고화질 가상 데스크톱 및 애플리케이션 구축에 협력한다.
이 파트너십은 수백, 수천만개의 모든 사용자 클라이언트 단말기에 VDI를 심겠다는 원대한 꿈에서 진행됐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14년까지 5억6천만대의 PC가 VDI 환경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스코와 시트릭스의 VDI 동맹은 매우 공고한 수준으로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분야에서 얽혀 있는 다양한 파트너 관계에서 잃을 것도 많다. 그럼에도 두 회사는 유망 사업을 위해 다소의 희생도 감수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시스코-시트릭스, VDI 최적화 패키지
시스코는 시트릭스 젠데스크톱 및 HDX 기술에 최적화된 ‘와이드 에어리어 애플리케이션 서비스(WAAS)’를 출시할 예정이다. WAAS는 시스코 네트워킹 인프라 상에서 가상 데스크톱과 애플리케이션의 성능을 개선하는 솔루션이다.
시스코의 씬클라이언트 VXC는 젠데스크톱과 리시버 클라이언트 기능과 통합돼 제공된다. 여기에 데이터센터 인프라인 UCS와 시트릭스 솔루션의 최적화도 이뤄진다.
재밌는 사실은 시스코와 시트릭스는 협업솔루션 시장에서 경쟁관계란 점이다. 시스코 웹엑스와 시트릭스 고투미팅(GoToMeeting)은 온라인 협업 서비스 시장에서 오랜 시간 영역 다툼을 벌여왔다.
하지만 두 회사에게 온라인 협업 서비스는 VDI에 비해 중요도가 떨어진다. VDI가 데이터센터부터 사무실까지 기업 전체 공간에 잠재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분야라면, 온라인 협업 서비스는 한정적인 매출만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중인 분야를 다소 희생하더라도 VDI시장 장악을 위해 손잡았다고 볼 수 있다.
두 회사의 관계는 전세계에 걸친 각각의 채널 파트너 간 협력으로 이어진다. 28만개의 시스코 채널사와 1만개의 시트릭스 채널사는 VDI시장에서 협력하게 된다.
시스코와 시트릭스는 파트너 액셀러레이터로 불리는 정책을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VDI에 대한 각종 영업 수단과 윈도 데스크톱PC의 가상화 전환을 가속하기 위한 자금운영방침으로 구성된다.
■다양한 파트너 속 유독 친밀한 두 회사
문제는 VDI 시장의 경쟁과 협력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이다. 시트릭스의 파트너는 시스코 외에도 HP, 델, IBM, 넷앱 등 대부분의 대형 서버, 스토리지업체들이 있다. 시스코 역시 시트릭스 외에 VM웨어란 파트너를 갖고 있다.
VDI시장에서 시트릭스는 자타공인 1위업체다. VM웨어가 기술적으로 시트릭스에 근접했지만, 여전히 시트릭스 젠데스크톱의 시장 장악력은 강하다. 시스코로선 VM웨어와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VCE연합에도 불구하고 VDI 분야만큼은 시트릭스와 협력할 수밖에 없다.
시트릭스로서도 시스코는 좀 더 나은 선택으로 보인다. 시트릭스는 애플리케이션딜리버리컨트롤러(ADC) 외에 데이터센터 고객기반이 부족하다. 그에 반해 시스코의 네트워크 장비는 전세계 데이터센터에 방대하게 설치돼 있다. VDI가 네트워크 성능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시스코는 타 서버업체보다 매력적인 파트너다.
여기서 시스코와 시트릭스의 협력에 난처한 상황이 발생한다. 시스코는 VXI란 통합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시트릭스와도 VXI 판매에 협력한다.
VXI는 시스코의 협업 솔루션으로 ‘보더리스 네트워크’와 ‘협업’ 기술을 통합한 VDI 패키지다. VDI 환경에서도 PC환경과 같은 음성, 영상 등 리치 미디어를 처리하고, 인스턴트 메시징, 화상회의 등을 통합 지원한다. 데이터센터 인프라부터 사무실 클라이언트까지 다양한 구성요소로 이뤄진다. 시스코는 VXI를 마이크로소프트, 시트릭스, VM웨어와 협력해 제공한다.
여기서 여러 채널 파트너들이 VXI 같은 통합제품을 소화하기에 완벽한 역량을 갖췄느냐는 문제가 생긴다. 일부 구성요소에서만 경쟁력을 갖춘 파트너가 나가 떨어질 소지도 있다. 물론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파트너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이 마련된 것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 시스코 "BYOD 본격화에 포괄적 대책 시급"2012.06.28
- 시트릭스 VDI, 이동성↑ 물리-가상화 통합2012.06.28
- 시트릭스-델, SMB용 'VDI어플라이언스' 출시2012.06.28
- 시트릭스-시스코, VDI 동맹 체결2012.06.28
시트릭스와 시스코가 VXI 사업을 강화하면 향후 UC시장에서 웹엑스의 공간을 늘릴 여지가 많아 진다. 반면에 시트릭스의 고투미팅은 설 자리가 줄어든다.
두 회사의 관계는 언젠가 무너질 수 있다. VDI시장이 성숙기에 들어가는 시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