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TV 시대, 하이브리드 박스 뜬다

일반입력 :2012/06/11 09:40    수정: 2012/06/11 15:57

남혜현 기자

1천만 아날로그 케이블 TV 가입자를 잡아라

케이블 업계가 디지털 TV 전환 수요 확보에 사활을 건 가운데, 최전방 파트너로 셋톱박스 제조업체가 떠올랐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휴맥스 등 국내 주요 셋톱박스 제조업체들이 '하이브리드 셋톱박스'를 차세대 먹을거리로 파악, 케이블과 협력 다지기에 나섰다.

하이브리드 셋톱박스는 기존 디지털 케이블 또는 위성방송 셋톱박스에 인터넷프로토콜(IP) 기능을 추가한 것으로, 인터넷 콘텐츠만 이용 가능한 스마트 박스(OTT·Over The Top) 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개념이다.

다시 말해 기존 디지털 셋톱박스에 인터넷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소비자가 하나의 셋톱박스로 유료 채널 방송과 스마트 TV 기능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지난 1일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제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디지털케이블TV쇼 2012' 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언급한 케이블 및 위성 업계와 협력해 스마트TV에 최적화된 OTT 서비스를 올해 4분기부터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이란 말도 하이브리드 셋톱박스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셋톱박스 업체들이 케이블 시청 가구에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1천500만 케이블 시청 가구 중 약 70%가 아직까지 아날로그 방송을 시청하고 있기 때문. 이 가입자들이 케이블 가입을 그대로 유지한 채 디지털 TV로 전환하기 위해선 하이브리드 셋톱박스를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기존 케이블 셋톱박스 시장은 삼성전자가 70% 가량을 독식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새롭게 열릴 하이브리드 셋톱박스 시장은 제조업체들에 더욱더 매력적일 수 있다. 최근 LG CNS가 구글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탑재한 스마트 셋톱을 개발, 일부 케이블과 공급 계약을 맺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스마트 TV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케이블과 손잡음으로써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다. 장기적으론 소비자들이 TV 교체시 자신이 사용해본 플랫폼 제조업체의 제품을 고를 수 있다는, 잠재 수요 확보도 노릴 수 있다.

케이블 업체의 경우엔 디지털 전환이 더 시급한 숙제다. 가입자들이 케이블 유료방송을 해지하고 IPTV나 위성방송 등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TV로 전환할 수 있어서다. 때문에 케이블 업체들은 셋톱박스에 스마트 TV 플랫폼을 까는 방식으로 기존 아날로그 가입자를 디지털로 전환한다는 전략에 매력을 느낀다.

관련기사

다만 아직까지는 셋톱박스 제조업체와 주요 케이블 방송사 간 우호적 논의가 오가고 있는 단계다. CEO급 임원들이 만나 협력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과정이므로 구체적 성과를 논의하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케이블 셋톱박스에 스마트 TV 플랫폼을 탑재, 인터넷 기능을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셋톱박스 모델도 논의 중이라며 일단 협력 가능한 여러 가지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