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전쟁 나선 케이블TV, 왜?

일반입력 :2012/04/19 20:48

정현정 기자

국내 주요 케이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들의 셋톱박스 기술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오는 12월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 종료과 맞물려 디지털 방송이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방송서비스를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디지털 셋톱박스 시장도 확대되는 추세다.

케이블,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들의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케이블TV 사업자들의 셋톱박스 종류와 기능도 다양해지고 있다. 가전사들의 스마트TV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 기능이 포함된 안드로이드 기반 셋톱박스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신기술로 무장했다.

스마트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업체는 씨앤앰이다. 씨앤앰이 LG CNS와 함께 개발한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 셋톱박스는 기존 케이블TV 실시간 채널과 TV 다시보기(VOD)를 시청하면서 인터넷 검색과 TV앱스토어 등 스마트TV 기능을 구현하는 게 특징이다.

스마트 셋톱박스의 최대 장점은 고가의 스마트TV를 구매하지 않아도 셋톱박스 교체만으로 기존 TV를 스마트TV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TV를 구매할 경우 다채널 서비스를 위해 별도 유료방송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기존 씨앤앰이 제공하는 실시간 채널과 VOD 서비스를 기본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스마트TV가 야기했던 통신망 과부하 문제도 자체 HFC 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

씨앤앰은 상반기 중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 셋톱박스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현재 이와 연계된 상품을 구성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 중이다. 씨앤앰 관계자는 “기존 디지털케이블TV 서비스에 플러스 알파(+α)의 가치를 주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무엇보다 스마트 기능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시청자들을 타겟으로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케이블TV 방송사 티브로드는 기존 케이블 카드 방식 셋톱박스를 케이블방송용 수신제한시스템(CAS)의 일종인 XCAS(eXchangeable CAS) 셋톱박스로 실시간 원격 전환하는데 성공하면서 원가절감을 이룬 사례다.

티브로드는 외산 수신제한시스템(CAS)의 독점적 지위와 배타적 계약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 2009년 DMC 전문기업인 한국디지털케이블미디어센터와 함께 순수 국산 기술인 XCAS 솔루션을 도입에 성공해 현재까지 약 84만대의 XCAS 기반 셋톱박스를 보급했다.

양사는 기존 셋톱박스 발열 및 장애 등 불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셋톱박스를 XCAS 및 S/W CAS 셋톱박스로 실시간 원격 전환이 가능한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별도 절차없이 서버 시스템과 원격 다운로드 기술을 활용해 XCAS 셋톱박스로의 실시간 원격 전환이 가능해졌다.

국산 XCAS 솔루션 도입으로 셋톱박스 당 약 2~3만원 수준의 원가가 절감되고 셋톱박스 A/S율도 기존 셋톱박스 대비 55%까지 감소시켜 2015년까지 약 1천억원 이상의 경제적 이득이 발생할 것으로 회사 측은 추산했다.

티브로드 관계자는 “기존 케이블카드 불량에 따른 유지보수 비용을 줄여 방송서비스 품질 향상 및 원가 절감을 실현하고 고객 서비스 절차도 간단해졌다”면서 “실시간 원격 전환 기술을 성공적으로 도입해 XCAS의 보급률을 확대하고 방송사업자와 고객 모두에게 윈윈할 수 있는 방송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CJ헬로비전은 올 하반기 스마트 셋톱박스 출시를 검토 중이다. 스마트 셋톱박스에는 인터넷 동영상(UCC), 위젯 서비스, 양방향TV 서비스 등 인터넷 기반 서비스가 결합되며 이는 어느 기기에서나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원격 사용자 인터페이스(RUI) 기능을 통해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와 연동을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CJ헬로비전의 N스크린 서비스 ‘티빙’과 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케이블방송의 대표적인 서비스 개인용비디오녹화기(PVR) 서비스도 스마트 셋톱박스를 통해 한층 강화시킬 계획이다.

이처럼 차세대 디지털 방송과 스마트 환경에 대비하려는 케이블 사업자들의 행보가 가속화 되고 있지만 아직 풀어야할 과제도 많다. 일단 TV용 콘텐츠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스마트TV 시장이 활짝 열리지 않은 만큼 TV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려고 나서는 기업들이 많지 않다. TV향 웹페이지 개발과 불편한 자판 입력 방식의 개선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가장 큰 문제는 수익모델도 고민해야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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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광고 수익 등 직접적인 수입에 의존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콘텐츠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며 “예를 들어 스마트케이블TV 서비스가 활성화 돼 향후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보유하게 되면 앱스토어 편성권한을 각 MSO가 가질 수 있어 이를 콘텐츠 전략이나 수익사업과 연결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씨앤앰 관계자는 “스마트 셋톱박스는 이제 막 걸음만 단계”라면서 “안드로이드 2.4 아이스크림샌드위치(ICS) 업그레이드나 HTML5 기반 웹 기술 등 여러 가지 업그레이드 방향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