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유닉스 온 x86' 준비됐나

일반입력 :2012/06/17 10:48

HP와 오라클의 유닉스 소송전이 한창이다. 인텔의 유닉스 CPU를 두고 벌이는 오라클의 공격에 HP는 유닉스 사업 방어를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3분기 인텔이 아이테니엄 CPU 신모델 ‘폴슨’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던 중 HP의 유닉스 사업 전략 변화도 구체적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유닉스 온(on) x86'이다.

최근 올씽디지털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HP 디스커버 2012'에서 x86 프로세서에 유닉스 운영체제(OS)를 탑재하는 계획에 대한 질문에 멕 휘트먼 HP CEO는 “데이브 도나텔리가 비즈니스 크리티컬 서버를 개방형 환경으로 만드는 오딧세이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라면서도 “궁극적으로 인텔 제온(Xeon)에 HP-UX를 탑재하는 작업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멕 휘트먼 CEO가 밝힌 작업이란 HP의 유닉스 운영체제(OS)를 인텔의 x86 프로세서인 제온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지난달 22일 HP가 오라클을 공격하기 위해 게재한 일부 문서와 오라클이 공개한 HP 내부문건을 통해 일부분 알려졌다.

공개된 문서에 따르면, HP는 지난 2010년 ‘키네틱’이란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중이었다. 자체 유닉스OS인 HP-UX를 제온 CPU에서 사용가능하게 하는 프로젝트로, 아이테니엄과 제온을 소켓레벨에서 호환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 프로젝트는 어느정도 성과를 이뤄 인텔 측의 폴 오텔리니 회장과 커크 스카우젠 부사장도 매우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HP 측 내부에서 임원끼리 주고 받은 메일엔 키네틱 프로젝트가 곧 발표될 것처럼 언급됐다.

현재로선 HP는 제온에서 HP-UX를 사용하게 하는 것 대신 유닉스 블레이드 시스템과 x86 블레이드 시스템을 하나의 인클로저에 장착하는 ‘오딧세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오딧세이 프로젝트는 x86 상에서 유닉스OS를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다. 인클로저 안에 서로 다른 하드웨어를 함께 장착하고, 유닉스는 아이테니엄 CPU에, 윈도, 레드햇 등은 제온CPU에 설치해 사용하도록 한다. 매니지먼트와 워크로드 분배 등의 작업을 일원화한 것이다.

마틴 핑크 부사장은 지난달 HP 홈페이지를 통해 ‘키네틱’을 소개한 후 최종적으로 현재로선 유닉스를 x86 아키텍처로 가져갈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유는 인텔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인텔이 아이테니엄과 제온의 소켓 호환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계획을 인텔이 밝히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문제는 아이테니엄의 RAS(Reliability, Availabilty, Scalability) 피처가 제온으로 완전히 이식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RAS피처 서버 운영의 성능과 안정성을 위한 것이다. 작년 출시된 웨스트미어 기반 제온 E7 프로세서가 RAS피처를 이식받았지만 완벽하진 않다.

그런데 디스커버2012 개막 전의 마틴 핑크 부사장의 설명과 달리 디스커버2012 개막 시점 멕 휘트먼 CEO의 발언은 달라진다. 이 밖에도 외신은 로레인 바틀렛 부사장과 커크 브렌스니커 부사장의 발언을 통해 HP가 유닉스를 x86 아키텍처와 결합하기 위한 개발작업을 여전히 진행중이란 점을 전하고 있다.

HP 임원들의 공식적, 비공식적 언급에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 건 유닉스와 x86의 완벽한 결합이 당분간 선보이기 애매한 상황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인텔은 올해 3분기 중 8코어 아이테니엄 ‘폴슨’을 출시할 예정이다. HP는 폴슨을 채택한 슈퍼돔, 인테그리티, 논스톱 등의 신제품을 내년께 선보일 전망이다. 이후 2014년에 즈음 다음 모델인 ‘킷슨’이 공개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아직 2세대나 남은 아이테니엄 CPU의 생명을 애써 단축시킬 이유가 적은 것이다. 2년여 시간동안 물밑에서 제온과 HP-UX의 결합을 준비하려는 의도를 볼 수 있다.

또다른 유닉스 프로젝트인 ‘레드우드’ 문서는 HP의 로드맵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HP는 작년 중반 VM웨어 ESXi 하이퍼바이저를 제온 E7 탑재모델인 프로라이언트DL980에 설치하고, 생성된 가상머신(VM) 호스트에 HP-UX를 올릴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레드우드 프로젝트가 취소되면서 이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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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텔은 킷슨 이후 아이테니엄 개발게획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시점 상 차기 모델에 대한 언급이 조금이라도 흘러나올 때다.

전인호 HP APJ BCS 총괄 부사장은 “킷슨 이후 아이테니엄 CPU에 대한 내용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HP에게 반가운 소식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