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전력 절감 칩 나온다

일반입력 :2012/04/06 09:13

손경호 기자

케이블·위성·인터넷프로토콜TV(IPTV) 등을 구동하는 셋톱박스의 대기전력을 4와트까지 획기적으로 낮춘 시스템반도체(SoC)가 내년 초에 나온다.

대기모드에서 평균 12~15와트(W) 가량의 전력을 소모하는 셋톱박스는 가정에서 ‘전기 먹는 하마’로 악명이 높다. 실제로 TV를 시청할 수 있는 상태에서의 전력소모량이 15와트 남짓한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전원을 아예 끄지 않는 이상 대기모드와 실제 시청할 때의 전력소모량에 거의 차이가 없는 셈이다.

5일 전자부품연구원(KETI) 이상학 박사는 텔레칩스·이노피아·이이시스 등 3개 기업과 작년 5월부터 진행했던 ‘저전력 셋톱박스 기술 개발’ 국책과제가 내년 초에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연간 20억원씩 총 60억원의 정부자금이 지원되고 있다.

텔레칩스는 관련 SoC를 개발하며, 이노피아가 소프트웨어를, 이이시스가 대기전력효율을 높이는 전원공급장치를 개발 중이다.

프로젝트 책임자 이상학 박사는 “TV리모콘을 통해 전원을 끈 대기모드 상태와 실제 TV를 시청시간 동안의 전력소모량이 12와트~15와트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다”며 “이를 4와트 수준까지 낮추는 SoC 시제품을 오는 가을 경에 출시하고, 테스트를 거쳐 내년 초부터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유럽에서도 이미 이와 같은 높은 대기전력을 절감하기 위해 TV를 시청하지 않을 때 아예 전원이 꺼지는 형태의 셋톱박스가 사용되고 있지만 전원을 다시켜는데 30초~1분가량 시간이 걸리는 탓에 불편을 겪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과 KETI가 공동개발하고 있는 SoC는 이 같은 번거로움 없이도 대기모드에서 전력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구현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대기전력 저감 프로그램 운영 규정을 변경해 셋톱박스의 기본 대기전력을 10W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추가 장치를 장착할 경우 최대 20W까지 허용하고 있다. 대기전력소모량은 한국에너지관리공단에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돼있다.

그러나 이미 1W 미만의 대기전력 소모량을 요구하는 유럽 등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준이 10W 미만으로 내려갈 경우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이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저전력 셋톱박스용 SoC의 주요 수요기업으로는 휴맥스와 같은 셋톱박스 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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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박사는 셋톱박스 제조사들 역시 주요 KT 등 주요 방송사업자들이 요구하는 스펙에 맞게 제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칩을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이들 사업자의 전력절감 의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 디지털 케이블 TV가입자는 2억1천200만명 수준으로 추정되며, 북미·유럽·중국 등이 주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