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네이버 간판 달 뻔

일반입력 :2012/06/19 07:00    수정: 2012/06/19 11:41

“싸이월드 매각을 위해 통신사를 찾아다녔고 NHN의 김범수 사장 앞에서도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당시 김범수 사장은 승인했지만 NHN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싸이월드를 만든 이동형 나우프로필 사장은 2000년대 초 싸이월드 매각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스마트 시대에 대세로 떠오른 SNS. 국내 첫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로 평가받는 싸이월드의 창업 과정에서부터 매각,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10여년간 SNS 시장에서 겪은 이동형 사장의 생생한 경험을 들어봤다.

■27세에 PC 접한 ‘IT늦둥이’ 싸이월드를 만들다

싸이월드를 만든 이동형 사장은 어릴 적부터 PC에 호기심 많았던 IT전문가? 아니면 마크 주커버그와 같은 IT광이자 천재? 그는 경상북도 영주에서 자란 순수한 시골청년이었다.

“대학 졸업 후 1년 동안 고향에 내려가 있다가 현재 LG CNS로 이름이 바뀐 LG-EDS 시스템에 입사했다. 27살이었던 당시 처음 PC를 접했다. 당시 신입사원 때 밝혔던 포부가 ‘삭막한 PC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했을 만큼 PC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페이스북을 창업해 억만장자가 된 마크 주커버그가 한국 나이로 이제 겨우 29살인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한 참 늦은 나이에 IT업계에 입문한 셈이다.

“늦었지만 회사에서 소프트 엔지니어로 일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맡은 일이 PC와 대화하는 ‘통역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8년을 매일 똑같이 일했다.”

그는 출근 길 버스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옆을 지나가는 스포츠카에 끌려 창업을 결심했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에서 벗어나 스포츠카의 운전자처럼 원하는 곳에 가고 싶다는 결심을 했다. 회사에서 국세청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인터넷이란 걸 알게 됐고 카이스트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여기서 만난 카이스트의 동문들과 1999년 8월말 창업을 하게 됐다.”

■“창조는 없다. 다만 발견이 있을 뿐”

수재로 불리는 5명의 카이스트 석‧박사들이 함께 창업했지만 그 길이 순탄치 않았다. 정부로부터 투자 받은 25억원은 2년 만에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다.

“당시 경쟁서비스였던 다음카페는 회원 수가 800만을 넘었고 이외에도 프리챌과 다모임 등 쟁쟁한 서비스들과 경쟁해야 했다. 특히 회사 설립 3개월 만에 나온 아이러브스쿨은 카이스트 재학 시절 옆 연구실에 있던 동문들이 내놓은 서비스였고 가는 곳마다 아이러브스쿨 얘기뿐이어서 의기소침했다.”

이후 이 사장은 시장에 대한 ‘공부와 관찰’에 집중했다. ‘커뮤니티’와 관련된 논문은 모조리 찾아 12권의 책으로 묶었고 이를 기획팀 직원들과 돌려 읽었다. 이렇게 1년을 보내는 사이 빚은 10억원이 더 늘었다.

이렇게 얻은 결론은 ‘온라인에서 사이좋게 지낼만한 곳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직원들을 5개 팀으로 나눠 젊은 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 대학로, 강남, 명동, 신촌 등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사이좋게 지내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그 사진에서 놀랄만한 사실을 얻었다. 사이좋게 찍힌 대부분이 여자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머리핀을 사고, 다이어리에 서로 해주고 싶은 말을 적으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었다.”

그는 이렇게 관찰에서 얻은 결과를 ‘싸이월드’에 입히기 시작했다.

“창업을 하는 이들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해 대박을 꿈꾼다. 하지만 창조는 없다. 다만, 눈여겨보지 않던 생활에서 발견을 할 뿐이다. 좋은 발견을 비즈니스로 연결시키는 것이 창업이다.”

■시골 청년이 만든 사이버 화폐 ‘도토리’

그는 여자들이 다이어리에 서로 격려의 글을 적는 것들을 보며 ‘일촌’을 만들었고, 도토리산으로 불린 고향 뒷산을 떠올리며 싸이월드의 사이버 화폐를 ‘도토리’로 정했다.

또 사이좋은 온라인 커뮤니티 취지에 맞춰 2003년 8월 매각 이전까지는 ‘도토리’가 아무리 많아도 선물 받지 않으면 미니홈피를 꾸미지 못하도록 했다.

“1~5천원짜리 머리핀을 사고 사이좋게 얘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온라인에 만들어보자는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3년 동안 회원을 모집한 것보다 개편 이후 몇 개월 동안 들어온 회원이 훨씬 많았다. 당시 커뮤니티의 유료화에도 싸이월드는 무료화를 고집했고 이 때문에 회원 수는 폭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회원 수가 급증할수록 자금압박은 심해졌다. IDC에서는 밀린 임대료 때문에 일정 시간마다 30분씩 접속을 끊었다.

“IDC에서 접속을 차단할 때마다 회원들에게 ‘장애중’이라고 알렸다. 그러나 온라인 커뮤니티가 이렇게 버틸 수는 없었다. 통신사와 NHN 등을 찾아가 투자를 요청했고 주주들에게는 증자해달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주주들은 가치가 있을 때 매각하기를 원했다. 싸이월드는 그렇게 SK커뮤니케이션즈에 넘어갔다.”

■“카톡, 생각보다 성공가능성 높다”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사람들은 SNS를 하지 않을 것이다. 충분히 오프라인에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고 지구의 자원은 유한하기 때문에 SNS가 대안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SNS는 일종의 ‘패스트 사교모임’이다.”

싸이월드로 SNS 전문가가 된 이동형 사장은 SNS를 이렇게 정의했다. 그리고 SNS가 ‘내 공간을 만들고 친구를 불러들이는 곳’에서 페이스북처럼 ‘친구의 소식을 알려주고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정치인이나 연예인처럼 양방향성보다 단방향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트위터가 성장했다고 부연했다.

“사람들은 내가 말하는 것을 들어주길 좋아한다. 트위터는 이들을 크게 만족시켰을 뿐만 아니라 팔로우란 개념으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이 사장은 이제 SNS가 모바일로 진화를 시작했기 때문에 시장의 판도가 또 한 번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홈페이지 기반의 네띠앙이 커뮤니티를 만들어 낸 다음카페에게, 친구초대 기능을 갖춘 싸이월드 순으로 진화를 거쳤던 것처럼. 또 오픈 플랫폼 기반인 페이스북이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진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최근 나스닥에 상장된 페이스북이 성공한 SNS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메일이 기반인 페이스북이 모바일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내지 못하면 그 자리를 후발업체에 내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카카오톡의 성공 가능성이 생각보다 높다. 카카오톡의 기반은 스마트폰 연락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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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스마트폰과 여기에 장착된 카메라가 연령대가 높은 이들도 SNS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앞으로 위치기반서비스가 SNS에 접목되면 인터넷 쇼핑몰에 의존했던 소상인들이 SNS로 몰려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친구와 세상을 탐험하자’며 새로운 SNS를 내놓은 이동형 사장. 그가 또 제2의 싸이월드 신화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