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첫 태블릿 '서피스' 데뷔전 흥행엔 성공했지만, 향후 판매 전략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판매 방식이 다를 뿐더러, 자칫 MS가 기존 PC 협력업체들과 쌓아온 관계마저 틀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19일(현지시각) 주요 외신들은 MS가 자체 태블릿인 '서피스'를 공개하면서 '윈도'로 묶여진 기존 PC 업계 지형도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MS는 전날 서피스를 공개하며 '기업 체질 개선'을 천명했다.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는 이 자리에서 인간과 기계의 교감을 고려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포함한 사용자 경험을 만들려 작업했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강자인 MS가 하드웨어를 직접 언급한 것은 커다란 변화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만드는 회사가 동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은 애플과 유사한 전략으로 비친다. 애플은 iOS에 최적화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지, 다른 하드웨어 제조업체에 iOS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발머 CEO는 MS가 하드웨어를 직접 만드는 것이 전체 윈도 태블릿 시장을 키우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문제는 서피스 성공, 그 다음이다. MS는 서피스가 '대단히 좋은 제품'이라는 점만 강조했을 뿐, 이후 PC와 태블릿 시장 대응 방안에 대해선 함구했다.
MS는 서피스로 태블릿과 PC 시장 모두를 노렸다. 아이패드보다 조금 큰 화면의 서피스는, 내장 칩에 따라 두 개 버전으로 갈린다. 하나는 아이패드처럼 스마트폰과 같은 ARM기반 칩을 사용한다. 가격도 아이패드와 비슷하게 책정될 전망이다. 태블릿 시장에선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핵심은 나머지 버전이다. 인텔 칩을 탑재, 일반 윈도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구동하도록 했다. 가격은 아이패드보다 조금 비싸겠지만, 업계선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태블릿 구매를 망설였던 사람들 중 다수는 윈도 OS에 익숙한 계층이기도 하다.
PC업계가 서피스에 주목하는 것은 이 부분이다. 일본 노무라 주식연구소 릭 셜런드 애널리스트는 MS 하드웨어 협력업체들이 불행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MS가 하드웨어를 처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콘솔 게임기인 '엑스(X)박스'를 직접 만들어 판매했다. 그러나 PC와 콘솔은 영역이 확실히 구분됐다. 태블릿은 아니다. PC업체의 수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PC업체들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은 MS의 불안요소기도 하다. MS는 그간 PC업체에 윈도OS를 팔아 돈을 벌었다. MS가 하드웨어 영역을 침범한다고 인식하면 PC업계도 윈도8 구매를 꺼릴 수 있다. MS가 서피스를 자사 온오프라인 매장에서만 판매할 것이라 밝힌 것도 이를 의식한 선택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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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은 MS의 전략을 구글과 비교하기도 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라는 강력한 iOS 대항마를 만들어 하드웨어 업체들을 우군으로 만들었지만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며 대립구도도 시사했다. 그러나 구글은 결국 모토로라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하드웨어 제조업체들과 관계를 다져나갔다.
MS는 구글보다 복잡한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구글 레퍼런스폰보다 삼성전자나 HTC 제품을 선호했지만, 서피스는 그 반대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발머 CEO가 직접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가 만든 하드웨어를 강조한 것도 PC업체들과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