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셜커머스 업계서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한 기업이 등장했다. 마케팅 투자 과열 속에, 소셜커머스가 이익을 내지 못하는 벤처 사업 아니냐는 불신을 털어버린 것이다.
쿠팡(대표 김범석)은 지난달 실적 결산 결과 총 거래액 525억원, 순이익 2억2천만원을 기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쿠팡이 지난 2010년 8월 소셜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2개월만의 성과로 국내 소셜커머스 업계 최초기록이다. 소셜커머스 본토인 미국에서도 그루폰을 제외하고 흑자를 기록한 회사가 없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쿠팡은 지난달 6천300여개의 거래에서 총 592만개, 초당 2.2개의 쿠폰을 판매했다.
쿠팡은 회사 설립연도에 거래액 53억원, 지난해 3천억원을 기록한 후 올해 3월 월 거래액 500억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 22개월간 쿠팡이 판매한 쿠폰은 총 4천830장에 이르며 그간 6천870억원의 할인액을 제공했다.
쿠팡은 업계 최대인 1천2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월 순 방문자 수는 810만명이다. 순방문자 기준으로 5월 마지막 주차에는 오픈마켓 4위 업체를 추월하며 국내 인터넷 사이트 전체에서 30위, 온라인 쇼핑 사이트 중 4위를 기록했다.
■쿠팡의 시작과 성장
쿠팡이 소셜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할 2010년 8월 당시 국내 시장엔 30여개의 소셜커머스가 먼저 자리를 잡았다. 이후 만 1년 만에 업계 선두로 치고 나간 이유로 회사 측은 ‘소비자 중심’이란 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창시절 미디어 벤처 경험으로 창업 꿈을 접지 못한 김범석 대표는 하버드 MBA 입학 후 미국 그루폰 모델을 처음 접하고 바로 새로운 사업 구상에 착수했다. 김범석 대표는 지역 상점 온라인 마케팅 모델이란 점을 중심으로 주변 상점 업주 인터뷰를 통해 사업성 검증 실험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자영업자 비율, 전자 상거래 시장 규모, 인프라 등을 고려해 국내 시장이 제격이란 결론을 내리고 기존 투자자의 도움을 받아 창업을 준비했다. 그는 매일 새롭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는 쿠폰이 팡팡 터지는 곳이란 뜻으로 ‘쿠팡’이란 이름의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
창업 당시 7명의 직원과 함께 단 한 건의 거래로 시작해 사업 첫달인 2010년 8월 1억9천만원의 매출, 회원수 7천명을 기록했다.
이후 쿠팡은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철저한 검증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신뢰를 쌓고 효율적인 마케팅 투자를 통해 소비자 요구를 파악, 한국형 모델로 진화하는데 노력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정책 중심, 한국형 소셜커머스 모델로 진화
쿠팡은 지난해 2월 고객 서비스(CS) 정책의 초석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시점이 쿠팡 성장의 전환점이라고 회사측은 분석했다.
당시 쿠팡은 7일 환불제를 시행하고 10년 이상의 대형 온라인 쇼핑몰 경력자를 본부작으로 발탁했다. CS 전문 인력 시스템을 조기에 확립하기 위해서다.
쿠팡 관계자는 “영업조직보다 서비스 조직 키우기에 투자 우선 순위를 뒀다”며 “출범 6개월밖에 되지 않은 벤처가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CS에 투자하는 일은 어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후 이같은 CS 강화가 소비자 신뢰도가 쌓이자 실질적인 매출로 연결되고 브랜드 파워를 강화했다는 것이 회사 측 분석이다. 지난해 성장 속도가 빨라지자 올해 ‘와우(WOW) 프로젝트’를 시행, 소비자 정책을 더욱 강화했다.
쿠팡은 소셜커머스는 자정에 거래를 시작한다는 기존 공식을 탈피하고 오전 9시로 거래 시작 시각을 변경했다. 밤 12시부터 아침 9시 사이에 고객응대 공백을 없애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쿠팡은 1년 내내 운영하는 ‘365 열린 고객센터’를 열었다. 지난 2월 1개 콜센터를 추가로 열어 전국 4개 지점, 업계 최대규모의 인력을 갖췄다.
약속한 배송시간을 맞추지 못하고 지연될 경우 일정 기준에 따라 보상 캐시를 지급하는 ‘배송지연 보상제’와 구입한 상품의 품절에 따른 불편을 보상하는 ‘품절 보상제’ 등의 사후 관리도 강화했다. 또 미사용 쿠폰에 대한 환불제도 이달부터 시작했다.
최근에는 판매자가 배송하는 체계를 쿠팡이 직접 배송하는 방식을 갖추기 위해 업계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빠르고 안정적으로 상품을 배송하고 판매자는 물류비용을 절감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쿠팡은 소비자 정책 강화와 함께 한국 소비자 특화 전략도 펼쳤다. 지역 할인 쿠폰 거래와 함께 일반 쇼핑 상품도 선보인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미처 알지 못한 상품 구매 만족도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배송 상품 서비스는 소셜커머스 본토인 미국보다 먼저 시작한 것이다. 현재 쿠팡은 지역 거래와 배송 상품 거래가 5대 5의 비율로 진행한다. 배송 상품이 쿠팡의 주요 서비스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소비자 요구에 따라 여행이나 레저 상품 등의 서비스 영역도 확장하는 추세다.
■규모의 경제 달성, 신뢰도 높이기에 집중
만 2년차 쿠팡이 새로운 전자 상거래 모델을 확립한 것은 규모의 경제를 이룬 것으로 분석했다. 풍부한 투자금과 원활한 자금 흐름, 회원수, 순 방문자 수, 브랜드 파워 등이 기존 업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김범석 대표는 쿠팡의 흑자 기록은 한국형으로 진화한 소셜커머스 비즈니스의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인수합병이나 사업 확대 없이 소비자에만 집중한 결과 새로운 개념의 전자상거래 서비스 기업으로 자리잡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쿠팡은 규모를 갖춘 만큼 신뢰도 누적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믿을 수 있는 상품 공급을 위해 파트너 선정 시 3년 이상 경력을 가진 협력사만 선별, 거래한다. 또 상품 판매 이력, 정품 인증 서류, 제품 확인, 보증 보험 수취 등의 검수 단계를 진행하기 위해 온라인쇼핑몰 경력자를 중심으로 QC(Quality control)팀을 운영한다.
아울러 자체적으로 불법이나 위반 행위를 점검하기 위해 소비자로 위장한 사람을 두는 미스터리 쇼퍼 제도를 운영한다. 지난 4월에는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상호협약(MOU) 체결을 통해 상품 사전 사후 검수 프로세스를 보강하고 판매자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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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5월 첫 이익 발생을 기점으로 서비스 개시 2년5개월만인 2012년 말에는 연간 단위 흑자 기록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2년 반 만에 연간 단위 흑자 기록에 성공할 경우 오픈마켓을 포함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을 통틀어 최단기 흑자 달성 기록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쿠팡 김범석 대표는 “쿠팡의 목표는 외형 성장보다 구매 전 과정에 이르는 서비스 퀄리티를 높이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니즈를 완벽하게 충족하는 이커머스 업계 신뢰의 상징이 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