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하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한다. 닌텐도가 한국 이용자와 게임 시장은 네 번째 바보 취급을 했다. 이정도면 우리나라는 닌텐도의 ‘재고처분’ 시장이라고 해도 무관하다.
닌텐도는 지난 22일 일본과 북미, 유럽을 겨냥한 새로운 3DS 신형을 공개했다. 액정 크기가 커졌고 배터리가 증가했으며 외형에도 많은 변화를 추구한 버전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씁쓸한 소식이 두 개 숨겨져 있다. 첫번째는 우리나라 출시 계획은 없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3DS가 국내 출시된 지 2개월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형 소식이 나왔다는 것이다.
신형이 비약적인 성능 증가를 보인 일종의 후속 기종은 아니지만 닌텐도는 한국 게임 이용자들을 번번이 무시했고 3DS 신형 역시 당연한 듯 무시했다는 점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3DS XL로 불리는 이 제품은 8월 경 전 세계 출시된다. 우리나라는 제외됐다. IT기기 강국이자 닌텐도 마니아층이 탄탄한 우리나라는 벌써 세 번째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닌텐도는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부터 가정용 게임기 Wii(위), 그리고 닌텐도DSi 등 모든 제품을 ‘늦장출시’를 했다. 최초 1년 이상은 가볍게 넘겼다.
대표적으로 Wii의 경우는 외국에서는 2006년 11월 출시됐지만 국내는 2008년 4월에 나왔다. 여기에 함께 나온 타이틀은 1~2년 넘긴 구식 게임들이었다.
닌텐도DS의 성능을 향상 시킨 닌텐도DSi는 일본에서는 2008년 11월에 출시됐지만 비행기로 1시간 거리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에는 2010년 4월에 나왔다.
그렇다고 게임을 충분히 지원하지도 않는다. 닌텐도는 국가 코드라는 핑계를 통해 서드파티들의 게임 출시를 어렵게 만들고, 퍼스트 파티 타이틀도 타국의 1/4 수준밖에 내지 않았다.
늦장 출시된 3DS는 현재까지 달랑 5개 타이틀이 나와 있다. 다운로드 게임까지 포함하면 6개이고, 곧 출시될 ‘포켓몬’ 게임을 포함하면 7개다.
이는 경쟁사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와 비교하면 더욱 확연해진다. 지난 해 12월 출시된 차세대 휴대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비타(PS VITA)는 2개월도 안 돼 국내 게임 시장을 두드렸다. 론칭 타이틀만 6개, 그 다음 주에는 6개가 추가로 나왔다.
PS비타 게임은 현재 30개를 훌쩍 넘겼다. 그리고 올해 하반기까지 20개 이상의 타이틀이 쏟아질 예정이다. 서드파티에 대한 지원부터 액티비젼 등 국내 지사가 없는 게임 출시에도 적극적이다. ‘무조건 현지화’를 내세운 한국닌텐도보다 한글 타이틀이 많다.
대외 소통에서도 차이가 크다. 언론과 담 쌓고 있는 한국닌텐도는 늦장 출시나 우리나라 이용자가 겪고 있는 불편 등에 대해서 “노력하고 있다” 수준의 답변만 일관되게 내놓고 있다.
3DS 출시가 늦어지고 있을 때에도 한국닌텐도는 매번 “현지화를 하는 과정에서 늦어지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막상 나온 제품에는 우리나라 특화 기능은 전혀 없다.
국내 이용자들과의 만남도 없다. 원빈, 장동건, 소녀시대, 이나영, 김병만, 공효진, JYJ 등 국내 유명 스타를 대거 도용한 광고만 TV와 케이블에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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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가정용 게임기 Wii U(위 유)는 연말 전 세계 출시를 준비 중이지만 우리나라는 당연히 제외됐다. 게임에 대한 관심도 높고, 탄탄한 마니아층이 있어도 닌텐도에게 한국 시장은 재고 시장이다.
닌텐도가 우리나라를 무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 상황만 보면 ‘가볍게’ 보는 것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 공개된 신형 3DS가 한국에 언제 출시될지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