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 ‘탈통신’에서 찾은 답은...

일반입력 :2012/06/15 12:44    수정: 2012/06/21 11:33

정윤희 기자

<홍콩=정윤희 기자>“이제 통신은 다른 IT 서비스와 함께 가게 된다. 텔레콤 부문에 매니지드 서비스가 더해지는 식이다. 기업들의 글로벌 확장이 계속 일어나면서 이를 위한 비즈니스 모델도 생겨날 것이다.”

최근 통신 산업은 벽에 부딪쳤다. “사양길로 접어들었다”는 한숨 섞인 자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스마트폰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지만 사실 이동통신 가입자는 포화 상태가 된지 오래다. 여기에 네트워크의 진화가 더해지면서 투자비는 늘어만 간다.

필연적으로 경쟁은 심화된다. 국내 이통사들은 매달 가입자의 번호이동 결과에 목을 매는 상황이 됐다. 더 이상 통신 분야 수익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힘든 이유다. SK텔레콤을 비롯한 이통사들이 저마다 ‘탈통신’을 표방하고 여러 분야 진출을 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BT(브리티시텔레콤) 역시 마찬가지다. 영국 내 1위 유선통신사업자인 BT는 국영 통신회사에서 민영화를 거쳤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로 치면 KT와 같다. 이들이 택한 것 역시 ‘탈통신’이다. BT는 전통적인 통신 네트워크 산업에 IT서비스를 접목시켰다.

14일 홍콩서 열린 BT 아시아태평양 인플루언서 서밋에 참석한 제프 켈리 BT 글로벌 서비스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켈리 CEO는 “점점 더 텔레콤과 서비스 분야를 분리하기 힘들어지고 있다”며 “텔레콤 수익은 항상 매니지드 서비스, 네트워크 부문 쪽과 함께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본 통신 분야에 시스템통합(SI)나 매니지드 서비스를 결합함으로써 회사 전체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BT 글로벌은 이를 통해 최근 감소하고 있는 유선 부문 실적을 상쇄하고 있다.

켈리 CEO는 “지난 2008년 수익률이 매우 좋지 않았으나 이후 4년 동안 지속적으로 적자폭을 줄여 흑자로 돌아섰다”며 “유선 부문 수익이 떨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쪽 확장이 일어나면서 사업 영역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분야도 한두 가지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매니지드 서비스, 네트워크 솔루션, 리테일, 금융 및 파이낸스, 헬스케어 등을 무기로 세계 170개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BT는 최근 열린 제9회 프로스트앤설리번 아시아퍼시픽 ICT어워드에서 ‘올해의 매니지드 서비스 제공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제 BT는 단순한 ‘통신회사’라기 보다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 IT서비스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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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통신 회사로의 정체성을 버릴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비스, 관리 부문 사업도 통신 분야와의 결합을 통해 함께 간다는 설명이다.

켈리 CEO는 “BT의 핵심 비즈니스는 통신 네트워크 서비스”라며 “BT가 글로벌에 다양한 IT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도 넘버원 캐리어(통신사)로서의 본 자세를 잃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