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베끼려 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필 쉴러 애플 마케팅 수석 부사장은 11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에서 열린 세계개발자회의(WWDC2012) 중 맥북 신제품을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 여러 PC 제조사를 겨냥해 애플 디자인을 따라하지 말라고 경고한 셈이다.
애플은 두께를 줄인 울트라북이 맥북에어 인기에 편승한 것으로 본다. 애플 맥북에어는 글로벌 PC 침체기에서도 출하량을 늘린 몇 안되는 브랜다. 시장은 아이폰의 인기가 맥북까지 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한다.
그간 애플은 일부 PC 제조사에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애플은 최근 미국 특허청에 점점 얇아지는 쐐기 모양에 대해 '전자 제품에 관한 장식 디자인' 특허를 받았다. 스마트폰 특허 전쟁에서 그랬듯이 디자인 특허 확보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태블릿을 대상으로 카피캣(Copycat)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 비교해 공격 수위는 낮다. 당시 애플은 휴대폰 제조사 로고를 직접 프리젠테이션 화면에 띄워 비난 강도를 높였다. 반면 맥북을 발표하면서 애플은 특정 제조사를 언급하지 않았다. 울트라북을 덜 자극한 이유는 두 가지로 풀이된다.
우선 울트라북은 칩셋 제조사인 인텔이 제시한 PC 판매 마케팅 지원 프로젝트다. PC 제조사가 직접 내세운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애플로서는 공격 대상이 무의미하다. 인텔이 제조사에 제시한 울트라북 권고사항을 두고 애플이 논쟁할 부분은 없다.
아울러 애플 역시 인텔의 칩셋이 있어야 PC 제품군을 내놓을 수 있다. 애플 역시 3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공식 출하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새 제품을 적용한 맥북을 선보였다. 울트라북을 주도하는 인텔과 맞서기 어려운 이유다.
세계 PC 시장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위치가 아이폰에 미치지 못한 점도 한 몫 한다.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에서 애플은 절대 강자다. 하지만 PC 시장에서는 지난 1분기 출하량 기준 7위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미국 시장에서 3위의 점유율을 기록한 점이 큰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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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자체 운영체제인 맥OS와 보다 얇고 가벼운 디자인을 선보였지만 여러 PC 제조사를 상대로 큰 소리를 낼 상황은 아니다.
애플이 스마트폰처럼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였다면 선점한 시장을 지켜야 하지만 PC 시장에선 성장해야 할 부분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경쟁사를 깎아 내리기보다 자신의 강점을 내세우는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