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의 단추와 탭 모서리가 둥글게 바뀐다. 오랫동안 분리됐던 주소창과 검색창도 한 몸이 될 수 있다. 모질라가 1년 전부터 데스크톱 브라우저용으로 준비중인 새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오스트랄리스' 얘기다.
오스트랄리스는 지난해 7월말 첫선을 보였다. 최신 파이어폭스5 정식판, 6 베타판, 7 오로라 버전이 공개됐을 당시엔 오스트랄리스라는 이름도 붙지 않은 채 모질라 위키사이트의 UI 디자인 모형으로 소개됐다.
당시 탭 단추 윤곽을 둥글게 다듬고 주소표시줄과 검색창을 합치고 '끌어다놓기' 조작으로 부가기능을 관리하는 기능이 더해질 것으로 추정됐다. 단추와 입력창 등 기본적인 구성요소는 공유하지만 맥OS와 윈도용이 따로 소개돼 각 운영체제(OS)마다 특색을 보였다.
이후 오스트랄리스 디자인은 OS X와 윈도용 뿐아니라 리눅스용 버전으로도 설계됐다. 윈도용도 윈도7 에어로, 윈도XP 루나블루와 올리브와 실버 등 테마별로 세분화됐다. 둥그스름한 탭과 단추 윤곽선, 검색이 통합된 주소창 외에도 RSS 등록, 새 창, 전체화면, 즐겨찾기, 다운로드 창 열기 등을 실행하는 단추가 생겨 눈에 띈다.
■데스크톱용 파이어폭스의 디자인 업그레이드
이 가운데 오스트랄리스 탭 디자인을 적용한 윈도용 파이어폭스 16 알파 버전 설치프로그램이 지난주초 등장했다. 모질라 파이어폭스 개발팀 엔지니어 자레드 웨인이 개인 블로그에 그 파일을 게재한 것이다. 임시 구현한 맛보기 디자인을 적용해 일반 사용자들의 반응을 보고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보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약 1년전 오스트랄리스 디자인이 처음 나왔을 때 이를 알린 IT 미디어들은 파이어폭스 8 또는 9 환경에 쓰일 거라 내다봤다. 그러나 모질라는 새 UI 디자인 적용에 신중한 모습이다.
웨인은 방문자들에게 새 디자인을 적용한 윈도용 파이어폭스를 내려받아 써보라고 권했다. 이를 당장 접하지 못하는 OS X와 리눅스 사용자들에게 유감이지만 곧 정식화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구체적인 시점을 언급하진 않았다.
파이어폭스 정식판에서 오스트랄리스 UI를 접하려면 최소 몇개월이 더 걸릴 전망이다. 아직 파이어폭스 개발자용 알파 단계인 파이어폭스16 버전에도 새 디자인이 기본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질라는 약 6~7주마다 새로운 정식판을 공개해왔다.
현재 최신 정식판은 파이어폭스13이며 베타 버전인 파이어폭스14, 오로라 버전 파이어폭스15도 기존 UI를 유지하고 있다. 새 UI 프로젝트를 소개한 공식 모질라 위키에 따르면 현재는 디자인 규격을 생성하는 단계다.
오스트랄리스UI는 모질라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의 경쟁 제품에 맞서기 위한 브라우저 전략의 일환으로 비친다. 앞서 MS 인터넷 익스플로러(IE)는 고도로 단순화한 UI를, 구글 크롬은 곡선형 탭 단추 윤곽의 본보기를 제시했다. 이들 모두 모질라보다 앞서 검색창과 주소창을 하나로 통합시키기도 했다.
■첫선 이후 '벌써 1년'…아직도 만드는 중?
모질라가 데스크톱UI 쇄신 프로젝트를 1년 이상 이어온 배경은 내부적으로 설정한 업무 우선순위 때문에 늦어진 걸 수도 있다. MS의 반격, 구글의 약진에 대비하면서 위상이 달라진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늘려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점유율 측면에서 몇년전까진 파이어폭스가 IE6과 IE7을 위협하며 데스크톱 브라우저의 대안으로 상승세를 탔지만 현재 그 역할은 크롬이 대신 차지한 모양새다.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을 애플 사파리와 구글 자체 브라우저가 독식하고 있는 가운데 MS 역시 자체 플랫폼과 IE 모바일 브라우저를 얹고 있다.
이에 모질라는 웹표준 기술로 휴대폰 단말기 플랫폼을 구현하는 부트투게코(B2G) 프로젝트를 지난 2월 선보였다. B2G를 통해 영리적 목적으로 플랫폼 폐쇄성을 쌓아올린 애플과 구글의 전략에 맞서겠다는 밑그림을 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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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기존 전략대로 경쟁자들이 보유한 플랫폼 안에서 그 브라우저와도 자리다툼을 강화해나갈 계획으로 보인다. 모질라는 지난 3월 윈도8 태블릿 브라우저를 만들기로 예고한데 이어 지난주 아이패드용 파이어폭스 '주니어'를 시연하기도 했다.
모질라에 따르면 아이패드용 주니어 프로토타입은 iOS의 제약상 사파리와 동일한 웹킷 엔진을 쓰지만 그 사용자들에게 더 나은 웹서핑 경험을 제공하려는 목적을 품었다. 시연 영상을 보면 데스크톱 브라우저와 구성이 유사한 사파리 모바일 버전과 달리 주니어는 웹사이트를 전체화면으로 표시하며 창틀이나 탭단추를 걷어낸 단순함을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